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 의의와 한계

1.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되는 지능정보사회의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198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로 정보화 사회의 충격을 말한 이후 사회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은 과거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보급이 가져온 변화를 넘어서는, 과거 산업혁명이 가져온 어마어마한 규모의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산업혁명의 변화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인공지능과 데이터와 관련한 다양한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률들이 대거 발의됐지만, 대부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을 통해 행정정책의 과학화를 위한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정부 발의, 2020.06.09. 공포)과 「지능정보화 기본법」(변재일 의원 대표 발의, 2020.06.09. 공포, 이하 지능정보화법)이 통과돼 현재 시행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률이 4건(2021.2월 현재, 각각 이상민, 양향자, 송갑석, 민형배 의원 대표발의), 데이터 관련 법률이 2건1(2021.2월 현재, 각각 조승래, 허은아 의원 대표발의) 발의되는 등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법률안이 계속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분명히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해 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인공지능,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항상 존재해 왔던 역기능일지도 모르지만, 유독 지금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가 항상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지능정보사회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그 편의성을 향유하며 동시에 위험성과 변화의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에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지능정보화법으로 전부 개정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이번 개정에 따른 지능정보사회의 기본법으로서의 지능정보화법의 주요 내용과 함께 그 내용의 가지는 의미와 한계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지능정보화법의 주요 내용

가. 개정의 배경

지능정보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기술·산업뿐만 아니라, 고용, 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은 이제 의심할 것 없이 국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기반의 초연결과 지능화 혁신을 위해 정보통신 중심의 ICT 산업체계를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위한 국가적 추진체계와 기반을 정비할 필요는 「국가정보화 기본법」의 개정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나. 주요 내용

이번 개정은 ’95년 제정(「정보화촉진기본법)」 이후 국가사회의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한 「국가정보화 기본법」의 제명을 지능정보화법으로 변경하는 등 그 내용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용어 정의, 추진체계 정비, 기술 고도화, 기술 안전성 확보 및 사회변화 대응 등을 확충, 6장 52개조에서 7장 71개조로 전면 개편된 것이다.

먼저, 지능정보화에 따른 주요 용어들을 정비해 ‘지능정보기술’, 초연결지능정보통신망‘ 등의 용어로 기존의 용어를 대체하고 부수적으로나마 ‘데이터’ 용어를 새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어 기존의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종합계획과 실행계획으로 변경해 기존의 기본적 정책을 확장하여 사회 전반의 변화와 대응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지능정보기술의 개발 지원, 확산을 위해 기존의 시책을 보완하며 교육공무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등 창업을 확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추가했다. 그 외에 정보문화 분야에서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용어를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으로 변경해 지능정보사회의 역기능 대응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하게 했다. 또한 지능정보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자리·노동환경 변화 대응, 지능정보사회윤리준칙의 제정과 보급, 사생활 보호설계(Privacy by Design) 등을 신설하고, 인공지능 기술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정지(Kill Switch)와 로그기록의 저장 등에 관한 사항이 신설됐다.

3. 지능정보화법 개정의 의의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대표되는 지능정보화는 정부의 정책이나 법률과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기술의 변화에 따른 사회변화는 법률과는 상관없이 이뤄진다. 바둑으로 사람을 이겼을 뿐이었던 인공지능 기술은 점차 바둑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대등해지거나 우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과 사회의 지능화에 따라 경제나 산업, 그리고 국민의 모든 생활은 변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일자리의 증가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렇게 법 제도나 정책과는 상관없이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는 변화하기 때문에 법제도의 대응은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의 방향성은 구체적으로 법률과 제도의 변화로서 이뤄진다. 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와 교육, 그리고 복지 등과 같은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지능정보화법으로 개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기존의 법률에서는 정의되지 않았던 ‘데이터’나 ‘알고리즘’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법률에서 직접 다룰 수 있는 기본적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고 기술이 촉발하는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나 교육 등의 변화 방향을 연구하고 이에 투자하기 위한 기본적인 근거들을 마련한 것은 이번 지능정보화법의 핵심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을 통한 우리 사회의 지능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역시 법률이 가지는 중요한 의무이며, 지능정보화법의 새로운 조문들은 그러한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4. 개정의 한계

앞서 살펴본 지능정보화법 개정의 주요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에는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추진체계의 불비와 법률 전체 내용의 광범위성 등에 따른 한계 등이 그것이다.

사실, 기존의 「국가정보화 기본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통신부의 해체와 함께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개정한 결과로서 등장했는데, 조급하게 그리고 원칙 없이 이루어진 국가정보화 체계는 겨우 기존의 몇 개 법률을 잘라 붙여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있었음이 사실이다. 행정정보공동이용법안, 문서관리 등에 관한 법안과 정보자원관리와 정보격차 해소 등 기존의 법률이나 법안들의 내용을 축소하고 짜깁기해 「전자정부법」과 「국가정보화 기본법」을 중심으로 정보통신 관련 법률을 재정리 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그동안 계속 존재해 왔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진 위원회 정비 조치에 따라 국가정보화 전략위원회가 삭제되는 등의 개정도 있었다.

