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투명성 보고서 발간의 의미와 과제

1. 문제제기

2015년 1월 23일, 다음 카카오는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1 를 발간하였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네이버도 정보보호리포트2 를 발간하였다. 명칭은 상이하지만 투명성 보고서는 각사의 개인보호정책을 배경으로 1년 단위의 정부 요청 건수를 공개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서버의 해외 이전이나 제도적 항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회적으로 규제 건수를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약한 항의(weak voice)’로 평가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시적인 첫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기대치만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투명성 보고서 발간이라는 사실에서 의미 있는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보고서가 무엇을 어떻게 공개했는가와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일 것이다.

 

2. IT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 발간 현황

위키릭스(Wikileaks), 스노든(Snowden), 프리즘(PRISM) 등의 사건이 불거진 이래 정부의 전방위적 감시 가능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세계 38개 IT 기업은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각 기업의 첫 발간 시기는 공교롭게도 위 사건들이 공론화된 2013년부터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 1> 기업별 투명성 보고서 최초 발행 시기

<표 1> 기업별 투명성 보고서 최초 발행 시기

IT 기업의 역사가 10년 이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투명성 보고서 발간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첫째, 기업별로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너무 적어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가장 먼저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것이 그 추정의 근거이다. 둘째, 개별 기업은 이미 충분히 개인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아동포르노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기업별 콘텐츠 삭제 원칙은 현행법에 근거하여 충분히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셋째, -아마도 이 셋째 이유가 결정적인 이유이자 현재 투명성 보고서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일텐데-, 정부의 감시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시민사회에서도 IT 기업의 데이터가 이용자도 모르게 서비스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안팎으로 감시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는 위험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투명성보고서 발간이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 38개 IT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

 

3. 투명성 보고서의 내용

투명성보고서가 무엇을 투명하게 밝히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다음과 네이버를 포함하여 전 세계 40개 IT 기업의 투명성보고서에는 단순한 정부의 정보 요청 건수뿐만 아니라 삭제 요청 건수가 게시된다. 이 건수 규모는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 미국 정부의 경우에는 그 요청 건수마저 자세히 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대략의 범위만 공개한 경우도 있다. 둘째, 단순 데이터 제시와 함께 국가별 랭킹이 발표된다. IT 기업의 경우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떤 국가에서 어떤 이유로 정보를 요청하고 정보 삭제를 요청했다는 것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국가별 랭킹 정도로 공개한다. 이 순위를 보면 단지 억압적인 독재국가 뿐만 아니라 민주국가에서도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외의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셋째, 데이터 공개에 있어서 형식의 충실함을 기한 경우도 있다. 즉, 데이터+해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규제 요청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정부부처나 시민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 공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재의 관련 제도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표 2> 투명성 보고서의 내용과 발표 형식

분류 세부 내용 해당 기업 기업수
계량통계 개인 정보 요청 건수 AOL, Apple, CloudFlare, Comcast, CREDO, CyberGhost, Dropbox, Facebook, Google, LeaseWeb, LinkedIn, LOOKOUT, Microsoft, Pinterest, POSTEO, Rogers, SaskTel, Sonic.net, TeliaSonera, Telstra, TELUS, TimeWarnerCable, Twitter, Verizon, Wickr, Wikimedia, WordPress, Yahoo! 28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 Facebook, Google, LeaseWeb, Microsoft, Twitter, Wikimedia, WordPress 7
명예 훼손 관련 삭제 요청 건수 Google 1
프라이버시․보안 관련 삭제 요청 건수 Google, tumblr 2
압수 수색 영장 건수 CloudFlare, Comcast, Dropbox, LinkedIn, tumblr, Twitter, Verizon, Wickr 8
법원 명령 건수 CloudFlare, Comcast, Dropbox, LinkedIn, Pinterest, Rogers, SaskTel, Sonic.net, Telstra, TELUS, tumblr, Twitter, Verizon, Wickr 14
소환장 건수 CloudFlare, Comcast, CREDO, Dropbox, LinkedIn, Pinterest, Sonic.net, TELUS, tumblr, Verizon, Wickr 11
정보 제공 건수 (비율) Apple, CloudFlare, Comcast, CREDO, Google, LOOKOUT, LinkedIn, Sonic.net, TeliaSonera, tumblr, Twitter, Verizon, Wickr, Wikimedia, WordPress, Yahoo! 16
비교통계 국가별 건수 Apple, CyberGhost, Facebook, Google, LeaseWeb, LinkedIn, Microsoft, TeliaSonera, tumblr, Twitter, Verizon, Vodafone, Wikimedia, , WordPress, Yahoo! 15
미국과 글로벌의통계 구분 AOL, AT&T, Dropbox, Evernote, Facebook, LinkedIn, Mapbox, TimeWarnerCable, tumblr, Verizon, Wickr 11
제도 근거법 AOL, Apple, Dropbox, Facebook, Google, LinkedIn, Pinterest, Rogers, SaskTel, Telstra, TELUS, tumblr, Twitter, Verizon, Vodafone, Wikimedia, Wind Mobile, WordPress 18
요청 거부 근거 Apple, Dropbox, Evernote, Facebook, Google, Microsoft, TimeWarnerCable, tumblr, Twitter, Verizon, Wickr, Wind Mobile, WordPress, Yahoo! 14
콘텐츠 성실성 법적 용어 설명 Apple, Comcast, Dropbox, Facebook, Google, LOOKOUT, Microsoft, Pinterest, POSTEO, SaskTel, TeliaSonera, tumblr, Verizon, Wickr, Yahoo! 15
상세 정보 제공 Dropbox, Evernote, Facebook, Google, Microsoft, TELUS, tumblr, Verizon, Vodafone, WordPress 10
완결 보고서3 Microsoft, Rogers, SaskTel, TeliaSonera, TELUS, tumblr, Verizon, Vodafone, Wind Mobile 9
한국어 서비스 한국어 서비스 Dropbox, Evernote, Facebook, Google, LinkedIn, Twitter 6

