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협회 (ISPA UK)

영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협회 (ISPA U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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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협회 (The Internet Services Providers’ Association, 이하 ISPA UK)는 1995년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이익 (혹은 동업자) 단체다. ISPA UK는 영국의 인터넷 산업 전반에 걸쳐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회원들이 원하는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한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국 경제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자 영국의 온라인 환경 개선 노력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터넷 자율규제와 관련한 ISPA UK의 활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조직 구성

ISPA UK는 영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인 BT, Virgin Media, TalkTalk, Sky 등을 포함해서 200개가 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및 관련 기관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사회 (Council), 분과위원회 (Subgroup), 그리고 사무국 (Secretariat) 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이사회 (Council)

이사회는 협회의 최고 심의/의결 조직이며, 최대 10명의 회원 관련자들로 구성되어있다. 이사회는 협회의 주요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사안별로 협회의 입장을 정리하며, 협회의 핵심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 하는 곳이다. 2017년 4월 현재, 총 10명의 회원 대표자들이 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대표자를 둔 회원 단체는 Sky, Gigaclear, Metronet (UK), Virgin Media, BT, Bridge Fibre, ASK4, LINX, Entanet, Avonline Broadband 이다.

  • 분과위원회 (Subgroup)

분과위원회는 협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회원들간에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협회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는 공간(forum)이다. ISPA UK의 회원들은 이곳에서 전체 협회 차원의 문제는 물론 개별 회원과 관련된 특정 현안들도 논의할 수 있으며, 협회는 회원들이 분과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안별로 ‘브로드밴드 (Broadband)’, ‘콘텐츠 관련 법적 문제 (Content Liability)’, ‘인터넷 윤리 (Internet Safety)’, ‘법적 규제 (Law Enforcement)’ 등의 분과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 사무국 (Secretariat)

사무국은 주로 이사회와 분과위원회 활동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협회의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조직이다. ISPA UK에 따르면, 사무국의 행정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Political Intelligence라는 인터넷 관련 행정 서비스 전문 업체에서 관할하고 있다.

 

  1. 인터넷 자율규제 관련 활동

ISPA UK는 특정 사안에 대한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인터넷 산업의 경쟁력 제고, 혁신, 보다 나은 온라인 환경의 제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 중 인터넷 자율규제와 관련한 ISPA UK의 활동은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 (Internet Watch Foundation, 이하 IWF) 지원과 영국 공공부문 (정부, 의회 및 관련 공공기관)과의 협업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 (IWF) 지원

ISPA UK는 영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자율규제 기구인 IWF2의 설립에 기여함은 물론, 이후 재단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영국 내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우선, ISPA UK는 IWF의 설립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96년 영국 경찰은 ISPA UK에 아동 관련 불법 온라인 콘텐츠를 규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 경찰, 관련 정부부처, 인터넷 사업자들간에 온라인 콘텐츠의 등급(rating), 신고 (reporting), 책임 (responsibility)과 관련한 내용의 합의서 (R3 Safety Net Agreement)가 체결된다. IWF는 바로 이 합의서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3 자연스럽게 ISPA UK는 IWF의 설립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고, 지금까지 20년 이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ISPA UK는 IWF의 상임 회원 (permanent membership)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기금위원회에도 참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IWF의 활동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ISPA UK는 회원 규약 (code of practice)을 통해 회원들이 IWF의 활동에 협조할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이 IWF의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협조하고 동참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 점은 아래의 ISPA UK 회원 규약 (‘5. Internet Watch Foundation’) 내용을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협회 회원은 자동으로 IWF의 회원이 되진 않지만, 별도로 IWF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우리 협회는 IWF의 주요 활동 (불법 사이트/게시물의 삭제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회원들은 IWF와 관련된 다음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 우선, 모든 회원은 IWF 의 통보를 접수할 수 있는 별도의 연락처를 협회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IWF가 협회 회원이 관할하고 있는 특정 사이트가 불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오면, 통보를 받은 해당 협회 회원은 즉시 관련 사이트 및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 만일, 해당 사이트나 게시물의 삭제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통보 받은 회원은 최대한 신속하게 그 사유를 IWF에 전달해야 하며, IWF 혹은 관련 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는, 삭제한 내용의 복사본을 상당기간 보관해야 한다. 끝으로, 협회 회원들은 IWF의 제반 공지나 권고 사항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 영국 공공부문 (정부, 의회 및 관련 공공기관)과의 협업