지금의 지능정보화법에서도 지능정보사회의 변화에 범정부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추진체계(위원회)는 없다. 지능정보화에 관한 중요사항은 여전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정보통신 전략위원회에서 담당한다. 물론 모든 법률에 추진체계가 존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법률에 따른 위원회가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추진을 위해 제정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은 정보통신산업을 위한 규제개선 법제로 그 모습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능정보화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지능정보화는 단순히 ICT 기술과 융합을 통한 산업진흥의 문제가 아니다. 지능정보화는 지능정보기술에 따른 경제, 산업, 노동, 교육, 복지, 의료, 생활, 문화의 모든 영역이 변화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적응을 다뤄야 함에도 정보통신산업의 진흥을 위한 위원회에서 이를 하위 분야로서 다루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능정보화에서도 물론 ICT 기술과 산업·경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지만, 정보문화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역기능과 사회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추진체계의 문제는 단순히 다른 법률에 따른 위원회의 참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가가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과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우선순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지능정보화 고유의 추진체계 부재는 이번 지능정보화법의 개정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법률에서는 데이터를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2조제1호에서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을 ‘정보’로 정의한 것과 비교해 본다면 on-line과 off-line의 차이 이외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다. 물론 입법기술적으로 양자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정보와 데이터를 겨우 on-line과 off-line으로 구분한 것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 없이 지능정보기술의 한 종류로 ‘전자적 방법으로 학습ㆍ추론ㆍ판단 등을 구현하는 기술’로 정의한 것이나, 기존의 ‘광대역정보통신망’을 거의 변화 없이 ‘초연결지능정보통신망’으로 개정한 것 등은 지능정보화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법적 연구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일 정도다.

앞서 살펴 본 것과 같이 단순히 몇 개의 법률과 법안을 통·폐합했던 「국가정보화 기본법」에서의 문제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정보화의 추진에 있어서 그 역기능에 대한 대응은 매우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이를 굳이 같은 법률에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국가정보화 기본법」으로 개정 당시 폐지된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던 정보문화, 정보격차, 인터넷 중독 등에 관한 규정을 계속 지능정보화에서도 함께 이 법에서 다뤄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디지털포용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일부 정비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능정보화법의 개정에서 함께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능정보화에 관한 기본법으로서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 다양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어 지능정보화법은 종종 다른 법률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기술의 표준화나 거점지구, 그리고 지식재산권에 관한 진정, 교육공무원등의 겸임 또는 겸직에 관한 특례 등의 규정은 기본법에서 굳이 다루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조문들은 각각의 기술법률이나 창업법률 등에서 다룰 문제지 기본법에서 다룰 것은 아니다. 특히 선도사업의 거점지구 관련 조문은 선도사업의 몰이해에서 나온 잘못된 조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지식재산권의 진정에 관한 사항 역시 다른 법률(「저작권법」 등)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으로, 법률의 체계나 위원회(「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제5항에 따른 실무위원회)의 기능과는 무관한 조문이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해 보면, 지금의 지능정보화법이 관연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비록 법률적으로는 기본법이 다른 법률과 달리 취급받아야 할 근거는 없지만, 이른바 한 분야의 기본법이라면 그 분야의 다른 법률에 우선해 그 분야의 기본적인 현상을 규명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 분야의 국가전략방향을 수립하고 각 분야의 특수한 영역을 다루는 세부적 법률들의 충돌과 차이에 대한 해석의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지능정보화에 관한 기본법은 각각의 지능정보기술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 관련 법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법률간의 조화와 융합적 적용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지능정보기술을 통한 지능정보화에 따라 우리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는 법률이 돼야한다.

5. 마치며

이상으로 지능정보화법의 개정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알아보고 한계점을 살펴봤다. 지능정보화의 도래에 따라 사회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대비해 국가의 정책방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지능정보화에 관한 기본법제를 정비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능정보화에 관한 사항만으로 가득차야 할 지능정보화 기본법의 내용은 추진체계가 없거나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등 한계로 인해 그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지금 국회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 이외에도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산업에 관한 법률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과 산업분야의 법률안이 쏟아져 나오고 입법된다면 결국 기본법으로서의 이름을 가진 지능정보화법은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개별적인 지능정보기술에 관한 법률에서 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입법을 통해 진흥과 기술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능정보화와 지능정보사회의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지능정보화법은 지금의 모습에서 좀 더 기본적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각 기술의 개발과 활용 촉진, 관련 산업의 진흥에 관한 사항은 개별 법률에서 다룰 수 있도록 양보하고, 전반적인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을 융합적으로 지원하고 그에 따라 사회 각 분야가 함께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역기능에 대비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지능정보화와 지능정보기술·산업에 관한 기본법이 아니라 「지능정보‘사회’ 기본법」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 KISO저널에 게시 및 수록된 글은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법률 제호에 데이터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지만, 「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안」,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산업분야의 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률은 물론, 데이터의 생산과 이용을 촉진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있다. [본문으로]
저자 : 김형준

한국정보화진흥원 지능화법제도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