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보호 등의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장조사기관 Gartner의 발표에 따르면, 위치정보에 기반한 전세계 LBS(location based service)는 전세계적으로 2012년 90억달러 규모까지 증가될 것으로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수치는 2007년도에 비하여 해당 산업이 약 18배정도 급성장하였다는 의미이다. 초기 이동통신기기의 부가서비스 개념에 불과했던 위치정보 기반의 서비스들을 생각해 볼 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스마트폰 보급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과 연계된 서비스 개발은 LBS와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 10월 현재 위치정보사업자수가 55개사, 위치기반사업자수가 137개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러한 위치정보기반 서비스들을 평소에는 거리낌없이 이용하면서도 위치정보제공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적으로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요사이 나타나는 개인정보 유출사례 등으로 인한 좋지 않은 경험이 축적되고, 기업들에 의하여 수집, 가공, 활용된 나의 정보가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불안함 없이 문명의 발전을 자유롭게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
아주 극단적으로는 일부 개인과 관련된 정보들을 야금야금 프라이버시의 범주에서 빼버리는 방법이 있다. 이미 1964년에 저널리스트인 Vance Packard는 그의 저서 ‘The Naked Society’에서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프라이버시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라는 개념구성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들은 오늘날에도 법학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다양한 학문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 미국 프라이버시보호법제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해왔던 Daniel Solove 역시 ‘Understanding Privacy(2009)’에서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어족개념을 활용하여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익이 있는지를 버텀업방식으로 살펴보면서 불명료한 결론으로 마무리하기도 하였다. 기술의 발전으로 프라이버시의 개념조차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은 맞긴 하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문제는 사적, 공적 부문의 통제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고 그것은 개인들의 생명, 신체적 안녕과 그리고 정신적 행복추구와 연결되어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가치도 아니다. 지금도 공적 영역의 규제자들은 여전히 개인들에 대한 통제를 놓지 않으려 하고 그러한 통제규범들은 프라이버시 법들과 충돌되고 뒤틀린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법, 망법 등에서 나타나는 실명제법들은 다른 개인정보보호정책들을 마비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또한, 사적 영역에서는 데이터 마이닝 기법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마케팅 전술이 다양해지면서 개인들의 일상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대한 욕망 역시 함께 증대되고 있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나왔던 것처럼 까발려지듯 공개된 개인에게 일상은 광고와 마케팅의 홍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른 위치정보는 현재 어떤 식으로 규제되고 있는가.
다른 나라처럼 단일 프라이버시보호법이 없어 동의없는 수집에 대한 일반적인 법적 규제가 공백인 미국에서는, 통신사업자에 한정하여 위치정보를 규제하고 있다. 1996년 통신법에서는, 고객의 명시적 사전승인없는 위치정보의 사용 또는 공개, 접근을 금지하여 통신사업자가 가입자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도 위치정보에 대한 규제법을 만들려고 노력한 전례가 있다. 2001년 위치프라이버시보호법안이 제출되어 위치기반 서비스제공자는 고객에게 고객의 위치정보 수집, 사용 등에 대해 명확하게 고지하여야 하며 수집, 사용, 저장 제3자에 대한 공개 또는 접근 허용에 앞서 동의받도록 시도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하였다. 2011년에도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소비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 공유하기 전에 명시적인 동의를 취득할 것을 요하는 위치프라이버시보호법안이 다시 제출된 상태이다. 이러한 규제의 공백속에서 행태추적 마케팅이 성업중인 미국에서, FTC가 이를 규제하기 위한 ‘DO NOT TRACK(2010)’ 계획을 발표하였을 때, 그 규제수단의 비적절성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도대체 왜 미국의 프라이버시보호법제는 다른 나라와 달리 극도로 형편없는가라는 논의가 심각하게 이루어진 것을 보면, 미국의 경우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서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이러한 프라이버시규제에 대한 자유방임적인 태도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위치정보에 관한 보호법안이 입법화되어 있다. 위치정보의 진흥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모순될 수 밖에 없는 ‘진흥’과 ‘보호’가 하나의 법안에 뭉쳐 있다는 점이다. 모순되는 법적 목적은 각 조항들의 체계와 법문들을 애매하게 만드는 가장 심각한 요소이다. 진흥과 규제를 함께 고려한 나머지 위치정보 사업자들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긋기가 어려울 지경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 버렸으며, 관련업종은 특정 거대 사업자나 하는 사업으로 해석되어 진입규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국가가 강제로 부여한 개인식별번호 베이스의 실명제가 있는 나라에서,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되어 특정개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개인위치정보’의 처벌은 엄격하게 함으로써 실명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위치정보보호의 책임이 발생하는 이상한 구조의 법이 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구글, 다음의 위치정보 무단 수집 무혐의 사례는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치정보보호법의 문제점이었다. 법 제2조 제2호의 개인위치정보의 범위는, 특정 개인의 위치정보(위치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의 위치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을 포함)를 의미하는데, 법문만으로는 어느 범위까지가 용이하게 결합되는 것으로 보는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다음, 구글의 경우 수집된 정보는 위도, 경도 등 GPS 위성정보이고, 스마트폰 접속 IP는 항상 옮겨 다니기 때문에 이러한 스마트폰 접속 IP주소만으로는 개인위치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 사건을 종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애매한 점을 그대로 놓고 해석만으로 정리해 보았자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근본적으로 이 법은 진흥과 보호를 따로 떼어내고, 보호의 범위는 좀 더 엄격하게 법문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위치정보이용과 관련된 산업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평가를 받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아닌 불안한 심리적 감정만을 보호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위치정보의 문제를 포함한 미래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두려움과 불안함에 대한 심리적 보호보다는,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통제권을 각 개인정보 보유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실천은 ‘미래세상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개인들이 최초에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였더라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엄격한 의미에서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잊혀질 권리’라는 신종개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카오스적 상황에서 그나마 익명성은 현대 프라이버시 개념에서 통제권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 부를만 하다. 온라인상의 네트워크와 기술들이 익명성을 지향하고, 법과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야 말로, 실명제 기반위의 위치정보의 진흥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보여주는 가식적인 모습보다 훨씬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개인에게 통제권과 익명권이 주어진 시스템내에서는, 프라이버시의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이용자 친화적인 근사한 미래세상을 꿈꿔 볼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의 환상과 꿈을 강조하는 폴발레리의 명언은, 오늘날의 실효현실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발전하면서 개인들은 머릿속의 환상들을 현실과 결합시켜 가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은 더 이상 유리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며 이 과정에서 위치정보는 둘 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기간 중 위치정보를 활용한 인증샷놀이는 환상과 현실이 결합되고, 시민들의 꿈꾸는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것에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국가의 통제, 감시수단으로 활용되던 기존의 법과 시스템 위에, 사기업들이 마케팅을 위해 개인정보들을 마음껏 활용하는 현재의 문제는 우선 실명제를 폐지함으로써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위치정보와 관련된 논란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과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