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근거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및 평가

1.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전방위적 규제를 시도했다. 물론 최전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의 눈치를 보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모두 온라인 플랫폼과 이해관계의 접점에 있는 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목소리를 가볍게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시 정부와 여당이 선점해 버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숟가락을 얹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가치를 핵심적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었기에 이른바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포섭하면서 동시에 입점업체, 택시, 배달종사원 등도 설득할 수 있는 “자율규제”와 “상생”이라는 묘수를 발굴했고, 이를 핵심공약으로 확산시켰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을 규제하려고 발의했던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른바 ‘온플법’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플랫폼 자율규제 공약은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것처럼 보였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총 7개사가 참여한 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환영과 커다란 기대감을 보였다.

2. 출발하기도 전 엇박자 정책에 휘청이는 자율규제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실제로 정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체계’를 플랫폼 규제 기조로 방향을 설정하고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TF’를 구성해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에 필요한 법·제도 제반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범부처가 참여하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시켰고, 갑을(오픈마켓, 배달앱), 소비자·이용자, 데이터 AI, 혁신공유거버넌스 등 4개 분과를 가동시켰다.

하지만 ‘자율규제’라는 당위적 명제만 있을 뿐 근원적 철학과 구체적 정책방향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서둘러 TF와 민간기구 및 분과부터 구성해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집중하다 보니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플랫폼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런저런 자신들의 불만만을 각자 주장하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고, 어떠한 정책방향이나 상생방안도 도출해 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22년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들의 서비스 장애사고가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 쓰시는 대부분 국민들께서 카카오 통신망 중단, 서비스 중단으로 많이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게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고 했으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통신 재난 관리체계 수립·운영 대상 사업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부가통신사업자(플랫폼) 및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 등을 새롭게 포함시켜 이들에게 서비스 안정화 의무를 지우는 규제를 신설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개정되었다.

2023년 11월 1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택시기사가 택시호출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없애버리고 유입시켜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직접 특정 기업을 거론하면서 ‘약탈적’ ‘부도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질타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나절도 안 돼 택시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점점 혼란스러워지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플랫폼 업체의 자율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자율규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법적인 규율로 가져갈 계획”임을 밝혔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자율규제 정책에 엇박자를 보이자 당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자율규제로는 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중단시킬 수 없다”며 “플랫폼 업체와 소상공인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법적 규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3. 때늦은 자율규제 법적 근거 제정 시도

2023년 7월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 전문가, 관계부처와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TF’를 발족했다. 법제도TF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법제도TF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강남언니,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11번가, 지마켓, 무신사, 구글코리아, 메타(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법률 및 행정 등 분야별 전문가, 연구기관 등이 참여했고, 필자가 법제도TF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4. 자율규제의 본질에 대한 규명

법제도TF는 우선 ‘자율규제’의 본질부터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자율규제’를 말하는 사람마다 그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상당히 다르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자율규제를 이해하고 있어서 자율규제의 정책방향과 법적 근거를 만들기 전에 우선 자율규제의 본질에 대한 합의부터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규제 당국은 자율규제를 ‘민관협의체를 통한 원격통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고, 기업 또는 자율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율규제를 ‘무규제 또는 규제 free’로 여기는 것 같았다.

‘자율규제’의 의미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까닭에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자율규제는 ‘자기 스스로 규제’(Self-Regulation)라는 의미부터 ‘자기 스스로 준수’(Self–Discipline)라는 의미까지 모두 포섭하고 있다.

Self-Regulation은 스스로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스스로 그 규범을 준수하며, 규범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스스로 미이행 규범에 대한 평가나 제재를 하고, 그 평가 결과의 환류를 통해 행동규범을 재설정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반면 Self–Discipline은 규제당국이 행동규범(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하고 피규제자 스스로 그 규범을 준수하고, 피규제자의 규범 준수 여부에 대해 규제당국이 감시 또는 모니터링을 해서 규범 미준수, 미이행에 대해 규제당국이 제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율규제의 올바른 의미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이용자보호 또는 시장의 투명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스스로 행하는 자정 노력’이며, 규제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무규제(un-regulation), 과도한 공적 규제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둔 탈규제(de-regulation)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자율규제란 ‘규제의 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주체를 타율적 정부주도에서 자율적 민간주도로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5. 어떠한 자율규제 유형을 도입할 것인가?

