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1. 들어가며
모든 영역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는 지금, 이제 AI는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이기를 넘어 경쟁자로서의 위협으로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AI에게 인간의 지식을 학습시키고 효율적으로 인간의 지식을 활용토록 하겠다는 생각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모든 노하우를 AI에게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앵거스 플래처의 「고유지능」은 그동안 암묵적으로만 생각해 왔던 인간과 뇌의 탁월함을 재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AI가 더욱 발전된 미래시대에서도 인간이 AI를 활용 도구로 다스리며 이용하게 될 것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먼저 인간의 뇌가 불안정한 상황, 정보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며 진화해 왔고, 그 결과 인간의 지능에는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라는 AI가 갖지 못한 고유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출발점에서 제시한다.
기존의 지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인 답을 찾아가는 것에 익숙한 세상에서,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때마다 우리가 터부시해 왔던 능력들이 AI보다 인간이 우수한 고유한 능력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출발이다.
2. AI는 구현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네 가지 힘
매일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는 위협과 동시에 기회가 존재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정해진 패턴과 원칙에 따라 효율적으로 주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들을 키워 왔다.
그러나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워즈의 뛰어난 재능을 발견하고, 반 고흐, 퀴리처럼 미술,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외를 발견했을 때 기존 원칙으로 판단하려는 충동을 억제한 채,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보적인 잠재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의외의 사건, 예상치 못한 기회, 새로운 위협에서 비롯되는 정보, 즉, 예외적 정보를 잘 감지할수록 새로운 가능성을 예리하게 직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상상력을 어떻게 훈련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계획하고, 계획하고, 계획하고, 계획한다”라고 답변한다. 계획은 상상으로 만들어지고, 상상은 뇌에서 이야기(plot)를 통해 형성된다는 저자의 설득에, 평상시 무언가를 계획하는 우리의 상상 과정들을 되짚어 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과제에 한 가지 계획만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이 사회에서 목표에 이르는 다양한 계획을 상상해 본다는 것은 매우 낯설게 느껴지지만, ‘좋은 계획은 하나의 정상으로 가는 무한한 길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시대의 직장인들도 숙고해 볼 과제다.
이와 함께 다뤄지는 인간의 고유능력인 ‘감정’에 대해 저자는 ‘당신이 어디로 가야할 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설명한다. ‘두려움’은 계획이 없다는 뇌의 경고이고, ‘분노’는 ‘계획이 하나뿐’이라는 위험 신호이며, ‘슬픔’과 ‘수치심’은 ‘현명한 행동을 이끄는 신호등’이라는 저자의 해석은, 당당하지 못한 나의 모습들이 보여질 때 나타나는 쓸모없는 감정들일 뿐이라고 폄하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직관을 통해 예외적 정보를 발견하고, 상상력으로 다양한 전략을 만들고, 감정을 통해 성과를 평가하며, 상식으로 가장 적합한 미래를 선택하게 하는 인간의 고유지능은 오늘날 교육에서 외면받지만 AI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뛰어난 본성이다.
3. 불확실성을 기회로
신경과학 전공, 문학박사 학위와 함께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개발 연구라는 어울리지 않는 경력을 가진 저자는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와 같은 과학 기술 혁신가와 함께 셰익스피어를 등장시킨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유령을 보고 놀라는 학자에 대해, ‘그러니 그것을 낯선 손님처럼 환영하게’라고 대꾸하는 장면을 일컬어, 예외를 발견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그 이상 현상을 새로운 규칙으로 바꾸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적을 먹어치운다’라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적이 나보다 우수한 예외적 특성과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흡수함으로써, 클라우제비츠의 제자 몰트케가 오스트리아 제국에 이어 나폴레옹 3세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고, 스티브 잡스가 혁신을 주도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외가 발생하면 예외와 규칙 중 항상 규칙을 선택해 왔던, 우리들에게 ‘그것은 우리 뇌가 성장할 기회를 뺏는 것이다’, ‘예외를 발견했을 때, 그 예외가 열어준 가능성을 포함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경종을 울린다.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행동과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가 아니라, 무리보다 앞에 놓인 미래를 보고, 구성원을 존중하며 자발적인 주도를 통해 서로의 통찰을 확장하고 혁신을 일으키게 하는 ‘리더’라는 것을 강조한다.
4. AI와는 다른 인간의 고유지능
인간의 뇌는 AI와 달리 데이터와 추상적인 개념 외에도 예외와 행동으로도 생각할 수 있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에 사용된 ‘행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A=B’인 ‘논리’와 달리 ‘행동’은 ‘A→B’와 같이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이끈다는 것, 즉, 화재가 나면 연기가 난다는 사건에 대해, 인간의 뇌는 ‘화재→연기’로 받아들이지만, AI는 ‘화재=연기’로 이해하고, 말이 달리는 영상에 대해, AI는 정지된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나열하지만, 인간의 뇌는 질주하는 말을 상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사소해 보이는 ‘운동지능(motor intelligence)’이라는 차이가 매우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운동지능을 가진 인간은 데이터가 거의 없거나 심지어 전혀 없어도 작동하고, 주도적으로 전에 없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 새로운 예술, 과학, 기술을 창조하기도 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고유지능을 의식적으로 훈련시킴으로써, 뇌의 운동 영역을 더 창의적이고 선별적이며 효과적인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5. 맺으며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이 어떻겠니?”
학원 과제에 밀려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채 시작하지도 못한 중학교 1학년 아들에게 아빠로서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자녀에게 중산층이 되기 위한 주입식 교육보다는,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고민과 계획 끝에 대안학교를 개교했다.
정답을 가르치기보다는, 발표와 디베이트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스스로 공부 계획을 재수립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을 통해 창의력과 자기주도성을 길러 주고자 했지만, 예외적인 길을 가는 것은 수많은 결단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길이었다.
‘진정한 통찰은 혁신적인 장인과 실험가들이 논리를 거부하고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을 되찾은 르네상스 시대가 되어서야 탄생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당시의 수고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셰익스피어를 권하고 있다.
유명한 예술가, 과학자, 지도자가 되기 위한 목표 때문이 아니라, 인간 각자가 가진 고유한 개성, 그 개성들을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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