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NFT에 주목할까

1. NFT를 이해하려면

지난 3월 전세계 예술계를 충격에 빠트린 일이 발생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마이크 윙클맨)이 NFT(대체불가능토큰, Non-fungible Token)로 만든 <매일: 첫 5000일>이라는 디지털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당시 약 785억 원)에 낙찰됐다. 미술사에서 역대 세번째로 높은 낙찰가였다. 제프 쿤스의 <토끼> 9110만 달러,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9030만 달러 다음으로 비싼 작품을 NFT가 차지한 것이다.

매일 : 첫 5000일. 출처=비플/크리스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NFT는 예술계뿐만 아니라 이제 수집품, 게임, 스포츠 등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도대체 NFT가 무엇이길래 왜 이리 너도 나도 NFT를 발행하고 비싸게 사고 파는 것일까. 올 상반기 코인(가상자산,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힘 입은 한때의 유행일까. 아니면 우리는 메타버스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개념을 발명하게 된 것일까.

NFT를 이해하려면 먼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의 철학과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고, 왜 가상자산(암호화폐, 코인) 가격이 오르는지 알아야 NFT라는 새로운 현상의 윤곽이 그나마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하면 대부분 비트코인을 떠올리지만, 블록체인과 코인은 다른 층위에 있다. 일단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분리해보자. 자신의 컴퓨터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연결해 운영에 일조하는 이들을 노드(Node)라고 부른다. 노드는 컴퓨팅 파워와 전기를 쓰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유지시켜주는 보상으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BTC)을 받는다. 이게 바로 비트코인 채굴(Mining)이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있고, 그 위에 가상자산인 이더(ETH)가 있다. 흔히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통칭하지만 둘은 싸이월드와 그 위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 도토리처럼 다른 개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이들은 블록체인을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OS)와 비슷하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2. 복제를 막아주는 기술

비트코인 이전에도 이캐시(E-Cash) 등 전자화폐는 존재했지만, 비트코인이 주목받은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영리하게 이중지불(Double Spending)을 막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일의 특성은 무제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A가 B에게 이미지 파일 X를 전송하는 행위는, 사실 X의 복제본을 만들어 B에게 주는 것이다. 이제 세상에 X라는 파일은 2개가 존재한다. 생성 시기는 다르지만, 가치만 따지면 동일하기 때문에 원본과 복제본의 차이가 없다.

출처=Jeremy Bezanger/Unsplash

하지만 이 세상에는 복제가 되면 작동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화폐다. 인류는 화폐 위조를 막기 위해 여러 기술을 발명했다. 17세기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은화의 테두리를 조금씩 잘라 새 은화를 만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은화 테두리에 톱니 무늬를 넣은 거로 유명하다. 지금도 조폐공사는 홀로그램, 색변환잉크 등의 기술을 넣어 위조지폐가 만들어지는 걸 막는다.

디지털 공간에서 전자화폐의 위조는 어떻게 막을까? 보통 은행이 중앙기관으로서 송금 정보를 중앙서버에 기록해서 이중지불을 막는다. A가 B에게 100만 원을 송금한 후에는 A는 이 100만 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은행은 송금 정보를 기록해 전자화폐 시스템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불어 신용화폐까지 창출할 수 있는 은행의 막강한 힘은 사실 은행 인가권을 부여하는 가진 정부에서 나온다.

비트코인이 한때 ‘무정부주의(아나키즘)의 화폐’라고 불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트코인은 은행이라는 중개인을 없애고, 이 역할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맡기는 걸 꿈꾼다. 송금 정보를 중앙화된 은행에 보관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노드들이 모두 탈중앙화된 상태로 보관하자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가 늘어날 수록 기록된 데이터를 위변조하기 어려워진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중앙서버 없이 디지털 파일의 복제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3. 한정판 투자자산

NFT는 복제를 막아주는 기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2100만개로 발행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의 개당 가치는 모두 같다.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1달러권과 누군가 가진 1달러권은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가진 1달러권에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나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서명이 적혀있다면? 화폐로서 가치는 1달러지만, 수집품 혹은 자산으로서 시장가는 엄청나게 오를 것이다.

