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① 주요 내용과 의미

1. n번방 사건이 촉발한 디지털 성범죄 처벌법 제·개정

n번방 사건은 20대 국회의 종료를 앞두고 그동안 미뤄져왔던 성폭력 관련 처벌법들을 다수 통과시키게 하는 촉발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줬다. 2020년 5월 19일과 6월 2일자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1)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된 주요 내용을 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란 표현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로 바꿨으며(제 2조 5),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목적으로 판매·대여·배포·소지·광고·소개·전시·상영 등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했다(제 11조 2항). 또한 영리목적이 아니더라도 이를 배포·제공 등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구입·소지·시청한 자 역시 벌금형을 삭제하고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한편,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대상자 규정을 삭제하고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보호 처분의 대상자에서 피해자로 전환시키는 규정을 마련하고(제 2조 6의 2신설), 아동·청소년 강간·강제추행의 죄를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제 7조의 2 신설), 디지털 성범죄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2)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죄의 벌금형을 징역 1년당 벌금 1천만 원의 비율에 맞춰 상향하고(제 13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의 반포 등의 죄의 법정형을 5년에서 7년 혹은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하였으며,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도 그 촬영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자에 반하여 반포 등을 한 사람은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했다(제 14조 1항부터 3항). 또한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제 14조 4항 신설), 성적 촬영물 등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 또는 강요한 자는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제14조의 3 신설).

3) 정보통신 관련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서비스 제공자 중 일평균 이용자의 수, 매출액, 사업의 종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고 있다(제44조의9 및 제76조2항4호의4 신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아동ㆍ청소년이용성착취물과 같은 불법촬영물 삭제ㆍ접속차단 등의 유통방지 조치의무와 기술적ㆍ관리적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불법촬영물 삭제ㆍ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의도적으로 취하지 아니한 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제1항, 제22조의5제2항 및 제22조의6 신설).

2. n번방 방지법: 쟁점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고 하는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이 의미하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 대상의 음란물을 불법 성착취 영상물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것, 불법 성착취 영상물의 판매, 배포, 구입, 소지 및 시청 행위 등과 관련된 제 행위의 불법성을 강조했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의 공간이 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관리 감독의 의무규정을 명확히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행위라는 명제 제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정형 상향, 벌금형 삭제, 구입 및 소지행위 등의 처벌 등은 디지털 성범죄가 불법적 성착취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중대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 형량을 높이고, 전자감독제 도입,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도입, 신상공개 정보 등록 및 고지제도 확대 등의 보안처분을 확대하는 등 성폭력범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제도들은 모두 전통적 성범죄인 접촉형 성범죄에 한정돼 있었으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식적인 통제수단은 매우 약했다. 종래에 디지털 성범죄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성폭법이나 아청법의 관련 조항에서도 관련 범죄행위를 정의함에 있어‘아동음란물’이나 ‘카메라촬영물’ 등 불법성이 잘 인지되지 못하는 가해자 중심의 몰인격적 언어를 사용하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하는 착취적, 불법적 성격이 드러나지 못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의 법 개정은 ‘불법 성착취 영상물’이라는 표현을 분명히 하여 영상을 통해 이뤄지는 일련의 행위가 더 이상 음란물이나 촬영 행위가 아닌 ‘성착취 행위’라는 점을 천명하는 등, 개정 법률의 목적을 명확히 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사업자 의무 부과의 의미: 안전한 인터넷 공간 조성을 통한 범죄 예방

우리 국민의 사회 안전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느끼는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 요인’ 중 질병, 안보, 환경, 자연재해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이다. 예전에는 사회 안전이라는 것이 우리가 직접 걸어 다니는 생활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로부터 안전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디지털 장비 속에 존재하는 온라인 공간의 안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생활공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이 갈수록 성착취물이나 마약, 불법도박과 같은 사회악이 뿌리내리는 범죄의 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큰 차이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망의 각종 플랫폼들이 성범죄의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자가 전통적 성범죄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인터넷 사용시간이 현저히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감소 및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세상을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단순 명료한 결론이 도출된다.

금번 정보통신망법 이나 전기통신법 개정안들은 디지털 공간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주가 더 이상 자율적 방조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관리책임자의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3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자체 필터링을 법적 의무로 규정했다는 점과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할 관리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플랫폼 사업체에게 성착취 영상물 등이 유통되는 것을 방기하지 않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공식적 사회통제 수준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공식적 사회통제 수준의 강화 역시 중요하다.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에는 자발적 시민단체의 활동이 큰 기여를 했다.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위해 사업자들이 사회적 기관으로써 책임의식을 가지고 관리자적·교육적 역할에 동참한다면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유대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3. 남은 과제 중 최우선적 사안 : 온라인 그루밍법 제정

인터넷 공간에서 아직 미성년인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유인하는 그루밍 행위가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가 되고 있다. 그루밍은 그 자체가 성착취적 행동이기 때문에 실제적 만남이나 성범죄로 이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가 될 수 있다. 지난 4월 범정 부 대책에서도 밝혔듯이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그루밍법이 추진되고 있다.

신종 온라인 그루밍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사회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과거에 온라인 그루밍은 성적 만남 이전의 준비 행위로만 이해됐었다. 그러나 이번 n번방 사건에서 보듯이 신종 온라인 그루밍은 아동을 직접 만나지 않는 ‘온라인 공간상에서 만으로도’ 주로 오프라인에서 행해졌던 성 착취와 성 학대가 모두 이뤄지고 있어 그루밍의 양상 역시 새롭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신종 온라인 그루밍은 초기 단계에서 광고성 유인 메시지 송신 등을 통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이후 개인의 성적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협박과 강요 등이 결합된 결과로 성 착취가 빠르게 일어나게 하는 뿌리가 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에 주목하여 이제는 범죄의 시작점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영국 CEOP(아동성착취및온라인보호센터)에 따르면 온라인 그루밍 사건 중 오프라인에서 아동과의 만남 의도가 명백한 사건은 7% 미만인 반면, 대부분의 사건들은 온라인 환경에 국한돼 있다고 보고했다. 란사로테 협약 제 23조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아동에 대한 성적 제의가 반드시 직접 만남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 가해자가 온라인상에만 머무를 수 있음에도 아동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다”고 재천명하였다. 전형적인 온라인 성범죄, 즉, 앱을 통한 접촉, 몸캠제작 요구, 이의 배포, 더 많은 이미지를 제작하도록 가해자가 피해자를 설득, 피해자가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 이를 공개한다는 협박은 이미 이 자체가 범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범죄의 시작점을 과거처럼, 오프라인 상의 성적 접촉으로 보지 말고, 성행위 의도를 가진 아동과의 의사소통에 초점을 두고 법을 개발해야 한다.

비록 새롭게 개정된 법률이 성착취 영상물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협박이나 강요, 혹은 성범죄의 예비 음모 행위를 규율함으로써 전보다 디지털 성범죄를 규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나,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가 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정의 조항 없이는 결과적으로 온라인 성착취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충분히’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n번방 방지법의 남은 과제 중 최우선적으로 온라인그루밍법을 추진하여 그루밍 행위의 착취적 성격을 천명하고, 해당범죄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종합적으로 제시하여 실지 범죄행위에 법률적 적용이 수월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루밍법의 제정과 함께 수사기관에게 특정 목적의 잠입수사를 가능케하는 법률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함께 도입되어 인터넷 공간의 범죄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로서의 공식적 사회적 통제가 더욱 강화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 :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