법제도TF는 자율규제의 유형을 검토하여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적합한 모델을 발굴하고자 노력했다. 자율규제의 유형에 대해서는 많은 선행연구가 있으나, 법제도TF는 김현경 교수가 제시한 자율규제 유형을 토대로 논의했다. 이하 자율규제 유형에 관한 내용은 김현경 교수가 법제도TF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자율규제기구의 설립 주체, 법적 근거, 기능 등 자율규제기구의 구성요소 등에 비추어 볼 때 자율규제기구는 다음과 같이 유형화 할 수 있다.

첫째, ‘개별 사업자 자체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다. ‘순수한 자율규제 모델’에서의 자율규제기구 라고 볼 수 있다. 주로 비법정기구 형태로 설치하는 주체가 개별 사업자다. 이러한 자율규제기구는 개별 사업자 단위에서 설치되므로 산업계 공통규약을 형성할 수 없으며, 그 대표적 사례로 당근마켓의 ‘이용자보호위원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입점업체와 간담회 및 내부 분쟁조정기구,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이 체결한 이용사업자와의 상생협약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다. 이는 ‘협동적(Cooperated) 자율규제 모델’이나 ‘산업계 자율규제 모델’에서 채택하는 자율규제기구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복수의 사업자나 사업자단체가 주체가 되어 설치하는 자율규제기구로 주로 ‘비법정기구’ 형태이다. 스스로 준수할 공통규약을 마련하고 그러한 공통규약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자율적 집행을 도모한다. 대표적 사례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들 수 있다.

셋째, ‘정부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다. 이러한 유형의 자율규제기구 는 ‘협상적(Negotiated) 자율규제 유형’이나 ‘자율규제 법정화 유형’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자율규제기구를 정부가 설치를 주도하는 법정 자율규제기구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규약을 마련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이들이 마련하는 공통규약은 정부의 승인을 받는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전제되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자율규제기구는 대부분 강력한 규제산업에 해당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 자율규제단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정부업무 위임형(공무수탁형)기구’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기구는 ‘강제적(Mandated)·규제적(Regulated) 자율규제 모델’이나 ‘위임적 자율규제 모델’에서 논의되는 기구이다. 이는 정부의 업무 즉 공무를 수탁받는 형태이므로 엄격히 자율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주로 정부가 설치하는 법정 기구에 해당 되나, 그렇지 않은 민간기구가 될 수도 있다. 게임물·영화·비디오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가 대표적이다.

법제도TF는 이러한 자율규제 유형 중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적합한 유형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자율규제 단체를 지원하는 수준의 자율규제 기구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개별 사업자 자체 설치형 자율규제 기구’와 ‘산업계 주도 설치형 자율규제기구’를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양자를 병렬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6.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의 주요 내용

법제도TF에서 최종 제안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율규제’에 대한 개념 정의

‘자율규제’의 의미를 “건전한 거래환경 조성, 기술발전 등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및 상생협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스스로 정하여 시행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안 제22조의11 제1항)

(2)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기구 설치 근거 마련

부가통신사업자 또는 부가통신사업자단체는 효율적인 자율규제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별도의 자율기구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다.(안 제22조의11 제2항)

(3) 정부의 자율규제 활동 지원 근거 마련

정부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은 ①자율협약의 제정ㆍ개정 및 시행, ②이용자 보호 업무에 대한 자율점검 및 개선, ③이용자 불만사항의 처리, ④이용자의 서비스 접근성 제고 및 디지털 역량 강화, ⑤ 자율규제 활동 및 성과의 공개, ⑥그 밖에 부가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활동 등이다.(안 제22조의11 제3항 및 제6항)

