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위, 닻 올린 ‘데이터특위’… 데이터 거버넌스 역할 기대
1. 데이터특위 출범하다
2021년 3월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 산하 데이터특별위원회(이하 ‘데이터특위’)가 출범했다. 그간 우리나라 데이터 정책을 어디서 총괄하는지 물어보면 곧바로 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경제의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정부와 여야 모두 범부처 데이터 전담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1 데이터 거버넌스 논의에 불이 붙었다. 여야는 ‘데이터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앞 다퉈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분야 경계를 뛰어넘어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데이터 업무를 처나 청 단위에서 수행하기엔 부족하고 부 단위로 신설하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우선 대통령 직속 특위를 만들어 체계를 정비하고 부처들의 업무를 조정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접근하는 전략이 힘을 얻었다. 이후 2021년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국무총리가 4차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4차위 산하에 데이터특위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로써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가 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게 됐다. 비록 과도기적 기구이기는 하나 범정부 데이터 거버넌스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데이터 정책의 기획과 조정이 대통령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국정과제로 다뤄진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데이터특위는 총괄분과, 생산개방분과, 유통거래분과, 보호활용분과, 마이데이터분과의 5개 전문분과2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데이터특위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한다’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분과별 위원장으로 데이터 전문가인 카카오의 서하연 상무와 신한은행의 김혜주 상무,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뱅크샐러드의 김태훈 대표와 개인정보보호 전문가인 JN시큐리티의 김경하 대표를 등용했다. 필자는 총괄분과를 맡아 다른 분과의 일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기획 또는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됐다. 데이터특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윤성로 위원장(서울대 교수)이 맡아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특위는 민간위원이 의제를 발굴하고 정부위원과 분야별 담당자들이 함께 논의해 정책 실현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위의 각 분과가 매주 모여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위원장과 분과장 및 지원단 공무원이 참석하는 분과장 협의회도 매주 열리고 있다. 출범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공 CDO(Chief Data Officer) 운영 내실화, 부동산 정보나 사업자등록번호 등 핵심데이터 개방, 민관 협력 데이터 플랫폼 전략, 마이데이터 발전 종합정책, 문화재 디지털 대전환 계획 등의 다양하고 방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3
2. 왜 데이터 거버넌스인가
데이터특위의 출범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데이터 전략 및 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하며 집행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기본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늘날 데이터 정책은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매 순간 쌓이고 있는 데이터를 필요한 때에 필요한 양식으로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틀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를 잘 써서 혁신을 가속하고 이를 위한 정책과 기능을 누가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모두 데이터를 잘 쓰기 위한 장치들이다.
이미 전 세계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인사와 조직, 행정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소속 관리예산처(OMB,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에서, 영국은 디지털미디어문화스포츠부(DCMS,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 Sport)에서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일본은 곧 디지털청(デジタル庁) 설치를 앞두고 있다.4 마치 경쟁하듯 데이터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민간의 데이터 전문가를 조직의 CDO로 영입하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공무원으로서는 고액 연봉이라 할, 우리 돈 약 2억 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데이터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5 우리나라는 이 경쟁에 아직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기반행정법에 따라 올해 초 모든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데이터기반행정책임관을 지정했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기획관이나 기획조정관 등을 겸임 지정하였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성 문제는 둘째 치고 데이터 업무가 부가적인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특위에서는 공공 CDO 문제를 최우선 안건으로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경쟁은 결국 데이터 전쟁이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누가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가를 정하는 요소들이 거버넌스의 핵심이지만 결국 그 요소와 절차마다 사람의 계획과 사람의 역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지휘관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에서는 적어도 국장급 공무원의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국장급 전담직위가 이 일을 맡으면 50명 내외의 전문인력이 기관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이미 선도적인 기업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이런 전환을 경쟁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3. 데이터특위의 사명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지 4년이 흘렀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전자정부 국가다. 디지털에서도 절대 지지 않는다. OECD의 데이터개방 평가6에서도, 디지털 정부 평가7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빠르게 유통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잘 쓸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뒤처진다.