 

4. 다음카카오의 투명성 보고서

다음카카오의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포털의 투명성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IT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주권에 대한 본격적인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잘한 일이다. 둘째, 투명성 보고서 내용의 수준이 단순 데이터 공개에서 제도적 항의까지 이루어지는 다양한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국내 투명성 보고서는 그 중간 즈음에서 정확한 데이터 제시와 관련법 제시를 통해 적절한 이용자 보호 정책 강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최저 수준보다 훌륭하며 보고서의 완결성도 높은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투명성 보고서에 2012년부터 연도별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기업의 지속적인 투명성보고서 발간과 데이터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보호의 계기를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미래를 희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행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주로 이용자의 입장에서 투명성 보고서에 대해 좀 더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투명성보고서에서 제시한 요청건수 및 처리건수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즉, 어떤 이유로 왜 그렇게 요청하고 처리했는가가 하나의 관련법에 근거하였다고 보기에는 매우 다양한 사례가 그 데이터 안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물론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그러한 세부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오로지 데이터 건수만 갖고 논의할 뿐 더 이상의 논의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별히 보도되는 큰 사건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 내 정보가 추적될 수 있고, 삭제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투명성 보고서는 단지 이용자보다는 기업의 투명성만을 ‘홍보’하는 일방적인 차원에 머물 가능성이 높게 된다. 즉, 이용자 보호를 위한 투명성 보고서라는 원래의 목적이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냉정히 말해서 기업이 굳이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할 필요는 없다. 발간하지 않아도 기업이 알아서 이용자 보호를 잘 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은 서비스 탈퇴를 하거나 강력히 항의하는 방안을 취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정부, 시민사회 모두가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라면 권리만큼 의무 이행도 절실하다는 것을 좀 더 강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 즉, IT 기업은 찾기 어려운 위치에 어렵게 투명성 보고서를 숨겨두기 보다는 –글 서두에 제시한 투명성보고서 위치를 나타내는 URL의 반복되는 / 표시는 이 정보가 어느 정도의 깊이(depth)에 포함되어 있는가를 나타낸다- 전면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업의 책무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애초에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는 제도적 대응을 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법은 고쳐야 하고, 관련 부처에서는 최소한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 발간에 대한 논평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사회에서는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가 과연 투명한 것인가에 대해 역평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행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투명성 보고서란 다만 ‘이렇게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면피 행위에 다름 아니다.

즉, 투명성보고서의 발간은 매우 환영할만한 것이며, 앞으로 진정한 네트워크 사회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첫 단추가 끝까지 의미 있게 채워지기 위해서는 기업, 정부, 사회의 적극적인 반응이 동시에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내 정보를 기업이나 정부가 고민하는 세상보다 내 정보를 내가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하는 세상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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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vailable: http://privacy.daumkakao.com/transparence/report/request [본문으로]
  2. 관련 사이트의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의 정보보호리포트는 2012년부터 발간되었지만 통상적인 투명성보고서에 포함되는 데이터를 제시한 것은 2014년 정보보호리포트가 최초이다., available: https://nid.naver.com/user2/privacycenter/info.nhn?m=viewCertReport [본문으로]
  3. csv 형식이 아닌 PDF 보고서 형식 [본문으로]
저자 : 조희정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