ISPA UK는 다양한 공공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영국 내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ISPA UK는 ‘인터넷 윤리 분과위원회’ (Internet Safety Subgroup)를 통해서 온라인 윤리 확립 및 감시 활동을 위해 정부 부처, 사법 당국 등과 긴밀히 공조해 나가고 있다.4 구체적으로, 협회는 아이들에게 좀 더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설치된 영국 내무성 (Home Office)의 인터넷 아동보호 전담반 (Task Force on Child Protection on the Internet), 국가범죄수사국 (National Crime Agency) 산하의 아동 착취 및 온라인 감시 센터 (Child Exploitation & Online Protection Centre)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ISPA UK는 공공 부문의 인터넷 규제 활동이 기존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또한 ISPA UK는, 영국 정부의 인터넷 관련 행정 조치와 의회의 온라인 관련 입법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관련 토론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ISPA UK가 보다 나은 온라인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부문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써, 결과적으로 영국의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을 위한 기존의 사회적 토양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림> ISPA UK의 대 정부/의회 정책 제언 내용

ISPA
(출처: ISPA UK 홈페이지)

 

예를 들어, ISPA UK는 정부가 주도하고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법안 (Digital Economy Bill)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5 영국 정부가 2009년 9월에 제안한 디지털 경제법안은 법원의 판단 없이도 인터넷 사용자의 접속 차단을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법안은 영국 하원 (The House of Commons), 상원 (The House of Lords)의 위원회 심의 (Report stage)를 통과해서 2017년 4월 법률로 공포되었다.6 이 과정에서 ISPA UK는 디지털 경제법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ISPA UK는 성명을 통해 “동 법안은 이해관계에 있는 정당에 의해 충분한 고려 없이 성급하게 작성된 법안에 불과하고, 저작권자들에게 저작권 침해로 의심되는 사이트에 대한 폐쇄를 명하는 법원의 이행명령을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행위”라고 비판하며 법안 시행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7 또한 ISPA UK는 이 법이 결과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지나치게 강화시켜서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20년간 쌓아온 영국의 온라인 환경 개선 노력의 성과를 해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8

 

  1. 요약 및 시사점

ISPA UK는 IWF를 그 설립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으며, 협회 회원들 (인터넷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기업/단체들)이 IWF의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반드시 협조하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독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영국의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기여해오고 있다. 특히, ISPA UK의 회원 규약이 단순히 권고 사항이 아니라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조건임을 감안할 때, ISPA UK의 IWF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 지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한, ISPA UK는 불법 인터넷 콘텐츠를 감시하는 공공 부문의 활동에도 참여함은 물론, 전체 인터넷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정책이나 의회 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영국 내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SPA UK의 활동을 살펴본 후,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과 자율규제 기구간의 관계는 어떠한지, 이 관계가 전반적인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ISPA UK가 기본적으로 이익 집단의 성격을 띄고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지만, 협회는 회원들에게 IWF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자율규제 활동에 동참하고 협조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전체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결국 개별 회원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또한 인터넷 자율규제 기구들은 이러한 공감대를 협업의 기초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ISPA UK가 IWF와의 협업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과 자율규제 기구들의 협업 과정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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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대부분 ISPA UK 홈페이지 내용을 참고로 하여 작성하였다. Available: https://www.ispa.org.uk/

2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2015). 영국 인터넷 감시재단(IWF, Internet Watch Foundation). 『KISO저널』, 18호, 44~47.

3  IWF 홈페이지. Available: https://www.iwf.org.uk/what-we-do/why-we-exist/our-history

4  동 분과위원회에서는 IWF 및 민간 온라인 감시센터 (Get Safe Online)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Available: https://www.ispa.org.uk/policy/regulatory-issues/

5  BBC News (2012.4.26). Digital Economy Act’s anti-piracy measures are delayed. Available: http://www.bbc.co.uk/news/technology-17853518

6  영국 의회 홈페이지. Available: http://services.parliament.uk/bills/2016-17/digitaleconomy.html

7  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 (2010). Copyright Issue Report 제5호 [유럽] 영국, 디지털경제법안 (Digital Economy Bill) 상원 위원회 심의 통과, ISPA UK 등 찬반 논란 가속화. Available: http://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trend/the-copyright/download.do?brdctsno=8540&brdctsfileno=4946

8  ISPA UK 보도자료 (2016). The Digital Economy Bill should not harm the Digital Economy. Available: https://www.ispa.org.uk/digital-economy-bill-not-harm-digital-economy/

저자 : 박욱범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