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의 온라인 감시 정책의 위험성
국가권력의 개인에 대한 감시 욕구는 원초적인 것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개인 정보나 이동 동선의 전면적 수집과 노출, 개인 간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기 위한 이른바 부동산 감독 기구 신설 논의, 각종 온라인 이용자 감시 입법 등은 그러한 예다. 국가권력은 개인이 불법을 저지르는지, 국가와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지 끊임없이 알고자 한다. 국가는 안전보장이나 사회질서, 공공복리 등 공익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감시를 정당화하고, 헌법과 법률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국가권력은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온라인 규제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통적인 감시와 규제의 효과보다 온라인상의 규제와 감시가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채택한 고도화된 정보사회의 파놉티콘이다.
파놉티콘은 1791년 공리주의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옥을 말한다. 감옥 중앙에 감시탑을 설치하고 그 둘레에 감방을 둠으로써 간수는 쉽게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하여 감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끊임없는 감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주장한다. 온라인 감시는 벤담의 파놉티콘 보다 감시 효과가 높다. 굳이 중앙탑을 설치할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감시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원형감옥에 의한 감시가 아니라 그물망(네트워크)에 의한 감시체제인 셈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감시와 감독은 필요한 경우에 작동되는 것이 헌법의 요청이다. 헌법은 법률이 이를 구체적인 공익목적으로 세밀하게 설계하도록 요구하고 광범위한 감시체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영역에서는 충분히 달성이 가능했다. 즉 범죄가 발생되고, 위법행위가 있는 곳에 국가권력이 개입해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즉 사후적인 감시가 원칙적 국가권력의 행사방법인 것이다. 감시체제를 어떤 방식으로 취할 것인지는 입법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감시가 구체적인 사항에 국한되고 사후적 작동이 우선돼야 한다.
정보사회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온라인 감시는 전통적 감시에서의 시간상, 공간상 한계를 극복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됐다. 그저 적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하면 감시 대상이 되는 행위를 완전하게 적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감시는 국가가 직접 할 수도,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를 통할 수도 있다. 국가권력의 이러한 온라인 감시 체제에 대한 우려는 전통적 감시 방법과 비교할 때 광범위하고 촘촘한 감시, 그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 요약할 수 있다. 더욱이 온라인 감시가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고민 없이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최근 온라인 감시의 경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상시적인 감시를 통한 사전적인 감시체제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하게 되면 전면적이고 사전적인 감시체계로 작동케 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의하면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하기 위해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해 기술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등을 취할 의무를 인터넷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는데(법 제17조, 시행령 제3조), 이러한 조치는 상시적인 것이고, 그 감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게시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것이므로 사전적 인 것이 된다. 이로써 전면적이고, 사전적인 상시감시 체제의 구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최근 N번방 사건 이후에 제정된 전기통신사업자의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체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는다. 사업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 요청, 기관·단체의 요청 등을 통해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접속 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형식적으로는 사후적인 통제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 그러나 동조 제2항을 보면 조치의무 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어, 기술적·관리 조치가 사실상 상시적 모니터링으로 운용될 우려를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른바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온라인 규제의 핵심 수단임이 다시 한 번 나타난 것이다. 향후 시행령 제정 시 사후적인 조치로서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둘째, 온라인 감시의 주체를 국가, 인터넷 사업자, 민간자율 등 당사자에 따른 기본권 침해 정도와 효율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해 선택해야 하고, 가능한 한 국가의 직접적인 감시는 지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국가가 직접적으로 모니터링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경우, 그로부터 각종 제재 방식까지 통합하면 강력한 규제 권한을 발휘하게 된다. 예컨대 최근 시행한 인터넷상 부동산 중개대상물의 표시 광고에 대한 국토교통부 장관에 의한 모니터링은 매우 이례적인 제도라고 할 것이다(공인중개사법 제18조의3).
급기야 최근에는 일반 행정에서의 온라인 감시가 경찰에 의한 온라인 감시로 강화,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온라인 공간에 경찰관이 신분을 위장·잠입해 수사하는 이른바 위장수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법률안이 그런 예이다. 이를 허용하게 되면 단순한 사생활 침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사사법상 인권 침해 논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필요성과 요건, 통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셋째, 온라인 감시에 위반된 자에 대해서는 법률은 다양한 제재 방법을 동원하지만, 특히 형벌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자제해야 한다. 형벌의 도입은 온라인 감시에 응하지 아니한 것이 어느 날 살인, 강도와 같은 범죄로 취급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터넷 사업자의 담당 직원은 회사의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갑자기 파렴치 범죄의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다. 범죄는 모름지기 도덕이나 윤리 등의 사회규범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도의 해악이 있어야 하는데, 단지 행정 법규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전송 방지 등의 기술적인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이다. 행정법 위반에 대한 형벌이 해당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 아니면 오직 위하(威嚇)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온라인 감시는 특정한 영역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국한하고 있지만 특성상 다른 영역에 대한 감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와 그로 인한 위축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발견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 또는 허위중개물 표시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에서 해당 목적 게시물만을 감시하도록 제한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 상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온라인 감시가 필요하다면 감시자에 대한 통제와 그 위반에 대한 제재를 통하여 이용자의 불안과 위축을 진정시켜야 한다. 오늘날 코로나 상황에서 감염병 확진만큼이나 이와 관련한 이동 동선의 공개, 개인 정보의 공개를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생활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는 경험이 온라인 감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