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얼핏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는 이 책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생활의 피로감, 집중력의 결여, 번아웃 증후군이 혹시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 최첨단 기술로 인한 디지털 중독에서 초래된 것은 아닐까 하는 당연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나는 거의 취한 것처럼 탈진해 있었다. 그때 내 나이는 39살이었고, 21살 때부터 쉬지 않고 일했다. 휴일도 거의 없었다. 더 생산적인 작가가 되려고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스스로를 정보로 살찌웠고, 그러한 삶의 방식이 공장식 농장에서 푸아그라용 오리의 간을 파테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먹이를 먹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1 과중한 일의 부담 속에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멈추질 않는 이메일 검색이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관리로 초래된 탈진에 빠진 저자 요한 하리는 어느 날 그와 비슷하게 디지털 중독에 빠진 10대의 대자(godson) 애덤과 함께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 보기 위해 미국을 여행한다. 여행 기간 동안 10대 소년인 애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소셜미디어 사용은 하지 않기로 한 사전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여행은 실패로 막을 내린다.

이후 저자는 자기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소위 ‘율리시스 계약’을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내가 이렇게 된 건 한 개인으로서 내 자제력이 부족해서이며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나는 해결책이 명백하다고 생각했다. 자제력을 키우고, 핸드폰을 없애면 됐다. 온라인으로 케이프코드의 끝 프로빈스타운 해변에 있는 작은 방을 예약했다. 그리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이 3개월간 그곳에서 지내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다 끝났어. 이젠 끝이야. 20년 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이 될 거야.”2 흔히 선제적 조치라고 불리는 이 계약은 호머 <오디세이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항해 중인 율리시스는 위험한 세이렌의 유혹으로 인한 난파를 피하고자 선원들에게 자신을 배의 돛대에 고정하고 귀를 왁스로 막아 노래에 굴복하지 않도록 지시한다. 이는 현재의 자아가 미래의 자아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결정을 내리고 공표하여 실천하기 어려운 결심을 강제로 실행하려는 의사결정 방법이다. 이렇게 프로빈스타운에서의 3개월 동안 그는 집중력을 되찾고, 몰입감과 행복을 느끼며 독서와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여행 후에도 인터넷 사용을 제한해 주는 ‘프리덤’이라는 프로그램이나 타이머를 설정해 휴대폰을 넣고 잠가버리는 ‘kSafe’ 같은 장치도 이용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겨우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언제까지나 인터넷과 휴대폰 없이 살 수 없는 현실로 되돌아오자 스스로 실패자가 된 느낌이 된다.

그 후 그는 구글의 전략전문가로 일하던 제임스 윌리엄스를 실리콘 밸리에서 만나 문제의 더 큰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되며, 환경오염 상태에 빠져 세상에서 자신만 가끔 방독면을 쓰는 걸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나아가 단순히 자신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거대한 그 무엇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을 먹는다. 세계 최고의 아동 주의력 문제(ADHD)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엘 닉 교수를 인터뷰한 후에 그로부터 집중력 결핍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가 의도치 않게 집중력 문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비만 문제처럼 오히려 열악한 식량 품질, 도시 개발 등 생활 방식과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사회적 전염병에 가깝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회구조적 인식으로 도약을 이룬다.

직업적 탐사 전문 기자인 저자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마이애미와 모스크바, 몬트리올, 멜버른 등지에 있는 250명 이상의 전문가를 인터뷰한다. 엄청난 발품을 판 덕에 저자는 집중력 저하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기술사회학적, 인지심리적, 사회경제적 증거들을 찾아내어 생생하게 기록하며 이 책은 3년여에 걸친 그 결과물로서 탄생한 한 편의 르포르타주다.

집중력 저하에 대해, 저자 요한 하리는 피상적인 진단에서 벗어나 넓고 깊게 파헤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끊임없는 연결을 강요하는 모바일 환경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를 디지털로 인한 산만함이라고 해두자. 또한 소방 호스로 물을 들이켜게 만드는 듯한 정보의 홍수 정보 과부하를 빼놓을 수 없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멀티태스킹에 대한 오해도 큰 문제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시도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개방형 사무실 레이아웃, 시끄러운 주변 환경, 끊임없는 방해가 특징인 현대의 업무 환경은 집중력 부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생활의 개인적, 직업적 요구와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도 빼놓을 수 없는 집중력 방해 요소이며 취약계층의 경제적 불안정, 아이에게 있어서는 부모 사이의 갈등과 가정불화 등이 의외로 ADHD의 숨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수면 부족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바쁜 일정이나 과도한 스크린 사용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현실 또한 문제다. 수면 부족은 인지 기능과 집중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외에도 잘못된 식습관, 과도한 카페인 섭취, 운동 부족은 정신의 명료성과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끝난다면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부한 내용의 세심한 요약에 지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소셜 딜레마>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거대 테크기업의 비열한 이윤극대화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그들이 사용자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감시자본주의(하버드 대 쇼샤나 주코브 교수의 개념에서 왔다)가 우리를 스크린에 묶어두기 위해 교묘한 심리 조종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테크 기업의 내부 고발자인 트리스탄 해리스나 아자 라스킨과 같은 테크기업 출신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가차 없이 폭로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빛을 발한다. 우리의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개미지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이러한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상류층은” 주의력이 처한 위험을 “매우 잘 인식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 행복한 세상에 살고 나머지 사회 구성원은 “조종에 저항할 자원이 적어서 컴퓨터 속 세상에 살며 점점 더 남에게 조종되는” 매트릭스 속 사회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뛰어난 통찰이다.

대안이 없다면 그는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집중력을 찾기 위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세 가지 거대하고 대담한 목표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첫째,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한다. 고의적인 해킹으로 중독된 사람들은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 늘 탈진 상태인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들이(자기 동네와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 집 안에 갇힌 아이들은 건강한 집중력을 발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사람들의 집중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다.”3

집중력의 문제는 단순한 생산성 저하나 효율 부족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문제, 특히 삶의 질의 문제, 행복의 문제이다. 463쪽에 달하는 저자의 역설은 경청할 가치가 있으며 그의 뛰어난 필력 탓에 심지어 술술 읽히기까지 한다. 다만 (이미 ‘fabrication’과 관련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는 전작 탓에) 지나치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밀착해서 서술해 나가는 방식에 어떤 작위성은 없는지 하는 의구심도 들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나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 부족마저 우리의 집단적 집중력 저하 탓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흥미롭고, 잘 읽히고, 만족감을 주는 이유는 그가 집중력을 우리의 개인적인 삶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며 그 근거를 각계 전문가를 찾아내 그들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려주는 진정성에 있다 하겠다.

  1. 책, p.38 [본문으로]
  2. 책 p.29 [본문으로]
  3. 책 p.421 [본문으로]
저자 :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