데이터특위는 그러한 데이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사령탑이다. 우리나라가 그간 쌓아온 경험과 자원을 활용해 세계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과 디지털 정부로 표현되는 전략들에서 나아가 우리만의 데이터 전략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전략들을 일선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경제의 일꾼들을 늘려야 한다. 그러한 디지털 역량 확보의 핵심과제가 바로 CDO 제도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해도 데이터 정책을 시행하는 개별 조직 단위에서의 체계와 역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유통하고 보호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갈등들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있다. 김기사앱이 카카오내비로 바뀌면서 600억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서울시 버스앱,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앱 등 돈이 되는 공공정보는 아이디어와 연결해 수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날씨앱, 특허정보앱, 자전거길앱 등 상품이 되는 공공데이터도 많다. 화장품성분 분석앱, 항생제 처방 병의원정보앱, 마스크앱, 잔여백신앱 등 수없이 많은 공공혁신서비스도 공공데이터에 기반한다. 모두 공공데이터가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실시간 개방된 결과이며 그 분야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민간의 수요와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할 공공정책이 불가피하다.
데이터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데이터 상품이나 데이터기반 서비스로 나타난다. 통신회사의 이용자 이동경로 정보, 카드회사의 시간대별 카드 사용량 및 금액 정보 등은 모두 데이터셋 그 자체로 상품이 된다. 이 데이터상품으로 상권분석을 하지 않고 자영업 창업을 하는 분은 이미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데이터 전쟁이 일어난다. 마이데이터로 불리는 정보이동권 기반 서비스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면서도 데이터 사업을 운영하는 묘수로 각광받고 있다.
데이터가 많이 활용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정보주체의 우려도 커진다. 법을 바꿔 가명정보, 비식별조치 등을 허용하고 전문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를 잘 하는 일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할 부분이다.
정부와 기업 및 사회가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을 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합리적, 과학적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도 국가 미래 전략의 현안이다.
과도기적인 기구인 데이터특위에서는 현재 제도와 정책을 구체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곧바로 장관급 회의체인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정책 현장에 반영되고 있다. 사회적 논의와 연구 등을 통해 의제를 찾고 장기 전략이 필요한 영역을 국가데이터 전략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도 특위의 중요한 기능이다.
사람과 사회를 위해 데이터 기술로 무장하고 혁신을 이끌어 본 전문가들이 데이터특위에 포진해있다. 데이터특위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 전략을 확립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조직인 셈이다. 데이터 전쟁이 계속되는 한 데이터특위가 그려내는 큰 그림을 따라 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과 자원이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데이터 사령탑. 데이터특위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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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해 외, 「데이터 거버넌스의 현안 및 쟁점」, 한국행정연구원, 2020, 9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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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분과는 다른 분과들의 제도 및 정책 문제를 검토하고 기획이 필요한 분야들을 지원하면서 국가 차원의 데이터 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생산개방분과는 핵심데이터 발굴과 데이터개방 등의 업무를 논의하며, 유통거래분과는 데이터의 연계와 가치산정 등의 사항을 다룬다. 보호활용분과는 데이터 활용의 안전성 및 데이터 윤리 문제를 다루고, 마이데이터분과는 금융, 의료 등 주요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 문제를 논의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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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위 및 데이터특위 활동 정보는 다음의 URL을 통해 참고: https://www.4th-ir.go.kr/article/agendaLis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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デジタル庁, https://www.digital.go.jp/about-u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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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미국 인사관리처(OPM, 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는 CDO 공고를 내면서 최대 19만 9,300달러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U.S. Government, “Deputy Director, Human Capital Data Management and Modernization and Chief Data Officer”, 2021, https://www.usajobs.gov/GetJob/ViewDetails/598331100#dutie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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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OURdata Index: Open-Useful-Reusable Government Data 2019”, https://www.oecd.org/gov/digital-government/open-government-data.ht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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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Digital Government Index: 2019 results, OECD Public Governance Policy Papers No. 03, 201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