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 규제와 미래 전망

1. 핀테크 열풍과 기대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4월 3일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케이뱅크는 25년 만에 국내에서 새롭게 탄생한 제1금융권 기관으로, 최신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오프라인 지점 없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7월에는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는 등 핀테크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금융(Finance)과 혁신을 선도하는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탄생한 핀테크(Fintech)가 전통적인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핀테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찾기 어렵다. 답하는 사람에 따라 인터넷 은행이, 애플페이 등 결제 서비스가, 혹은 비트코인이 핀테크라고 답한다. 그런데 핀테크에 대한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핀테크에 대한 정의들에 공통점이 있다. 그 것은 핀테크가 기술을 이용하여 금융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업들로 이루어진 산업이라는 점이다. 핀테크가 금융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하여 단순히 기술 혁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폭 넓게는 정보 혁명, 그리고 더 나아가 네트워크 혁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핀테크는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금융 산업을 해체하고 금융 서비스를 네트워크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핀테크는 금융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금융 서비스의 제공 형태 측면에서 금융 기관이 개발하고 이를 고객이 수용하던 이전 단계에서 벗어나 금융 소비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 금융 거래에서의 주도권이 금융 기관에서 고객들로 이전된다. 둘째, 금융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다양한 금융 거래 매개자가 등장함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기관의 역할이 축소된다. 이외에도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의 사용을 통해 어느 국가에서든 금융 거래를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2.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의미와 과제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으며,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산업은 전통적 금융 강국인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최근 들어 호주, 중국, 이스라엘 등이 핀테크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국은 엄격하지만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환경을 조성하고,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 비합리적인 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최초로 도입해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 서비스를 규제의 제약 없이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에도 새로운 핀테크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통해 금융 혁신을 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융 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핀테크에 대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핀테크 산업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자금과 기술력에서 열세이며, 금융 시스템 관리의 특성 상 사업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2015)에서 밝힌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필요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IT인프라를 활용하여 접근성이 향상되고, 금리‧수수료 등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여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 비대면 거래 증가 추세 속에 경쟁을 촉진하며 은행권의 보수적 영업 행태 혁신의 자극제 역할을 통한 은행산업 경쟁 촉진, 금융회사·ICT기업·핀테크 업체 등이 제휴하여 시너지효과를 내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 및 신 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신 성장 동력 창출 등이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온라인 증권회사가 도입된 증권 산업의 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만으로는 현재 기대하는 금융 산업의 변화를 이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회의적 시각의 해소를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인한 ICT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참여 한계에 대한 우려와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약화 및 금융 소비자 보호의 취약성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의도대로 시장에서의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며 일정한 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러한 과제간의 관계 복잡성(complexity) 수준이 높아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 은행 생태계 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과 잠재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가와 기존 은행의 지배력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점, 그리고 공급자와 수요자간 협상형 전략이 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그러한 트렌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다.

 

3.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을 위한 주요 규제 방향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은행업을 영위하는 은행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행위, 마케팅 활동, 민원처리 등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영위하는 은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정의하는 경우 오프라인 사무공간을 설치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해진다. 미국의 경우 통화감독청(OCC)의 인터넷전문 은행 인가지침에 1개 이상의 물리적 지점 설치 등 보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해외 사례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무점포 형태였으나, 이후 물리적 오프라인 점포를 보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오프라인 사무 공간 허용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서 창의성 혁신성을 갖춘 ICT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해외 주요 국가의 은산분리 규제 사례를 보면, 각국의 산업화 과정 및 자본 시장의 발달 수준에 따라서 다양한 법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산분리 규제는 거대한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여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거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 에 기여해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나,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유인 약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은산분리에 관한 기본적인 쟁점은 은행법상 은산분리 조항을 완화해야 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완화해야 하는 논거는 무엇인지?,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같은 소위 재벌의 진입도 허용할 것인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조항을 완화한다면, 별도의 지분보유 한도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비 금융주력자의 정의를 수정할 것인지?, 완화한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이다. 은산분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은행법에 은행 자금의 대주주에 대한 공여 방지, 발행 주식의 취득 한도에 대한 관리와 감독 등에 대한 근거 조항(35조 2, 48조 2)을 원용할 수 있겠으나, 그 보다는 사회적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 강화, 리스크 전이 방지, 건전성 확보 등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 방지에 관련된 사후적 보완 장치 역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자산 건전성 규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 규제는 일반은행과 동일한 규율체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할지, 별도의 독립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동일한 규제체계의 경우 규율체계의 일관성이나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 방지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을 갖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갖는 고유 위험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에는 미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독립적인 규율 체계의 경우 탄력적 규율체계를 적용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영업활동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일반은행과의 차별성이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핀테크 산업의 미래

새로운 틈새시장은 규제 환경 및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시장의 주변부 영역에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진입하는 경우, 규제당국에서는 정책 판단에 따라 진입을 용인, 촉진, 혹은 제한 할 수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규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적절한 동기의 제공과 효율성 달성의 문제이다. 우선 ‘해당 산업이 규제를 통하여 신규 진입자의 진입을 유인할 상황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이면 신규 진입자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이윤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의 도입이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신규 진입자를 끌어올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판단 역시 필요로 한다. 규제의 도입 못지않게 규제의 적용 의지 및 지속 기간에 대한 잠재적 신규 사업자들의 믿음도 중요하다. 이미 진입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 소비자 전환비용의 하락을 통한 은행 산업 혁신과 망 외부성의 적절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금융 플랫폼의 발달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어떠한 범위의 규제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 기관들의 조직 문화가 개선되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기존 금융 기관과 제휴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규제의 형태가 열거 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 제고가 필요하다. 또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빅 데이터, 보안 기술, 클라우드 등 기술적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기술 개발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하기 어려움으로, 핀테크 스타트업과 전문 기업 육성을 위한 핀테크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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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금융위원회(2015),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저자 :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