NFT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한정판 투자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이뤄진 한 경매가 화제가 됐다. 경매물은 스티브 잡스가 18세이던 1973년 손글씨로 직접 작성한 종이 입사지원서 한장이었다. 일자리를 찾던 잡스는 주소에는 리드 칼리지, 전공은 영문학이라고 썼으며, 특기와 관심사에는 ‘전자기기 기술, 디지털, 디자인 엔지니어’를 적었다. 그해 그는 대학을 중퇴했고, 3년 후인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과 애플을 창립했다.

경매 결과 빛바랜 이 종이 한장은 34만3000 달러(약 4억 원)에 낙찰됐다. 사실 청년 잡스의 이 입사지원서는 그동안 몇차례 경매에 올랐고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2017년 최초 경매의 낙찰가는 1만8750 달러(약 2200만 원)로 4년여만에 무려 1729%가 상승했다.

출처=Steve Jobs’ Job Application(1973) Auction 트위터

흥미로운 건 이번 경매에는 두가지 경매물이 함께 올라갔다. 하나는 종이 입사지원서고, 또 하나는 이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한 NFT였다. 경매 주최자인 윈소프 벤처스는 “우리는 잡스의 입사지원서를 예술, 수집품, NFT 세계의 경계를 이해하는 데 활용해보고 싶었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경매 취지를 밝혔다. 결과는? 이번엔 물리적 버전의 승리였다. NFT는 2만7498 달러(3200만 원)에 낙찰돼 종이 입사지원서의 12분의 1 가격에 머물렀다.

실물 원본이 있는 상황에서, 이와 별도로 존재하는 NFT 버전에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물리적 버전 없이 디지털 파일만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월 번트 파이낸스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 <바보들(Morons)>을 NFT로 만든 후 원본을 불로 태우는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번트 뱅크시(Burnt Banksy) 유튜브 영상 캡처

이제 물리적 원본은 사라졌으니, NFT 버전만이 뱅크시 작품의 원본이 되는 셈이다. 뱅크시의 NFT는 NFT 거래사이트인 오픈시(Opensea)에서 228.69이더(약 38만 달러)에 팔렸다. 번트 파이낸스가 원 작품을 약 10만 달러에 산 것으로 알려졌으니, NFT로 전환되면서 가치가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일각에선 작품을 불 태우는 행위 자체를 가격을 높이려는 마케팅 혹은 예술로 보는 경향도 있다.

4. 디지털 등기소, 블록체인

뱅크시의 <바보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디지털 파일을 누구든 다운로드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선 주인이 없는 사실상 공유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NFT는 그동안 어려웠던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 증명을 도와준다. 코인을 화폐로 접근하면 블록체인이 은행 역할을 하지만, NFT로 보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등기소와 같은 기능을 한다. 등기부등본을 떼면 부동산 소유권자를 확인할 수 있듯, 블록체인을 살펴보면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인데스크 코리아를 운영하는 22세기미디어는 지난 5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번째 대국 정보를 담은 NFT를 만들어 오픈시에서 올렸다. 블록체인에서 검색하면 5월 11일 이세돌(Lee_Sedol) 계정이 이 NFT를 발행하고 7분 후, 22세기 미디어에 전송한 걸 볼 수 있다. 5월 18일  22세기미디어는 이를 경매에 부쳤고 결국 ‘두한 캐피털’이라는 계정이 60이더리움(ETH, 당시 약 2억5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주소, 크기 등 정보와 함께 소유권의 이전 내역이 담겨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에 이 NFT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등기소(정부, 사람)의 역할을 코드로 대체하려는 블록체인의 정신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4번째 대국 NFT. 출처=오픈시 캡처

블록체인이 정부가 만든 등기소와 다른 점도 있다. NFT를 소유해도 그 대상이 되는 실물이나, 디지털 파일과는 관련이 별로 없다. 부동산 등기상 소유권자는 물리적 부동산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하거나 매수자에게 부동산을 팔 수도 있다. 하지만 NFT는 별도 계약이 있지 않은 이상 실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간송미술재단은 지난 7월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NFT 100개를 만들어 개당 1억원에 팔았다. 약 80여 개가 팔린 것을 알려진 이 NFT를 보유한다고 해서 훈민정음 원본에 대한 어떤 권리를 얻는 건 아니다.

