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의 의의와 한계

1. 안내서의 취지·배경
가. 2026년 2월, 최종본 발간
2026년 2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관계부처 고위급간담회 직후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가 공개됐다.
발간까지의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10월 13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공지능 개발사와 권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70여건의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11월부터는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했고, 12월 4일 대국민 설명회를 통해 안내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후 수정을 거듭해 마침내 최종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숨 가쁘게 뛰어온 몇 달간의 시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인공지능-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 특별분과의 활동 경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9월 학계·법조계 전문가로 특별분과를 구성하여 내용 검토를 요청했는데, 처음부터 ‘매주’ 대면 회의와 서면 검토를 예정했다. 주단위로 수정된 버전의 초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검토 의견을 회신하기도 전에 새로운 버전이 전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이 제출되기 시작하면서, 다음날까지 검토를 요청하고 즉시 수정안을 마련하여 다시 회람되는 일들이 반복됐다. 확정된 마감 일자가 다가오면서 아예 수시로 메일이 오기 시작했는데, 메일이 발신된 시간을 보면 실무 담당자들의 밤낮 없는 노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림 1. 2025년 12월 대국민설명회(좌), 2026년 2월 관계부처 고위급간담회(우)
나. 배경·취지·목적
보도 자료에는 본 안내서가 ‘인공지능 산업과 문화산업의 상생’을 위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돼있다.1 지향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시작은 권리자 보호보다는 ‘AI 사업자 지원’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한 우려를 일부나마 해소해주려는 취지가 있었던 것이다.
2025년 9월 15일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AI 학습 관련 저작권 데이터 활용’이 가장 첫 번째 의제로 다뤄졌다. 그만큼 AI 사업자들에게 저작권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AI 사업자들은 저작권 분쟁을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TDM 조항 등 입법적인 고려 역시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KORUS FTA 대응 과정에서 저작권법에 ‘공정이용 일반조항’을 신설했는바, AX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공정이용 조항의 모호성으로 인하여 법률리스크 회피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포괄적 일반 조항은 유연성(Flexibility)이 커다란 장점인데, 동전의 양면과 같은 ‘법적 위험’이 부각된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가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법 공정이용 규정(제35조의5)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완화할 수 있는 안내서 출간을 준비하게 됐다.
2. 주요 내용
가. 공정이용 판단의 고려 요소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를 크게 참고한 저작권법 제35조의5 제2항에는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인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공정이용 여부 판단 시 고려할 4가지 요소를 예시하고 있다.
안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학습 맥락에서 공정이용 판단 시 고려되는 네 가지 요소를 설명하였다. 공정이용 해당 여부는 미국에서도 법원마다 다른 판단이 나오는 등 법률 전문가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다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AI 학습데이터에 대해 최종 판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 학습에서 공정이용에 유리한 요소와 불리한 요소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구분해보고자 노력했다. 상업적 목적이나 웹 크롤링 방식의 인공지능 학습이 공정이용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요소에서 불리하게 평가되더라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① 제23조부터 제35조의4까지,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의 경우 외에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개정 2016. 3. 22., 2019. 11. 26., 2023. 8. 8.>
②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개정 2016. 3. 22.>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본조신설 2011. 12. 2.]
나. 공정이용 개별 고려 요소 요약표
안내서의 정수는, 전체 내용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요약표’라고 할 수 있다. 제1요소와 제4요소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고, 변형적 이용 등 세부 요소들은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 세심히 분석하여 공정이용 개별 고려 요소를 하나의 표로 정리한 결과물을 보면(안내서 43면), 집필진의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표 1. 공정이용 개별 고려 요소 요약표(안내서 45면)

표 2. 공정이용 개별 고려 요소 요약표(안내서 46면)
다. 가상의 사례 제시
대국민설명회에서 초안이 발표되자, 언론 등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45면 이하의 ‘공정이용 해설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방송사·신문사들은 “AI가 ‘뉴스’ 학습·제공‥정부 “저작권법 위반”” (MBC), “뉴스 무단 추출해 AI 학습, 공정이용 인정 어려워”(동아일보), “AI 뉴스 요약은 공정이용 인정 어려워”(전자신문) 등의 보도를 내보냈다.
안내서 최종본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공정이용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를 가상의 사례로 4개씩 제시하였는데, 전자의 예시로 ㉮ 공공데이터 기반 비영리 AI 학습 ㉯ 오픈액세스 논문으로 과학기술 요약 AI 개발 ㉰ 이공계 논문의 데이터 분석 AI 개발 ㉱ 영상에서 범죄자의 동작 패턴 분석 AI 모델 개발 사례를, 후자의 예시로 ㉮ 뉴스기사 원문 전체를 학습시킨 AI 요약 서비스 ㉯ 합법적으로 구매한 교과서 학습 및 강의 자료 판매 ㉰ 상업용 스톡 이미지 생성 AI의 저작물 무단 학습 ㉱ 음악 저작물 학습 후 AI 커버 제작 등이 제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현재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건과 유사한 사례의 추가 수록을 요구하거나, 추진 예정인 프로젝트의 공정이용 해당 여부를 안내서를 통해 확인해달라는 요청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특정 사건이나 실제 존재하는 특정 사업 모델은 해설 사례로 분석하지 않았다. 수록된 해당 사례들은 “관련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됨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사례”이며, “유사한 사례 유형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저작물 이용의 맥락에 따라 공정이용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3. 의의와 한계
가. 정부부처가 발표한 최초의 사례
전세계에서 학습데이터 관련 저작권 분쟁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정 이용 조항의 역사가 깊은 미국은 주요 사건만 80여건을 넘어섰고, 캐나다, 영국, 중국, 브라질과 인도 등에서도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AI 사업자들은 공정이용 조항의 법적 모호성을 비판하며 소위 TDM 조항의 신설을 강하게 주장해 왔는데, ‘TDM 조항’의 모범적 사례로 언급되는 EU와 일본에서도 다수의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헝가리 등이 모두 EU 회원국이다. ‘기계 학습의 천국’이라던 일본에서도 니혼게이자이·아사히·요미우리신문 등의 언론사들이 Perplexity를 상대로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2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작권 쟁점에 대해 아직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정부 기관’이 생성형 AI의 학습과 공정 이용의 관계를 분석해 안내서를 발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림 2. Latest U.S. Map of Copyright Suits v. AI companies. Total = 87 (Mar. 5, 2026)