(4) 자율규제의 확산

정부는 자율규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자율규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①자율규제 성공사례 발굴 및 홍보, ②자율규제의 확산과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세미나 개최, ③그 밖에 자율규제 확산에 필요한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안 제22조의11 제4항)

(5) 외부의견 청취

부가통신사업자 또는 부가통신사업자단체는 자율규제와 관련하여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연 1회 이상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안 제22조의11 제5항)

정부는 이러한 외부의견 청취 제도를 강행조항으로 규정하고자 하였으나, 사업자 등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법제도TF 위원들의 우려 목소리에 노력 규정으로 수정하였다.

(6) 인센티브 – 과징금 감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및 방송통신위원회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이 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한 경우 해당 부가통신사업자의 자율규제 활동 및 성과 등을 고려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등의 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 다만, 제27조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부가통신사업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신고 또는 등록을 한 경우에는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폐업을 명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감경할 수 없다.(안 제22조의11 제4항)

7.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정도에 불과하며, 구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활동과 정부 규제의 대체 가능성 등에 대한 명확한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학상 ‘자율규제’의 종국 목적은 ‘정부 규제’를 대체하는 것이다. 물론 자율규제가 정부 규제의 보조적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협력적 지위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스스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율규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 활동이 정부 규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반대급부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

법 개정안에서는 ‘과징금 감면’이라는 인센티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여기서 ‘과징금’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과징금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하고, 과징금의 감면만으로 정부 규제의 대체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가 공염불로 그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자율규제의 종국 목적은 정부 규제를 대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업자가 확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장돼야 한다.

둘째,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에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하고, 그 개입도 지원활동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자율규제와 친한 규제’와 ‘자율규제와 친하지 않은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 이용자(소비자) 보호나 분쟁의 해결 등은 자율규제와 친할 수 있으나, 다수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규제, 특히 침익적 규제의 경우는 자율규제와 친할 수 없다.

‘자율규제와 친한 규제’도 자율규제 기구의 구성 및 운영 방식에 따라 ‘당사자 상호간의 협력적 자율규제’와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로 구분해서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 플랫폼과 입점업체간의 수수료 문제, 배달 플랫폼과 배당종사자간의 수수료 문제 등은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 영역이다. 당사자의 입장 차가 지나치게 큰 경우 이를 이해당사자에게만 맡겨둔다면 사실상 자율적 협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율규제 갑을분과는 갑(플랫폼)과 을(입점업체, 배달종사자 등)이 자율적으로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위해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자율규제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율규제’라기 보다는 “갑”의 일방적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심리적 타율(?)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갑을관계”를 당사자에게만 맡겨 둔다면 지위가 약한 “을”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문제를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해결하라고 정부가 압박(?)을 한다면 분쟁 발생의 책임과 비난은 일방적으로 “갑”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을”이 만족하는 수준의 “갑”의 양보가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상호간 협력적 자율규제’방식이 아닌 ‘이해당사자는 물론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자율규제 영역과 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구분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모호한 개념의 “자율규제”로 넘겼다가, 문제해결이 안되고 여론이 악화되면 ‘자율규제의 실패’로 인해 정부 규제를 강화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온라인 플랫폼 규제영역 중 자율규제와 친한 영역과 자율규제가 친하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고, 자율규제가 친한 영역은 다시 ‘당사자 상호간 협력적 자율규제’와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적 자율규제’영역으로 나누고, 자율규제와 친하지 않은 영역은 또 다시 ‘정부가 단독으로 직접 규제하는 영역(순수 행정집행형 규제)’과 ‘정부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통해 규제하는 영역’으로 나누어야 한다.

기왕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자율규제와 친한 규제 영역에 대해서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이들이 자율규제 활동을 통해 도출해 낸 성과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잘 정비되길 바란다.

저자 :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KISO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