NFT의 대상물이 디지털 파일인 경우를 보자. 비트코인 지지자로 유명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2006년 자신이 트위터에 작성한 첫 글에 대한 NFT를 발행해 경매로 팔았다. 이 트위트 한줄의 소유권은 290만 달러(당시 33억 원)에 팔렸다. 누구나 트위터에서 검색해볼 수 있는 트위트를 왜 수십억원을 주고 살까? 트위트를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부칠 수 있는 웹사이트 ‘밸류어블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온라인 갤러리에 전시하고, 리셀(Resell)할 수 있다. NFT는 야구 카드에 선수 사인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5. NFT 수집품, 게임

NFT는 예술시장 뿐만 아니라 수집품, 게임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처음 NFT의 대중화를 이끈 건 2017년 나온 크립토키티라는 게임이었다. 게이머는 크립토키티에서 NFT 고양이 캐릭터를 모으고, 교배를 통해 희소성이 있는 새끼를 키워서 판매할 수 있다. 크립토 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는 고양이를 이더리움 기반의 NFT로 만들어, 생김새는 같더라도 각 고양이가 고유의 가치를 가지게 만들었다.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이자 NFT의 시작이라고 평가 받는 크립토키티. 출처=크립토키티

최근 가장 인기 있는 NFT 게임은 엑시 인피니티다. 엑시라는 NFT 캐릭터를 모은다는 점에선 크립토키티와 같다. 하지만 포켓몬 카드처럼 단순히 캐릭터 수집에 그쳤던 크립토키티에 비해 엑시 인피니티는 내 엑시들로 팀을 구성해 전투를 하는 게임성을 추가했다. 2018년 3월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 거래액이 2조4500억 원을 넘는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게이머는 일일 퀘스트를 완료해서 받은 스무드 러브 포션(SLP)을 현금화할 수 있다. 또한 하나에 30만 원이 넘는 엑시 캐릭터를 교배해서 좋은 스킬이 가진 엑시가 나오면 더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평균 임금이 낮은 필리핀에서는 엑시 인피니티로 기존 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게이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수집품 시장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크립토키티 개발사 대퍼랩스가 만든 NBA톱샷은 프로농구 선수 카드를 NFT화했다. 특히 케빈 듀랜트의 3점슛이나 조엘 엠비드의 덩크슛처럼 선수들의 인상적인 득점 영상을 NFT에 담았다. 유명한 득점 영상은 한정판으로 제작해 가치를 높였다. 또 패키지를 구매해야 그 안에 담긴 3개의 NFT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률성 게임 아이템과 비슷하다.

NBA 톱샷 패키지. 출처=NBA 톱샷 웹사이트 캡처

6. NFT의 미래

NFT는 코인 투자보다는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코인 투자를 꺼리던 이들도 NFT에는 관심을 갖고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게 많아 여러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일단 NFT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매우 낮아 블록체인상 소유권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지금의 구조에선 자전거래를 막을 길이 없다. NFT 발행자가 계정을 여러개 만들어 경매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도 이를 확인할 수 없고, 설령 공개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또한 NFT를 띄우기 위한 업계 종사자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비플의 <매일: 첫 5000일>을 낙찰받은 것도 NFT 펀드 메타퍼스의 창립자 메타코반이었다.

저작권 문제도 이슈다. 픽셀 아티스트인 주재범씨는 자신의 작품이 아무런 동의 없이 NFT로 발행돼 판매되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누군가 주씨의 작품을 수정한 후 NFT로 만들어 3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NFT는 누구나 발행할 수 있어서 도용 등 저작권 침해 사례도 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자신의 대국을 NFT로 발행하기 전에 이미 오픈시에는 누군가 만들어 올린 이 대국의 NFT가 있었다.

아직 NFT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7년 코인 업계에서 유행했던 ICO(Initial Coin Offering)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NFT를 이해하고 기존 사회 제도와 융합한다면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저자 : 김병철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