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통신·인터넷 현황과 전망
1. 들어가며
2018년 6월과 9월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전해진 ‘9월 평양공동선언’은 일련의 남북 및 북미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한반도에 새로운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방북단에 4대 주요 대기업을 비롯 기업계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남북 정상이 서해와 동해 주변에 각각 공동특구를 조성하기로 합의하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북한과의 새로운 교류의 시대에는 기존의 북한에 대한 인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멈추어 있는 사이에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안정화를 거치면서 크게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북한을 이해하는데 있어 북한의 통신과 인터넷 부분 등 IT분야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및 이동전화 보급률을 자랑하는 남한은 물론 이동전화의 보급과 더불어 급격하게 디지털화되고 있는 북한의 등장으로 인해 남북한 관계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이동전화와 소셜미디어는 물론 다양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북한에서도 새로운 소통방식이 등장하고, 또 새로운 디지털 삶의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남북한의 향후 협력과 교류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글에서는 북한의 통신·인터넷 부문의 현황에 대한 연구에 기반하여, 향후 발전의 전망, 나아가 북한의 통신·인터넷 부문 변화가 남북한 관계에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1
2. 북한 IT부문의 성장과 디지털 공간에의 등장
남북한 단절의 시기였던 지난 10여년 북한의 변화 중 가장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이동전화의 보급이었지만,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은 핵과 미사일 등 물리적 군사력의 성장과 더불어 해킹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안보 역량의 비약적 발전이다. 북한의 사이버안보를 비롯하여 IT부문 역량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3년 구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최고경영자 방북,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2017년 랜섬웨어(Ransomware)인 워너크라이(Wanna Cry)의 세계적 확산이다.
먼저, 북한이 세계 IT업계는 물론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된 첫 번째 계기는 2013년 1월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이다. 에릭 슈미트와 빌 리처드슨의 방문은 베일에 쌓여있던 북한의 IT부문과 인터넷 환경이 아주 부분적으로나마 외부에 공개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공식적으로 실제로 에릭 슈미터 방북을 계기로 2013년 1월 21일 북한은 3G 이동전화서비스를 외국인에게도 허용할 것을 발표하였고, 1월 29일에는 구글의 지도 카테고리에 북한 및 평양지도가 업데이트 되는 가시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후 2월 26일에는 북한의 3G 망을 이용한 첫 번째 인스타그램(Instagram)포스팅이 북한내 AP통신 기자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북한에서 발신한 첫 번째 공식적 소셜미디어 포스팅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세계에 북한의 IT부문 역량을 각인한 사건은 좀 더 정치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2014년 11월 24일 발생한 소니 픽쳐스 해킹사건이 그것으로서 미국정부가 북한을 해킹의 배후로 지목하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면서2북한의 해킹 및 사이버전 역량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북한의 세 번째 등장은 좀 더 어두운 방식이었다. 2017년 5월 워너크라이라는 악성 랜섬웨어의 무차별 유포로 우리나라를 비롯 74개국에 피해가 확산되었는데, 이 워너크라이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지목되면서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사이버역량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3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각기 다른 측면에서 북한의 IT부문의 성장과 발전현황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어떻게 북한이 IT부문의 성장이 가능하였는지, 또 현재 이를 뒷받침하는 북한의 IT부문 현황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하에서는 북한의 IT부문 발전전략과 통신·인터넷 부문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3. 김정은의 IT 발전 전략
북한에서 IT부문 발전이 본격적으로 모색된 것은 1990년대말 김정일위원장때부터이다. 김정일위원장은 소프트웨어 발전에 기반한 IT입국의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고민하고 발전시켰다. 김정일은 IT부문 발전을 위해 IT관련 정부기관을 정비하였으며, IT인력의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및 연구체계를 정비하면서 북한의 IT입국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이후 김정은위원장은 김정일의 발전전략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에 박차를 가하였는데, 김정일 시기부터 추진하던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과 ‘CNC화’ ‘인트라넷 구축’ 등을 지속하는 한편, 과학기술전당 신설, 사이버교육, 사이버진료, 전자결제 확대 등 생활서비스 전반으로 확대 발전시켰다. 이러한 김정은의 IT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 2014년 2월 당사상 일꾼대회에서 ‘인터넷을 우리 사상·문화의 선전 마당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선언이었다. 김정은위원장은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 속에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환경기술(ET)과 함께 IT부문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기존의 IT교육체계를 통해 육성된 IT인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적, 서비스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4. 북한의 통신·인터넷 부문 현황
