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한국 상륙, 위성통신이 흔드는 로밍과 통신주권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2025년 12월 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땅 위 기지국 중심이던 국내 통신 시장에 ‘위성망’ 경쟁이 본격화됐다. 저궤도(Low Earth Orbit·LEO) 위성은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 지연시간(latency)을 줄일 수 있고, 도서·산간, 해상, 항공처럼 지상망이 약하거나 끊기기 쉬운 구간에서 연결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존 이동통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통신 음영을 메우는 보완재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에 가깝다.
관건은 이 흐름이 6G 시대에도 ‘보완’에 머물지 여부다. 저궤도 위성과 지상 기지국이 결합하는 6G 비지상통신망(Non-Terrestrial Network·NTN) 환경이 본격화되면, 위성망은 특정 지역·특정 용도를 넘어 산업 전반의 통신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로 확대될 수 있다.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AM) 등 초고속·저지연 연결을 요구하는 미래 산업이 확산될수록 위성망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경 간 통신에서 로밍(roaming)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연결이 국경의 제약을 덜 받게 될수록, 트래픽 경로와 서비스 제공 주체가 재편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요금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거버넌스, 규제·감독, 재난 시 우선순위 통제 등 정책 수단과도 맞물린다. 저궤도 위성망을 경유하는 데이터 흐름이 확대·고착화될 경우, 국가의 통신 정책 집행 역량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 서비스가 제한되거나 중단될 경우, 대체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면 위성 기반 연결이 새로운 취약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스타링크는 무엇을 대체하고, 무엇을 보완하나
국내에서는 아직 스타링크를 기존 통신을 ‘완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서비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광케이블 기반 초고속인터넷과 LTE·5G 품질이 안정적인 도심에서는 전환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지상 통신망이 취약하거나 구축 비용이 과도한 지역에서는 사실상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다.
농어촌·산간·섬처럼 유선망 구축이 어렵거나, 해상·항공처럼 지상망 접근 자체가 제한되는 환경에서는 스타링크의 효용이 크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는 광케이블이 더 빠르고 안정적인 경우가 많고, 위성 기반 특성상 날씨나 설치 환경에 따라 체감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요금이 월 8만7천 원(무제한·주거용), 장비 55만 원 수준이라는 점도 기존 유선 인터넷 대비 부담 요인이다.
이동통신 영역에서도 ‘대체’보다는 ‘비상 보완’에 가깝다.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는 LTE·5G 데이터 경험을 그대로 대체하기보다 문자·일부 앱 중심의 제한적 연결이 제공되는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통신사 제휴를 통한 위성 문자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으나, 속도와 가용성에는 제약이 따른다.

시장별로 다른 확산 경로
소비자(B2C) 시장에서는 요금과 설치 부담, 판매망이 확산의 관건이다. 스타링크는 무제한 요금제와 라이트 요금제, 30일 무료 체험 등을 제시했지만, 국내는 유선·이동통신 인프라가 촘촘하다. 전국 단위의 대중 확산보다는 캠핑·레저, 도서 산간 거주 등 대체재가 부족한 구간에서 틈새 수요가 먼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통은 신세계아이앤씨가 맡고 있다.
기업(B2B) 시장은 확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통신 공백이 곧 비용과 안전 문제로 이어지는 산업에서 위성인터넷의 체감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SK텔링크와 KT SAT은 해양·선박, 항공기 등 특수 수요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항공사는 기내 와이파이 고도화 차원에서, 해운사는 항해 중 통신 품질 개선과 안전 대응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 5개 항공사가 기내 와이파이에 스타링크를 적용하기로 했고, 현대글로비스도 보유 선박 45척에 순차 도입 계획을 밝혔다.
공공 부문에서도 재난 대응 인프라로 위성통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산림청은 산악·오지 통신 음영 지역을 대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대형 재난으로 기지국이 파손돼도 이동형 기지국과 위성망을 통해 현장 통신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규모’가 있다. 스페이스X는 발사를 이어가며 위성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저궤도에 배치된 스타링크 위성은 9,600기 이상으로 전해진다. 위성 수가 늘어날수록 커버리지는 촘촘해지고 활용 영역도 넓어진다. 결국 위성망을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스타링크가 주는 위협
스타링크가 이동통신 산업에 던지는 핵심 변수는 로밍 구조의 변화다. 해상·항공 분야에서 기존 위성 로밍이나 고가 전용 회선이 스타링크 기반 연결로 전환될 경우, 통신사의 B2B 로밍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시장에서도 다이렉트 투 셀 모델이 확산되면 현지 유심·로밍 상품 중심의 수익 구조가 일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장은 ‘충돌’보다 ‘협력’이 병행되는 국면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자회사와 제휴 구조를 통해 B2B 영역에서 스타링크를 활용하고 있다. 지상망이 촘촘한 한국 시장 특성상 B2C 확산 속도도 제한적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과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예 기지국을 우회하는 경쟁자 등장
스타링크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독일의 리바다 스페이스 네트웍스(Rivada Space Networks)는 위성 간 레이저 링크를 활용해 지상 게이트웨이(gateway) 의존도를 낮추는 아우터넷(Outernet) 구상을 제시한다. 위성 간 광통신 기반 메쉬 네트워크를 통해 고속·저지연·보안성을 강조하며, 군·정부·금융·해양·에너지 등 보안 민감 B2B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리바다는 2028년까지 600기 발사 계획을 언급했고, 한국에서는 KT SAT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최종 계약은 불발됐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지상 게이트웨이 중심 구조를 우회하는 또 하나의 경쟁 축이 형성될 수 있다.

확산과 주도권은 별개, 한국의 대응은 ‘표준’으로
위성통신 수요 확대와 기술·표준·망 주도권은 별개의 문제다. 비표준 기반 글로벌 위성통신 서비스가 먼저 시장을 장악할 경우, 국내는 이용 확산과 동시에 기술 종속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얼마나 쓰이느냐”와 “누가 규칙을 정하느냐”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6G 표준 기반 위성’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은 2025~2030년 6년간 3,199억9,000만 원을 투입해 통신위성 2기 발사와 시범망 구축을 추진한다. 총사업비는 6,000억 원에서 조정됐지만, 방향성은 6G 표준 기술 확보에 맞춰져 있다.
다만 기술 확보와 독자 위성망 구축은 다른 문제다. 스타링크처럼 대규모 위성망을 단독으로 구축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민·관·군 연합 모델, 우호국 협력, 글로벌 연합 전략 등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 수를 빠르게 늘리는 스타링크의 속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단순 도입을 넘어 표준 경쟁과 주도권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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