그림 3. World Map of All Copyright Suits v. AI co. (Sept. 12, 2025) 74 total [chatgptiseatingtheworld.com]
나. 부족한 선례, 예단하기 어려운 미래
2011년 공정이용 일반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대법원에서 제35조의5를 정면으로 다룬 판결은 2024년 7월에 이르러서야 최초로 선고됐다. ‘AI 학습데이터’에 대한 공정이용 판단 사례로 국한하면 아직 하급심 판결조차 없다. 판례를 바탕으로 공정이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때문에 안내서 집필 과정에서 미국 Bartz v. Anthropic, Kadrey v. Meta, 독일 GEMA v. OpenAI 등 다수의 해외 판결문을 심도깊게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나름의 시사점은 얻을 수 있겠지만, 이들 역시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권리자에게 유리한 요소와 이용자에게 유리한 표현이 뒤섞여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안내서 초안에 대해 ‘AI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하며, 앤스로픽, 메타 사건 등을 글로벌 동향으로 제시했지만,3 OpenAI가 모델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노래 가사를 복제(저장)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한 2025년 11월 독일 뮌헨 지방법원의 GEMA 판결은 언급하지 않았다. 권리자 역시 유리한 문장만 가져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을 하기 일쑤다. 게다가 주요국의 판결문 중에 최종심이 아직 하나도 없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안내서는 위법 여부에 대한 확정적인 답변을 주지 못한다. 공정 이용 인정 여부는 결국 개별 사안에 대한 법원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의 앤디 워홀 사건(Andy Warhol Foundation v. Goldsmith, 2023), 구글 대 오라클 사건(Google v. Oracle, 2021) 등을 보면 법원에서도 심급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다. 법률 리스크 완화에 기여
AI 강국으로 가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치 긴박한 속도전을 방불케 하며 급박하게 안내서를 마련하였지만, 이 책 한권이 AI 학습의 저작권 문제를 단번에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OX 문제와 같이 명확한 답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려요소와 기준이 제시된 안내서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해할 수 없으면 활용할 수도 없다.4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보완해 나가야 한다.5
그런데 안내서에 대한 비판 중 일정 부분은 저작권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과 과도한 기대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원래 공정이용은 AI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중 ‘일부’만을 해결해줄 수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AI 학습용 저작물에 대해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저작권자들이 반발한바 있는데, 공정이용에 해당하면 아예 보상이 전혀 없는 이용을 허용한다. 그 요건이 엄격하고 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이 선망해온 EU DSM 지침 역시 영리목적인 경우 옵트아웃을 막을 수 없다. 또 개별 사건별로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문장이 일응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이용 조항의 적응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천 리길도 그 시작은 ‘한 걸음’이다. 부족함이 있지만 그 모호함을 일부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안내서가 창작자와 AI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 문화체육관광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발간, 2026.2.26.자 보도자료. [본문으로]
- 日本經濟新聞, “日経・朝日、米AI検索パープレキシティを提訴 著作権侵害で”, 2025.8.26.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D302I50Q5A730C2000000/; 読売新聞, “生成AI検索サービスで記事を無断利用、読売新聞が米新興企業に21億円の賠償請求”, 2025.8.7. https://www.yomiuri.co.jp/national/20250807-OYT1T50142/ [본문으로]
- 유니콘팩토리, “벤처업계 “문체부 공정이용 안내서, AI 혁신 위축…재검토 촉구””, 2025.12.9.자. [본문으로]
- “현장 언어가 아닌 외계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IT Chosun, “‘외계어’로 쓰인 AI 공정이용 안내서… 전문가도 못 읽는다 [줌인IT]”, 2026.3.3.자. [본문으로]
- 안내서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AI 학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사전에 저작권자로부터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분쟁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함.”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2023),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17면. 틀린 내용이 없으나 업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본문으로]

다음 글
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의 주요 내용과 국내 시사점
데이터산업법의 의미와 주요 쟁점
제로트러스트 가이드라인, 새로운 사이버 보안 전략의 시작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의 문제점
‘만병통치약 AI’ 돌팔이 약장수 판별법
‘표현의 자유와 공익의 균형’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자율규제: 허위조작정보를 중심으로
유럽연합 개정 제조물책임지침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스테이블코인 입법 경쟁과 디지털 금융 전략: 한국 vs.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