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과 관련한 불편한 시선

1.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의 내용

지난 4월 30일 신의진 의원은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 등을 4대 중독 예방 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4대 중독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총리실 산하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키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국가중독관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25명의 위원을 위촉,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세부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중독예방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게 했다.

이 법안에서는 국가중독관리위원회의 역할로 중독예방․치료 및 중독폐해 방지, 5년 주기로 중독 완화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중독관리센터 설치, 중독 예방․치료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맡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의 발의 취지는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 법안 제안이유로 우리나라 인구 약 5천만 명 가운데 333만 명이 이 법안에서 규정한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 등의 중독자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중독의 폐해로 뇌손상, 우울증 등 중독자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 이외에도 폭행, 강도 및 살인 등 강력범죄의 30%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하며, 중독으로 인한 근로자의 생산성 저하와 청소년의 학습기회 손실로 이어지는 부문 등을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도 게임(인터넷)중독과 관련한 법안들은 발의되곤 했다. 특히 신의진 의원의 발의와 맥락을 유사하게 가지고 있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올해 초에 발의되기도 했다. 사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기타 알코올, 도박, 마약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안의 적용대상이 포괄적인 범위라는 점은 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인터넷’, ‘게임’ 등의 미디어콘텐츠를 기타 중독들과 함께 분류하는 것에 대한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제기하고 있는 ‘중독’과 관련한 기존 법률안 등이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있고, 이 때문에 부처 간 협력체계가 미비하여 통합적 대처가 힘들다는 점을 들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화기본법>, <국민건강증진법>, <주세법>, <청소년보호법>, <도로교통법>, <관광진흥법>, <한국마사회법>, <경륜경정법>, <복권 및 복권기금법>, <국민체육진흥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그 밖에 중독예방․치료 및 중독폐해 방지․완화를 위하여 협의가 필요하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률 등이 모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로부터 중독관련 조문을 개정하는 경우 협의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중독예방의 관리의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

금번 발의된 법안의 내용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첫 번째로,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로 총칭된,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실상 이 법률안에서는 대표적인 중독물질로 알코올, 마약, 사행산업, 그리고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이외에 ‘그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제2조 마항)이라는 포괄적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 법률안은 중독의 원인을 소위 알코올, 마약 등과 같은 약물중독(물질 중독)과 인터넷, 게임의 미디어콘텐츠, 사행산업 등의 행위중독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누구나 약물중독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인간의 행위중독에 대한 논의들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약물중독과 행위중독을 같은 선상에서 분류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외에도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 또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른 사행 행위(제2조 다항)가 법률안에서 규정하는 ‘그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는 제시 또한 중독의 대상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이 법안에서는 물질, 행위의 개인적 차원 이외에,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라는 규정을 통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산업도 규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법률안이 제시한 중독예방 및 관리 대상의 모호하고, 광범위한 규정은 제2조 라항의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최근 융합장르, 융합문화, 융합미디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미디어콘텐츠에 대한 분류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다. 과거에 미디어콘텐츠라고 하면 매체중심적인 분류가 대부분이었다. 즉, 방송, 신문, 출판, 라디오 등으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콘텐츠는 기술적 매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영역들이 결합되고 있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규정하는 중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법률안의 제안배경에서 지적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중독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 관리의 대상이 누구나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과 범주로 구분되어야할 것이다. 사실 미디어와 미디어콘텐츠를 중독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상당히 애매한 요소이다. 실상 게임과 겜블링(도박)은 분리되어야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에, 상당수 게임과 겜블링이 동일 선상에서 논의되곤 한다. 또한 이런 논리라면 새로운 미디어가, 그리고 미디어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중독관리 대상으로 포함되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미디어의 소비 자체를 ‘중독 행위’로 규정하고, 5년 단위로 지속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관리 및 조치들을 취해야한다면, 아마도 인터넷을 이용하고, 게임을 이용하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중독관리의 대상으로 5년마다 실태조사를 받아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미디어콘텐츠가 중독의 관리대상이라면,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관리 및 규제 등이 실제 실태조사에 따른 관리 정책방안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콘텐츠를 중독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특히 정확히 ‘중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 국민을 관리대상으로 지목하는 인터넷, 게임 중독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이 결과에 따라서 과다이용 대상자들을 다시 관리 및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나 한 것일까? 특히, 문화와 놀이의 대상이기도 한 미디어 소비와 향유를 국가 관리의 대상으로 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기나 할까?

3. 게임 권하는 사회, 게임 막는 사회

인터넷, 게임, 그리고 최근에 학교에서 가장 논란에 서있는 ‘스마트폰’ 등에 대한 2가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의 제안배경에서도 논의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학습기회의 손실에 대한 부문이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과 관련된 담론의 중심에는 학생들의 학습과 관련된 부문들이 없지 않다. 디지털 등장이후 한국의 교육환경은 급속도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체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나, 스마트교육 등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위한 애플리케이션과 스마트기기 등의 활용에 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교육 시범학교들에서는 발 빠르게 스마트기기와 교육 애플리케이션 등을 결합해서 수업들을 실천하고 있고, 와이파이 등을 통한 클라우드 기반의 교육환경 개선작업들이 제안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에도 디지털사회의 시민능력으로서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 미디어를 통한 창의적 생산과 표현, 그리고 소통능력 등이 제기되어지고 있다. 영국의 오프컴에서 2009년에 발표한 ‘디지털브리튼 미디어리터러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디지털사회로 진전하기 위한 영역으로 디지털 포섭(digital inclusion), 디지털 생활기술(digital life skills),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digital media literacy)의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rope Commission)이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 보고서에서도 미디어리터러시를 4가지 항목인 접근(Access), 분석(Analyze), 평가(Evaluation), 창의적 제작(Creative Produc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EC, 2007). 이처럼 디지털시대를 준비하기위한 노력으로서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접근, 활용 그리고, 나아가 문화적 변화에 대한 고려를 제시하고 있다. 즉,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능력으로서 리터러시에 대한 영역을 고민하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는 본질적으로 ‘미래사회를 대처하는 능력’이다(Masterman, 1985). 새롭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능력으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소유나 접근성에 대한 영역을 벗어나, 사회문화적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제기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의 다양한 변화들을 이해하고, 이 속에서 미디어의 주체로서의 이용자 능력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인 셈이다.

