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이용자가 돌아왔다

기자가 바라본 종합토론의 현장

전문가들은 10월 25일 열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을 주목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문제가 불거졌고, 포럼에서 포털의 정책 변화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10월 25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미지 출처=KISO)

이번 포럼은 이용자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조사, 각계 전문가 의견이 종합적으로 나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포털 관계자들의 정책 설명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두고 다양한 개념어들이 있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 다음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라 규정하고 있다. 아래부터는 ‘실급검’이라 통칭한다.

 

1. ‘이용자 관점’ 되찾아준 소비자 인식조사

포럼의 핵심은 이상우 연세대 교수가 발표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다. 그간 실급검을 둘러싼 수많은 비판이 있었다. 실급검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완벽하게 성립하려면 ‘이용자들이 실급검의 상업성·정파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간 실급검 비판론자들은 ‘이용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급검 이용자에 대한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비판은 추정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가 발표한 소비자 인식조사는 큰 의미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실급검의 긍정적·부정적 평가를 고루 인지하고 있었다. 실급검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직접 개입에 대한 호응도는 높지 않았다. 실급검 폐지·숨기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실급검에 부정적이던 언론 및 정치인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결과였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소중한 조사 결과”라면서 “실급검을 폐지할 것이냐 여부는 이용자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포털사업자는 이번 이용자들의 인식을 실급검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국회의 요구에 응답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2. 실급검을 둘러싼 학자·언론계의 의견 차이

이날 포럼에서 나온 주제들은 ▲정치적·상업적 실급검은 규제 가능한가 ▲선거기간에 정치 관련 실급검을 제한해야 하는가 ▲실급검 알고리즘은 공개되어야 하나 등이다. 토론자들은 정치적 실급검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언론계 토론자들은 실급검 규제론을, 학계·시민단체는 신중론을 펼쳤다.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과 박종성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실급검 규제론을 들고 나왔다. 노 위원은 “(실급검 정치 관련 키워드의) 문제는 악용되거나 왜곡된다는 점”이라면서 “소수에 의한 여론의 왜곡 같은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다수의 위험’이 극대화되는 문제가 본질이다. 다수의 의견을 흐름으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상반된 내용의 키워드가 실급검 1위, 10위에 올라가 있으면 다수가 1위 키워드를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서 “여론이 호도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실급검이) 여론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건 추측”이라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생도 실급검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인식한다. 현상에선 근거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성옥 교수는 “(실급검의 정치적 키워드는) 여론 그 자체도 아니고, 여론 조작도 아니다”라면서 “실급검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이다.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인터넷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피력할 수 있다”면서 “검색어도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용자의 의사 표현을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우 교수는 “실급검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이용자의 인식이) 이런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상업적 실급검에 대한 의견은 합치했다. 노원명 위원은 “(상업적 성격의 실급검은)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제도적·시스템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성 위원 역시 “10월 23일 오후 4시 실급검을 확인했더니 상위 10개 중 대다수가 상업광고였다”라며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호객꾼이 구매자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규제나 조치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규제론을 들고왔다. 성 교수는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교수는 “정치적 키워드와 상업적 키워드는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정치적 표현물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지만 상업적 표현물은 제한되어야 한다. 규제가 필요하다. 대기업 상품 키워드가 실급검 순위에 올라가면 정보 독점”이라고 지적했다.

학계가 상업적 실급검 규제 필요성을 이야기하자 노원명 위원은 “왜 마케팅 차원에서의 실급검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가. 엄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성옥 교수는 “(정치적 실급검과) 상업적 실급검에 대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건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내린 기준”이라면서 “그간 상업적 표현물은 정치적 표현물보다 많이 제한해왔다”고 반박했다.

‘선거기간에 정치 관련 실급검 서비스를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언론계는 선거기간에 실급검 서비스 제한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학계는 강압적인 규제보다는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포털사업자가 실급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알고리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알고리즘을 전면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이용자에게 명확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다수 이용자는 네이버·카카오 실급검 알고리즘이 어떤 원리인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합치된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3. 당사자 참여 없었던 포럼

통상 정책 토론회가 열릴 때 정부 기관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개인의 발언이 기관의 입장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정부 인사들은 실효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무 정부 기관을 토론자로 초청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토론회에서 나오는 여러 정책적 대안들을 직접 전달받는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정책결정자가 참여하지 않은 점은 언론인 입장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KISO의 결정사항이 회원사의 정책에 반영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KISO로서는 실질적인 대안 도출을 위해 당사자를 제외한 전문가만 초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포럼에 참여한 기자, 전문가들은 포털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했다. 이번 포럼에 수많은 기자와 전문가가 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카카오는 포럼 개최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실급검 관련 개편안을 발표했다. 카카오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포럼을 앞두고 급박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카카오 관계자가 포럼에서 배경 설명을 해줬다면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4. 다음 실급검 포럼을 기대하며

실급검은 뜨거운 감자다. 정치권·기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급검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은 이들의 주장을 재생산했다. 이렇게 생산된 공론장에서 이용자는 배제되어 있었다. 이용자가 빠진 실급검 공론장은 큰 의미가 있지 못한다.

이번 포럼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 이상우 교수는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해 그간 논의에서 빠져 있었던 ‘이용자’를 불러왔다. 좌장이었던 이인호 KISO 정책위원장의 포럼 진행 역시 적절했다. 준비한 토론문만 읽던 기존 토론회 관행을 벗어났다. 전문가들의 논박은 정책 방향을 만들어냈다.

포럼이 실시된 후 2개월, 포털은 실급검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0년 상반기 실급검 전면적 개편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상업적 키워드 노출빈도 조절 필터와 주제별 묶어보기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 맞춤형 실시간 급상승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럼에서 나온 여러 대안 및 비판들이 수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인·언론의 주목은 휘발성이 강하다. 실급검에 대한 관심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현재의 포털 실급검 개편안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실급검에 대한 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논의와 견제가 필요하다. 이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 같은 포럼이 연속적으로 기획돼야 하는 이유다.

 

저자 : 윤수현

미디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