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정체, 정말 보여준다

제27호 서평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때 보다 강한 시대다.

그 중 이 책의 저자, 케빈 켈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은 독특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케빈 켈리는 기술을 중점으로 다루는 미디어 WIRED(1993년 창간) 공동 창업자겸 편집장이었고,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사이언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고 활동을 하며, ‘위대한 사상가’로 불린다.

2025년까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를 분류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재단(https://www.all-species.org)을 만들었고, 만년 등, 더 큰 단위의 미래를 고민하는 롱 나우 재단(http://longnow.org)의 열혈 지지자다. 십수 년 전에는 세계 일류 헤드 헌팅 회사의 CEO로 ‘올해의 헤드헌터’라고도 불렸고, 젊은 시절에는 대학을 그만두고 오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케빈켈리

그의 아이디어는, 인류 역사에서 이미 30년 이상 지속되어온 편향적인 특성을 찾아 그 방향성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자는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피할 수 없는 방향성을 찾아 보자는 아이디어 자체도 신선하지만, 그렇게 해서 뽑아낸 키워드들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핵심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가이드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1. 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다 Becoming

2.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 하다 Cognifying

3. 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다 Flowing

4. 현재는 읽지만 미래는, 화면보다 Screening

5. 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 Accessing

6.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 공유하다 Sharing

7.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걸러내다 Filtering

8. 섞일 수 없는 것을, 뒤섞다 Remixing

9. 사람들에게 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하다 Interacting

10. 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다 Tracking

11. 가치를 만들어 낼 무언가를, 질문하다 Questioning

12. 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다 Beginning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AI에 대해 저자는 ‘외계인을 만난 것과 비슷하다’ 고 표현한다. 지금까지의 혁신은 빨래가 세탁기로, 빗자루질이 청소기로 변하는, 한마디로 ‘전기화’ 되는 혁신이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인지화’ 되는 혁신이다. 이제 세탁기에 AI 가, 청소기에 AI 가 나아가 부동산, 간호, 건설, 윤리 등 세상 모든 것에 AI 가 더해질 텐데, 바로 그 AI 가 외계인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세상을 인간의 인지체계로 바라봤다. 예를 들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사랑하고 인정받으며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홀로 생활하는 호랑이의 사회성은 어떨까. 개구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느끼는 인지체계를 가졌을까? 행복이라는 감정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런 면에서 외계인도, AI 비슷한 존재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종의 인지체계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우리는 여러 인간들의 생각을 모아 풀어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문제는 여러 종의 인지체계를 모아 풀게 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 이종이 도출해 낸 풀잇법을 믿기 위한 도구,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 시대가 오면 과학 하는 방법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고, AI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협업하느냐가 성공의 핵심 조건이 될 것이다.

정확하고 ‘값싼’ 아날로그 사본들을 가능케 한 산업 시대를 지나, 이제 정확하고 ‘무료’인 디지털 사본들의 시대인 정보 시대다. 기계와 사본의 시대에서 인간이 설 자리에 대한 논의는 이 시대 핵심 화두다.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어떤 가치에 의미를 두고 경쟁력을 키워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시원하게 정리해준다. 바로 이런 가치들이다.

1. 영화의 개봉작, 출판물의 초판과 같은, 즉시성(immediacy)

2. 내 DNA에 맞춘 약물이나 내 취향에 맞게 편집된 영화과 같은, 개인화(personalization)

3. 상품은 점차 무료가 되어가지만 그 사용 설명서가 고부가가치가 되는, 해석(interpretation)

4. 버그나 멀웨어에 대한 걱정을 덜기 위한 비용인, 진품성(authenticity)

5. 클라우드 시스템처럼 소유하고 유지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접근성(accessibility)

6. 저자와의 대화나 직접 가는 콘서트 등의, 체현(embodiment)

7. 적절한 방법으로 직접 창작자에게 전달되는, 후원(patronage)

8.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추천이나 평가, 바로 발견성(discoverability)

그 외에도, 소유자가 없는 망(네트워크, 클라우드 등)이 등장하게 되면 고민해야 할 많은 질문들, 책의 사회화(위키피디아는 최초로 망을 이룬 책이다)가 앞으로 가져올 ‘정보’ 영역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되감기’ 즉 검색/편집이 가능해지면서 음악과 영상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 주목받지 못했던 온갖 구석의 비베스트셀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대, 결국 우리의 뇌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에 대한 이슈 제기까지, 흥미로우면서 철학적이기도 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한 챕터를 할애한 ‘Questioning’ 에서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질문들, 그리고 답을 찾아야 할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의 차별점은 질문하는 본능이고, 좋은 질문은 인간의 존재를 묻는 것이다.

– 좋은 질문은 정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 좋은 질문은 즉시 답할 수 없는 것이다.

– 좋은 질문은 기존 답에 도전한다.

– 좋은 질문은 일단 들으면 답을 알고 싶어 못 견디지만, 듣기 전까지는 아예 생각도 못한 것이다.

– 좋은 질문은 새로운 사고 영역을 낳는다.

– 좋은 질문은 자신의 답들을 재구성한다.

– 좋은 질문은 과학, 기술, 예술, 정치, 경제에 혁신의 씨앗이 된다.

– 좋은 질문은 탐침. 만약~이라면 시나리오다.

– 좋은 질문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의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어리석지도 명백하지도 않은 것이다.

– 좋은 질문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 좋은 질문은 교양 있음을 보여주는 표지가 될 것이다.

– 좋은 질문은 다른 많은 좋은 질문을 낳을 것이다.

– 좋은 질문은 기계가 마지막으로 배우는 것이 될 수 있다.

– 좋은 질문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는 것이다.

중간 중간 마치 영화를 보듯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미래 일상 생활에 대한 묘사는 책의 백미 중 하나인데, 저자는 그렇게, 미래를 아름답고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게다가 지금이 아직 그 무엇도 시작도 되지 않은 출발점, 더 많은 기회가 있고, 장벽은 낮고, 조건도, 수익률도 좋은, 올라타면 되는 시점으로 설명하며, 언제부터인가 주눅 들어 있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어찌 보면 저자가 너무 아름답게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 한 편에 의심도 솟아오르지만, 미래에 대해 고민해온 사상가로서 변화무쌍한 시대 흐름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책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치 / 정책 / 인식의 수준도 균형을 맞추어 성장해서,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상상의 방향으로 미래의 정체가 드러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 : 김연지

카카오 인프라실 소속 (* SNS. brunch.co.kr/@greenful), 국내에서 '인터넷=한메일'로 통하던 시기에 한메일 개발자로 시작하여, 유저와 맞닿은 서비스부터 백엔드 시스템까지 다양한 IT 프로젝트의 개발과 PM을 맡아왔다. 개발자의 시선으로 이슈를 바라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즐기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신나게하는데 관심이 많은, 개발자 스테레오타입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 관심사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 미래와 인간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