북한의 통신부문에서 유선전화는 2016년 이래 약 118만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4년 100만 회선을 돌파한 후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2002년 2G 이동전화서비스로 시작한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최근 급격히 보급이 확대되어 2017년 기준 약 38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약 5백만명에 이르며 북한의 주요 도시를 거의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자는 3개의 사업자가 있으며, 고려링크와 강성네트 그리고 별이 그것이다. 고려링크는 외국인과 현지인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강성네트와 별은 현지인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앱을 비롯 서비스도 제공되면서 이동전화를 둘러싼 생태계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부문의 경우, 북한이 인터넷 공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중국의 퉁티엔 부동산회사의 이름으로 중국 선양과 북한 평양에 각각 인터넷 서버를 구축하여 북한주민과 외국인 사이에 이메일 교환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리뱅크’(www.silibank.com) 사이트가 개설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북한이 기존의 북한내부 신문, 방송 또는 국제기구나 외교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외부세계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공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부터이다. 이 시기 북한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일제히 개설하며 북한의 방송 및 신문기사를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북한은 대외 웹사이트 및 메일계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북한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인 소셜미디어 공간에 등장한 것은 중요한 변화를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북한 일반주민은 여전히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하며, 대신 북한 내 인트라넷을 통해 북한 전역의 정보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정보를입수하며, 전자메일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북한 주민은 인트라넷을 통해 비디오콜, 노동신문의 구독, 각종 서적 및 자료의 열람, 전자우편 등이 가능하지만 비공개통신망이기 때문에 외부세계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접속할 수 없고 북한 이외 지역의 인터넷을 통해 북한 내부의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은 인트라넷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공식기관들의 인트라넷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데, 2015년 자료에 의하면 전자도서관에서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센터들은 약 26개 기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은 2007년 9월 .kp 도메인이 승인된 이래 현재 약 28개의 kp도메인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 도메인은 고려항공, 조선중앙통신, 내나라 사이트 등으로서 이중 조선중앙통신이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북한의 인터넷 활용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공식·비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7년 처음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2010년 본격적으로 트위터 등에 계정을 개설하였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북한체제에 대한 선전은 물론, 북한관광, 무역 등에 활용하고 있다.
5. 전망과 평가
이동통신의 비약적 보급과 인트라넷 서비스의 다양화, 소셜미디어 이용의 급증 등의 뚜렷한 디지털화의 지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은 극소수의 북한 내부 인물과 해외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불통의 공간이다. 또한 북한의 통신·인터넷을 비롯한 IT부문도 사이버안보, 해킹 등을 중심으로 편중되게 발전하고 있어, 그 발전이 가지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통신 및 인터넷 부문의 발전은 향후 남북한 경제사회협력은 물론,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한 전략의 모색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북한은 IT역량에 있어서도 군사안보 차원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또 대외적으로도 이 부분이 주목받고 있지만, 군사안보차원의 기술적 발전이 민수부분으로 이전 발전되어온 인터넷의 역사를 통해 볼 때, 북한의 변화에 따라 향후 IT부문의 변화도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즉 북한의 편중된 통신·인터넷 부문의 발전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경제적 계기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지역에 구축된 이동통신네트워크와 인트라넷, 대외적 소셜미디어들은 향후 북중미관계 및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외부와 연결되고 소통하는 중요한 노드들이 될 수 있다.
※ 해당 저널의 정식 표기명은 KISO 저널로 위 게시물을 참고문헌으로 표기하실 때에는 간행물명을 「 KISO 저널」로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정식 표기명 : KISO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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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내용은 김유향, 「남북한 평화공존시대 디지털 북한과 커뮤니케이션 변화」 이슈브리핑 36호,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2018. 6. 25를 참고하여 보완하였다. [본문으로]
- Zeke J Miller, ‘ U.S. Sanctions North Korea Over Sony Hack’, Time, January 2, 2015. [본문으로]
- Ellen Nakashima, ‘The NSA has linked the WannaCry computer worm to North Korea’, The Washington Post, June 14, 201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