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초등학교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SNS 리터러시

누구든 어쩌다 어린 시절의 일기를 펼쳐 들게 됐을 때 그 시절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 어이없기도 하고 순진무구했던 시간이 그립거나 당혹스러우면서 본인이 했던 기록에 스스로 놀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일기를 쓰고 편지를 쓰는 대신, SNS와 채팅 서비스에 사진과 글을 남기고 이를 포함해 온라인에 수많은 디지털 족적(digital footprint)을 남기며 성장한다. 일기와 편지는 인스타그램과 스냅샷, 카카오톡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연예인이나 공인이 어린 시절 SNS에 남겼던 사진이나 글이 성인이 된 이후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긍정적인 기록도 있지만 대부분 사이버불링(cyberbulling)같이 부정적인 맥락에서 남겨진 기록이 큰 이슈가 되어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SNS 이용이 보편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 이들이 SNS에 대한 매체적 이해에 기반해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게 윤리적 범주 내에서 이용하고 개인 정보의 오남용과 법적 문제로부터 본인을 자구할 수 있는 비판적 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종합적인 SNS 리터러시 교육이 제도화될 필요성이 시급하다.

SNS 이용은 매우 복합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콘텐츠를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으로 표현할지 혹은 그중 어떠한 조합으로 선택할지, 공개 대상은 누구를 대상으로 공유할지, 공유 기간은 어떻게 할지, ‘좋아요’나 댓글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반응할지 등 이용 맥락에 따라 사회적 뉘앙스와 커뮤니케이션 결과가 달라지는 종합적이고 고차원적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여기에 점점 복잡해지고 추가되는 SNS 기능들은 사회적 이용의 맥락을 더욱 정교하게 진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경우, 스토리 기능은 공개 기간과 대상에 변화를 주는 메뉴로 추가되었고 릴스는 동영상 편집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메뉴로 추가됐다. SNS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어서 ‘1’이 사라진 후에도 응답이 없을 때 응답이 없다는 것의 의미는 달라지며, 보냈다가 삭제된 메시지가 있다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상대방에 따라 응답 시간, 말투와 이모티콘의 사용이 어떻게 되는지 그 의미는 천변만화한다.

아직 인지적으로 사회적 지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성인 세대 못지않게 SNS와 채팅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어쩌면 성인 세대보다 더 자연스럽게 이를 커뮤니케이션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기능을 쉽게 흡수하여 능숙하게 사용한다. SNS를 이용하기 시작하는 연령대도 확연히 낮아지고 있다. 한글을 떼기도 전에 SNS로 이미지를 전송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가족,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배우고, 때론 한글을 전화기 키패드를 통해 배우기 시작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고, 각종 SNS 결합형 서비스가 학교를 포함한 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이용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가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른 세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중요한 또래 문화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SNS는 본인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정보를 검색할 뿐 아니라 함께 놀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의 하나이다. 한편, 여타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SNS 역시 명암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로는 방금 논의한 대로 개성 표출과 자기표현, 정보 습득, 사회관계 형성과 의사소통능력 향상, 또래 집단 소속감 경험과 스트레스 해소 등이 있고, 부정적 역기능으로는 사이버불링, 악플, 중독, 사이버사기, 음란물 배포 등의 문제가 손꼽힌다. 긍정적인 효과를 제고하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SNS 이용을 돕기 위해 신중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매체의 기술적 특성과 기록성(recordability)에 대해 보다 예민하게 인지하고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되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고 소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들은 커뮤니케이션 상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메시지를 조절할 수 있는 자각이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아직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고, 활용 방식에 있어서의 격차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콘텐츠를 전송받거나 공유할 수도 있고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없이 콘텐츠를 사용할 수도 있다.

흔히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지난 십여 년간 큰 화두였으며, 미디어로부터의 보호라는 소극적인 의미보다 필수적인 삶의 핵심 기술이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 학자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렸지만, 기본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며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의도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학자인 미즈코 이토(Mizuko Ito)는 10대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을 살펴본 후 그들이 미디어 생산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해석, 비판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표현 능력까지 개발해 독특한 참여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SNS 리터러시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SNS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주요 매체인 동시에 그들의 또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SNS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가능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SNS 리터러시 교육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구현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학자들은 SNS 리터러시는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에 정체성, 프라이버시, 신뢰, 소유권과 저작권, 참여의 개념 등이 더욱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에서 유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에서는 (1) 프라이버시와 보안, (2)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3) 디지털 발자국과 평판, (4) 정보 리터러시, (5) 자기 이미지와 정체성, (6) 사이버불링, (7) 창작 크레딧과 저작권, (8) 인터넷 보안의 여덟 영역에 대한 교육이 초등교육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된다. 국내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SNS 활용의 핵심 역량과 문제영역을 식별해 각 분야에 맞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SNS는 이미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들 세대가 SNS를 통해 마음껏 소통하고 자기를 표현하며 또래 문화에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적인 학습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SNS의 긍정적인 기능에 대한 핵심 역량을 강화시키고 부정적인 기능을 올바로 이해시키고 유해성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SNS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관심이 환기돼야 할 시간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부터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너부터 SNS 특성에 대한 이해까지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이 교육 과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어떤 텍스트와 사진은 보내서는 안 되고 보내 달라고 요청해서는 안되는지, 어떤 기록은 남기기에 적합하지 않은지,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이 담고 있는 사적 정보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의도하지 않게 노출될 수 있는 개인 정보는 어떻게 모니터링 돼야하는지, 불법 유통 콘텐츠의 유형은 무엇인지 수많은 사회적 맥락과 규칙에 대하여 이해시키고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든지, 저작권 등 불법성과 상업적 유해와 유익을 따져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은 나이에 따라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각 연령대에 맞게 차별적인 동시에 연속성을 지니는 통합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산업계의 관심을 모아야 할 때이다. 온라인에 게재된 순간 나의 통제를 벗어나 기록으로 남게 되는 글과 사진을 생각해볼 때, 어린 시절 멋모르고 쓴 글이나 철없이 찍어 올린 사진이 온라인 세상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 박제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은가.

저자 : 임소혜

KISO저널 편집위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