초기의 미디어리터러시가 어린이와 청소년보호의 시각에서 주로 행위나 콘텐츠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면, 현재의 미디어리터러시는 미디어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창의적인 메시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이용자의 능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초창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미디어 시청행위를 변화시키는 태도변화에 두었지만, 디지털 미디어 등장이후부터는 ‘미디어 생산’의 개념이 강조되면서, 교육 목표를 생산자로서의 소통능력과 창의적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강조되어왔다(김양은, 2005). 특히 다양한 학자와 연구진에 의한 멀티 리터러시(multi literacy) 개념의 도입은 인간의 다양한 언어 능력의 함양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위한 능력으로서 미디어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안정임․김양은 외, 2009; Meyrowitz, 1998; The New London Group, 1996).

이 같은 디지털시대의 시민능력으로서의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들이 가지는 함의는 바로 ‘자율규제’에 있다. 즉, 디지털시대의 미디어콘텐츠들에 대한 성찰, 분석, 그리고 표현 등의 능력을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시민능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미디어콘텐츠에 대한 사회문화적 역량의 강화를 통한 자율규제능력의 향상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함께, 융복합 교육환경과 교수방법 등의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게임’, ‘인터넷’ 등은 교육의 도구로 접근되고 있다. 젠킨스(2006)의 경우에는 놀이(Play), 퍼포먼스(Performance), 시뮬레이션(simulation), 사용(Adaption),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분배된 인지(Distributed Cognition),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판단(Judgment), 범미디어 내비게이션(Transmedia Navigation), 네트워킹(Networking), 교섭(Negotiation)을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 그리고 미디어콘텐츠에 대한 한국의 시선은 상당히 이중적이다. 이처럼 게임을 교육적 도구로서 권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국가단위의 관리대상으로 규정하는 법률안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중독과 관련해서 우리는 인터넷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국가적 관리와 정책들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인터넷중독에서 게임중독으로, 게임중독에서 스마트중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새로운 또 다른 미디어가 등장한다면 우리는 역시나 그 미디어나 콘텐츠에 대한 중독의 논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 법률안에서는 예방과 치료를 국가중독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독예방과 중독치료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예방의 대상은 국민전체가 될 것이며, 중독치료의 대상은 중독자로 한정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알코올중독, 마약중독과 같은 분명하게 구분되는 중독과 달리, 미디어콘텐츠에 의한 중독은 그 범위를 한정짓기 어렵다. 특히, 인터넷 및 게임 중독 예방은 교육을 통한 자율능력의 확장을 통해서만 가능한 부문이다. 국가적 차원의 국가중독관리위원회가 기타 부처들의 법안들을 검토하고, 그리고, 전 국민의 미디어 소비 및 향유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기보다는 다양한 콘텐츠, 다양한 미디어가 넘쳐나는 미디어 의존시대를 위해서 미디어에 대한 주체적 선택과 소비에 대한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를 먼저 제기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분명히 미디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필자도 요즘 필자의 공간에 널려있는 넘쳐나는 기기들을 경험하고 있다. 대중미디어시대는 대중들이 동일한 미디어와 미디어콘텐츠를 소비했다. 하지만 웹2.0을 넘어 웹 3.0으로 진화하는 지금은 이용자들은 각기 다른 미디어와 미디어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해야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국가차원의 예방, 관리, 치료보다 우선하는 것은 이들 미디어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주체적 선택과 결정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고민해야하는 것들은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향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또한 이용자들이 스스로 주체적 선택이 가능한 환경의 구축과 교육적 지원에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양은 (2005). 미디어교육의 개념변화에 대한 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28권 1호, 306~324.

안정임·김양은 외(2009). 미디어교육 효과측정 모델 :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 개발 2009 미디어교육 연구서. 서울 : 한국언론재단

EC(2007), 『Study on the Current Trends and Approaches to Media Literacy in Europe』, European Commissions.

Jenkins, H., Clinton, K., Purushotma, R., Robison, A. J., & Weigel, M. (2009). 『Confronting the Challenges of Participatory Culture: Media Education for the 21st Century』, MIT Press.

Lankshear, C., & Knobel, M. (2003). 『New literacies : changing knowledge and lassroom learning』. Buckingham: Open UP.

Masterman, L. (1985). 『Teaching the Media』, London: Comedia.

Meyrowitz Joshua(1998), “Multiple Media Literacies”, 『Journal of Communication』, Vol 48(1),

The New Lodon Group(1996). A Pedagogy of Multiliteracies: Designing Social Fututure’. 『Harvard Educational Review』, 66(1), 60∼92.

 

저자 : 김양은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