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 특집②> 커뮤니티 상의 적의적(차별/비하) 발언에 따른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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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1990년대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등장한 인터넷은 정보 및 의견교환에 연관된 사회구조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고, 현재에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법현실에 전혀 새롭거나 복합적인 어려운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1 이러한 여러 문제되는 현실 속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의 하나가 바로 적의적 표현행위(hate speech)2에 관한 것이다. 적의적(敵意的) 표현에서 나타나거나 적의적 표현으로 인해 조장되는 적의적인 감정이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비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거나,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퍼져 나가는 적의적 표현들을 현대기술이 가져온 인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위협들 중의 하나로 꼽았던 UN 사무총장의 발언이나, 온라인에서의 적의적 표현이 온라인상에서의 따돌림과도 연계되어 지구촌 전체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상황이다.3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온라인상에서의 적의적 표현행위의 대표적인 예는 소위 ‘일베현상’이다. 온라인상에서의 적의적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성들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그것보다 널리 그리고 빠르게 확산됨으로써 그 파장의 결과가 엄청난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매체적 특성과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에 내재하는 사회적 위험성이 결합된 소위 ‘일베 현상’은 표현행위자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가치 여부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청소년 유해성을 지니는가에 대한 논란의 배경적 상황으로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다.

2. 청소년 유해매체물 제도

.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제도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4 이러한 입법목적에 의거하여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은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상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란, 영화 및 비디오물, 게임물, 음반, 음악파일, 음악영상물 및 음악영상파일, 공연, 정보통신물, 방송프로그램, 일간신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 잡지, 정보간행물, 전자간행물 및 그 밖의 간행물, 간행물, 전자출판물 및 외국간행물, 옥외광고물, 상업적 광고선전물 등의 매체물 중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의 이용이 부적절한 매체물을 말한다. 흔히 ‘19금’ 콘텐츠라고 불리는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현행법상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제도는 해당 매체물의 내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규제이고, 성인과 청소년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비대칭적인 내용규제이며 법령에 근거한 공적 규제이다. 또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물론이고 개별 심의기관이 매체별로 내용규제를 하는 분산형 내용규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5

.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이 해당 매체물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기 위한 심의기준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심의기준으로, ①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②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③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④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것 ⑤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沮害)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⑥ 그 밖에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을 두었다.6 그리고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에는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며 그 매체물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예술적·교육적·의학적·과학적 측면과 그 매체물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였고, 청소년 유해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심의 기준과 그 적용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7

3.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과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여부

커뮤니티 상에서의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을 이유로 해당 매체물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는 대상이 된 발언내용으로 인한 해당 매체물의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여부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차별/비하 발언내용이 청소년보호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악을 인정할만한 내용에 해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청소년보호법 제9조에 규정된 심의기준의 내용 중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를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沮害)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그 밖에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소위 일베 현상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상에서의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인 적의적 표현(hate speech)은 집단성(다수성)ㆍ차별성ㆍ적의성을 개념적 공통요소로 포함한다.8 첫 번째 개념적 요소로서의 ‘집단성(다수성)’은 해당 표현의 대상에 관한 것이다. 표현의 대상(표적집단)이 된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속성이 있고, 이러한 속성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특성들 중에서 개인이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았고 변경이 불가능한 속성들임과 동시에 타인들에게 해당 개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과 연계되어 인식된다.9 두 번째로 ‘차별성’은 해당 표현의 내용과 유형에 관한 것이다. 해당 표현의 핵심은 단순한 비선호의 표현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과 편견의 표현이다. 즉 인종ㆍ성별ㆍ성적 지향ㆍ장애 등을 차별사유로 들어 특정 대상에 대하여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인 내용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편견을 재생산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적의성’은 해당 표현의 목적과 발언의 배경에 관한 것이다. 해당 표현의 발화자들은 표현행위를 통해서 표적집단이 된 대상자들의 존엄을 침해할 목적이거나 위협적ㆍ적대적ㆍ모욕적ㆍ굴욕적ㆍ공격적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 하에서 표적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 등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의 가장 기본적인 배경은 표적집단에 대한 적의성이라 할 수 있고, 이는 표적집단에 속하는 자들에 대한 단순 증오나 혐오를 넘어선 적개심과 고의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의 특정집단에 대한 고의적인 차별/비하 발언에 내재된 해악의 본질은 그 개념적 요소에서 분명하게 인식될 수 있다.

물론 소위 일베 현상과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은 우리 헌법질서 속의 표현의 자유권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함에 있어서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디자인되어야만 하는 규제유형인 ‘내용규제’의 제도화는 신중한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권의 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표현을 제한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의 헌법적 가치와 비중에 따라 내용규제의 형태도 비례 원칙의 범위 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정신적․신체적인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에게 인격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인정되는 불합리한 차별적 발언들을 내용으로 하는 매체물들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커뮤니티상의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비하 발언의 내용적 핵심은 단순한 비선호의 표현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과 편견의 표현이며, 당해 발언을 통해서 표적집단이 된 대상자들의 존엄을 침해하거나 위협적ㆍ적대적ㆍ모욕적ㆍ굴욕적ㆍ공격적 환경을 만들고 그러한 환경 하에서 표적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 등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격적 성숙도를 연령이라는 일반적 기준으로 가늠하는 것이 항상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인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들의 불합리한 차별의식이나 편견이 여과 없이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우선적인 필요성이라고 하겠다.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은 불합리한 차별의식이나 매몰된 편견이 배제된 균형감 있는 정보취득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발언이 불합리한 차별적 내용인가, 일방적 편견인가,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沮害)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인가,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구체적인 심의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헌법적 보호가치의 형량에 있어서 청소년 보호는 우선되어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지만, 표현의 자유도 민주주의사회에서 중요한 헌법적 권리임을 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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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소영(2016), 표현의 자유의 현대적 쟁점에 대한 헌법적 고찰― 온라인에서의 적의적 표현행위(Hate Speech)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 『공법연구』, 제45집 제1호 [본문으로]
  2. 기존 대부분의 연구문헌이나 관련 판례에서 hate speech는 ‘혐오표현, 혐오언론, 증오표현’ 등의 용어로 해석되고 사용되었으나,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hate speech’는 그 표현에 집단성(다수성)ㆍ차별성ㆍ적의성을 개념적 공통요소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혐오’라기 보다는 ‘적의적(敵意的)’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형벌을 포함한 규제의 대상으로 논의되는 hate speech는 최소의 범위로 엄격하게 재단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일본의회가 일명 일본외(日本外) 출신자 부당차별언동 해소법을 제정하여 이에 해당되는 언동들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available: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988  [본문으로]
  4. 청소년보호법[시행 2016.7.7.] [법률 제13726호, 2016.1.6., 타법개정], 제1조 [본문으로]
  5. 정경오(2011),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현황과 쟁점.『KISO저널』, 5호 [본문으로]
  6. 청소년보호법 제9조 제1항 [본문으로]
  7.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시행 2016.7.19.] [대통령령 제27354호, 2016.7.19., 일부개정] 제9조 [본문으로]
  8. 조소영(2016), 표현의 자유의 현대적 쟁점에 대한 헌법적 고찰― 온라인에서의 적의적 표현행위(Hate Speech)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 『공법연구』, 제45집 제1호 [본문으로]
  9. 김민정, 일베식 “욕”의 법적 규제에 대하여, 언론과 법 제13권 제2호(2014), 148면 [본문으로]
저자 : 조소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한국언론법학회 학술이사 / 정보공개위원회 위원,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 /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