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검색어 ‘친일파’에 관한 심의결정 리뷰

1. 자동완성/연관검색어에 관한 정책 설정의 배경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2009년 설립된 이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규정된 임시조치제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법문에 규정된 “권리가 침해된 경우”, “침해사실의 소명”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임시조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회원사들이 정보통신망법과 KISO의 정책규정에 의해서도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치를 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의 규정과 KISO의 위 기준은 모두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한 제3자의 권리침해 주장을 전제로 하므로, 회원사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용자의 검색 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공되는 자동완성검색어(또는 서제스트 검색어)나 연관(또는 관련)검색어의 경우(이하 ‘연관/자동완성 검색어’)에도 특정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포함될 수 있고, 전후 맥락에 의해 명예훼손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게시물의 경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자동완성/연관검색어에 의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자는 직접 포털서비스 운영자에게 그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특히 선거기간 중에 그 요청이 빈발하게 되었으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여부를 포털서비스 운영자가 직접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포털서비스 운영자는 서비스 운영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KISO에게 그 판단 기준 마련과 구체적인 사례의 심의를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KISO는 자동완성/연관검색어 서비스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삭제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였고, 회원사가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치를 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였다.

 

2. 자동완성/연관검색어에 관한 정책 개요

KISO는 2011년 10월 5일 ‘선거기간 중에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검색어 목록에 관한 정책’1 을 마련하여 선거기간 중에 공직후보자와 관련된 연관/자동완성 검색어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거나 허위사실임이 증명된 경우가 아닌 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후 KISO는 2012년 7월 25일 기간에 관계없이 적용하며 명예훼손 외의 권리침해를 기준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검색어 관련 정책’을 결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원칙적으로 인위적 생성이나 변경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제3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경우,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해당 연관/자동완성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기준은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에 관한 것인데, 구체적인 기준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에 관한 기준

<표 1>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에 관한 기준

 

3. 연관/자동완성 검색어인 친일파에 대한 심의 사례

. 결정의 개요

국회의원 ○○○라는 단어를 검색하고자 할 경우 함께 제시되는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검색어 ‘친일파’에 관한 것이다. 신청인은 심의대상 검색어가 허위사실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청하였는데, 정책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삭제를 결정하였다.

. 차별적 표현인지 여부

정책위원회는 ‘종북’, ‘빨갱이’라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4호2 에 해당함을 근거로 삭제를 의결한 바 있어3 , ‘친일파’라는 단어도 이와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하지만 정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등이 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어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이 발표되기도 하였음을 근거로, ‘친일파’라는 검색어는 위 제1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특정집단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단어에 해당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친일문제 또는 친일청산문제는 제헌국회에서 국권강탈에 적극 협력한 자,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가나 그 가족을 박해한 자 등을 처벌할 목적으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한 적이 있으며 최근의 국회에서도 위와 같은 특별법을 제정할 정도로 제도적인 문제이며, ‘친일파’라는 단어는 그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일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할 경우 이를 차별적 표현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정치적 공방과정에서 일정한 근거가 있는 경우 친일파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런 공방 과정에서 친일파라는 관련 검색어가 생성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삭제 신청을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인호 친일파’와 같은 경우가 그렇다. 위 연관검색어는 정치적 공방 과정에서 나온 친일파라는 주장과 이에 대한 다수의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어, 사회적 논란 속에 있는 검색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의 경우 신청인 부친의 친일경력이 주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2005년에 서울대일제잔재청산위원회에서 신청인의 부친을 친일인사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언론보도가 있음), 신청인 본인에 대한 논란이 없는 상태에서, 이것만을 근거로 신청인과 친일파를 연결짓는 검색어를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신청인이 친일파 재산 환수 관련 법률에 반대했다고 하여, 곧바로 친일파라고 지칭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전제로 정책위원회는 본 사안에 대하여 “심의 대상 검색어에 의한 검색 결과에는 신청인을 친일파로 주장하는 언론보도나 국회에서의 논란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신청인이 친일파 재산 환수 관련 법안의 논의 과정에서 다른 의원과 함께 해당 법안을 반대 하였다는 내용의 기사 및 게시물과, 신청인의 가족의 친일 경력에 관한 것이 검색결과의 주내용이다. 이렇게 심의 대상 검색어에 의한 검색결과와 심의 대상 검색어 사이의 관련성이 낮고, 심의 대상 검색어와 관련된 논쟁에 관한 다른 근거도 없으므로, 위원회는 심의 대상 검색어를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판단”하고 그 삭제를 결정하였는 바, 타당한 결정이라 생각된다.

 

4. 심의결정의 의미

본 사안에 대한 심의결정은 ‘친일파’는 ‘빨갱이’라는 검색어와 달리 차별적 표현이 아니며 각종 법률에 따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검색어라는 점, 따라서 공적 인물에 대해 일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친일파’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에 따라 관련 검색어가 형성될 경우 이를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정리하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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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세한 사항은 이해완, 정책결정 리뷰, KISO저널 제5호, 2011. 11. 28. 참조 [본문으로]
  2. “특정한 개인이 권리침해 등을 이유로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한 경우로서, 연관검색어 등 자체가 특정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연관검색어 등으로 그러한 단어를 현출시키는 것이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본문으로]
  3. 심의결정 2013심25호. 정책위원회는 위 결정에서 “정책위원회는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단어가 특정인의 이름과 결합하여 특정인을 연관짓는 검색어로 함께 제시될 경우, 특정인의 성향을 극단화시키고 낙인찍는 효과가 너무 크고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해당 연관검색어에 대한 일정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하며, ‘차별적 표현완화를 위한 정책기준’을 마련한 후, 그 첫 사례로 본 사안을 적용하여, 그 삭제를 의결하였다. [본문으로]
저자 :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KISO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