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사용료 분쟁’ 종결…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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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tv에서 서비스되는 TV앱. 여기에 넷플릭스의 콘텐츠도 런칭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 세계 1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 간의 망사용료 분쟁이 2023년 9월 18일 종결됐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 ‘부당이득 반환(망대가를 내라)’과 ‘채무부존재 확인(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과 같은 소송을 3년 동안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양사는 “파트너십을 계기로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는 “이는 무엇보다 고객을 우선한다는 양사의 공통적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측은 어느 정도의 망 이용 대가를 합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황한 통신업계

통신 업계는 당황했다. 연초부터 법정 다툼과 별개로 양사가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1심에서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고 2심 재판정에서도 유리한 국면이 이어지는 와중에 갑자기 180도 다른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회에는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 정당한 망대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이 여럿 발의돼 있는데, SK텔레콤이 갑자기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자 법안이 무용지물이 돼 구글 유튜브로부터 받아야 하는 훨씬 많은 망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SK브로드밴드와 메타(전 페이스북)가 갈등을 벌이다가 2019년 1월, 2년여를 끌어온 망사용료 협상에 합의한 것과는 다르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에 2년간 상당한 규모의 망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계약 만료 한 달 전까지 특별한 요구가 없으면 계약을 2년간 자동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페이스북도 망사용료 관련 계약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항목으로 SK브로드밴드에 비용을 내기로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주로 마케팅 제휴 내용만 강조되고 있다. 이번 제휴로 SK브로드밴드 Btv ‘TV앱’에 넷플릭스 입점, SK텔레콤 모바일 요금제와 SKB의 IPTV, 넷플릭스를 결합한 번들 상품, SK텔레콤의 구독 상품 T우주에 넷플릭스 결합 상품,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 출시, SK텔레콤의 채팅봇 ‘에이닷’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얹는 방식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사업 개발 부문 부사장인 토니 자메츠코프스키는 “한국 유무선 통신 및 미래 지향적 기술 업계에서 리더십을 보유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많은 한국 회원들에게 편리한 시청 환경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만 했다.

SKT 최환석 경영전략 담당은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철학에서 출발했으며, SK텔레콤이 축적한 기술로 고객들에게 더 나은 미디어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대승적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이해관계 합치…어느정도 비용 지불하는 듯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와 SK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비공개 합의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패소하는 등 한국 법원에서 망사용료 직접 지급을 결정받게 되면, 이 기준으로 전 세계 통신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KT나 LG유플러스와 달리 넷플릭스 콘텐츠를 수급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넷플릭스를 자사 플랫폼에 얹어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양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게 최종 승소했다면, 법원 결정에 따라 넷플릭스는 최소 400억 원 이상의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은 일본과 홍콩에서의 직접 연동에 따른 전용회선 비용만을 계산한 결과다.

트위치발 망사용료 논쟁 재점화

두 회사가 이미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망사용료에 대한 논쟁은 12월에도 계속됐다. 이는 글로벌 1위 게임방송 업체 트위치(Twitch)가 2024년 2월 27일 한국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망사용료 과다를 언급한 이유에서다. 트위치 CEO 댄 클랜시(Dan Clancy)는 블로그를 통해 “(한국은) 규제로 인해 네트워크 수수료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10배 높다”며 “운영을 종료하는 핵심 원인은 명백히 망사용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트위치 경쟁사인 아프리카TV의 창업자인 서수길 최고 BJ 책임자는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트위치가) 적자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면서 망사용료 문제를 거론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TV가 승리했다. 우리의 BJ와 시민들, 그리고 유저들이 승리한 것이다. 이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위치가) 얼마나 망사용료를 지불했는지 확인해보라. 지난해 트위치가 신고한 매출은 18억”이라며 “적자를 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매출을 신고하지 않아 부가세도 내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이유를 망사용료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10배 비싸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데다, 네이버 ‘치지직’ 등 국내 시장의 경쟁 환경 격화, 트위치 본사의 경영 악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의 모니터링 의무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N번방 방지법은 불법촬영물 등 유포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데, 트위치도 시스템 의무 구축대상이다. 그런데 트위치는 게임뿐 아니라 카지노 등도 스트리밍하고 있어, 최근 이탈리아에서 불법 도박 광고로 90만 유로의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박과 불법 음란물에 강한 규제를 하는 우리나라에서 트위치가 사업을 하려면 불법 방송 모니터링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트위치코리아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한 걸로 안다”면서 “여기에 아프리카TV, 유튜브에 이어 네이버 치지직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트위치 철수를 앞당긴 것 같다”고 전했다.

디지털 경제 가속화될수록 트래픽 늘어나

문제는 망사용료 여부와 상관없이,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됨에 따라 인터넷 트래픽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씩 증가하는 추세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기반 앱 및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업체 샌드바인이 작성한 ‘글로벌 인터넷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이 전년도에 비해 약 23% 증가했다. 이 중 주요 원인은 온라인 동영상 시청률의 증가로,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또한, 내년부터는 생성형 AI가 더욱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기존 통신망과는 다른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의 가격 문제도 차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각국 정부는 통신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클라우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국회는 통신사(ISP)뿐만 아니라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제공하는 아카마이와 같은 기업에게도 국내에 캐시서버(데이터 임시저장 서버)를 설치할 경우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누누티비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켰다.

남은 과제는 사회적 합의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할지에 대한 상황이 발생했다.

유럽(EU)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싱글 마켓(Digital Single Market·DSM)을 만들기로 하면서, 새로운 통신규제를 담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 티에리 브르통이 주도하는 ‘DNA(Digital Network Act)’다.

유럽은 통신 인프라의 발전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안에 유럽 전체 통신 시장에서 범유럽 인프라 사업자를 육성하고, 광케이블망 구축비용과 속도를 개선하며,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투자 모델과 대형 플랫폼 기업에게 공정한 기여를 확보하는 것, EU 차원에서의 보안과 연결성에서의 완전한 통제권을 보유하는 것 등을 담았다.

DNA는 전 세계 인터넷 기업들로부터 ‘인터넷 세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유럽은 자국 플랫폼 기업이 부족하며 통신 인프라 경쟁력에서 유럽이나 북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비해 뒤져 있어 내년에 확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회에는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망대가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망사용료에 대한 가격을 정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50조)에 통신사(ISP)의 공정계약 의무와 콘텐츠 기업(CP)의 부당 지연 금지 의무를 담고 있다. 정부가 양측의 자율협상을 본 뒤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미 국내 CP들은 사업자간 계약을 통해 망 접속료 개념의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CP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야 의견이 근접해 2024년 총선 전에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저자 : 김현아

이데일리 편집국 산업부 김현아 IT과학팀장/ *E-mail. chao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