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추천’을 넘어 ‘대신 쇼핑’하는 시대

1. 인간을 뛰어넘는 ‘AI 비서’

“2030년이면 AI가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의 최대 4분의 1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는 2030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를 통한 단순 검색 및 추천 서비스는 제외한 수치다. 말 그대로 ‘AI 비서’가 상품의 발견부터 구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용자를 돕거나 대신하게 된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제품의 선택지가 수십 수백 배 많은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똑똑한 상품 추천 시스템은 판매자의 수익 증진뿐만 아니라 이용자 효용 측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다.

지금도 각종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 AI 기반 상품 추천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복잡하거나 중요도가 높은 상품을 구매할 때에는 사람의 추천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프랑스 IT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Capgemini)가 전 세계 소비자 1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0% 이상이 복잡한 구매 과정이나 서비스 문제 해결 시 사람의 도움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점원’을 뛰어넘는 효용을 보이기 위해 강화해야 할 기능으로 ‘초개인화’를 제시한다. 예컨대 같은 검색값을 입력해도 구매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맞춤형 상품과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식이다. 특정 검색어·검색이력에 대응되는 ‘추천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교육받은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이제는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여 제품을 추천해주는 베테랑 영업사원을 구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태껏 사람이 AI보다 더 뛰어난 초개인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데이터’이다. 가령 응대 능력이 뛰어난 옷 가게 점원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의 성별, 연령대뿐만 아니라 옷차림과 외모를 보고 가장 어울릴 만한 제품을 추천해주며,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취향을 확인한다. 가구 매장 점원은 고객의 자차 보유 여부, 거주지와 매장 간 거리 등을 감안해 제품의 배송 방식까지 상세하게 챙길 수 있다. 일반적인 AI 모델이 수집하기 어려운 ‘데이터의 교류’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2. 글로벌 AI 쇼핑 경쟁 격화

초개인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유능한’ AI 쇼핑 에이전트 개발 경쟁은 글로벌 AI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아마존(Amazon)은 2024년 2월부터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대화형 AI 에이전트 ‘루퍼스(Rufus)’를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으로 확대 출시했다. 루퍼스는 이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하여 제품을 추천한다. 원하는 스타일과 다른 사용자의 리뷰 등을 종합하여 사이즈를 골라주기도 하고, 아마존 외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용자가 이전에 검색·구매한 내역과 추가로 대화창에 입력한 정보들, 제품에 대한 구매자 리뷰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대규모 LLM(Large Language Model, 이하 LLM)이 결과값을 출력한다. 사람마다 검색 이력이 다르고 대화창에 입력한 정보가 다르니, 추천받는 상품도 제각각이다.

최근 아마존이 공개한 일부 수치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초개인화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3분기를 기점으로 루퍼스 이용자는 2억5,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들이 실제 구매를 결정하는 데 이르는 비율은 루퍼스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에 비해 6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OpenAI)도 AI 에이전트 쇼핑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2025년 9월 챗GPT(ChatGPT) 내에 전자상거래 플랫폼 엣시(Etsy·미국), 쇼피파이(Shopify·캐나다)와 연계하여 상품을 바로 검색·구매할 수 있는 ‘즉시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10월에는 월마트(Walmart)와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11월 ‘쇼핑 리서치(Shopping Research)’ 기능을 출시했다. 원하는 제품의 종류, 특성, 구매자의 상황 등을 입력하면 적합한 상품과 판매처를 연결해준다. 제휴된 판매처의 상품은 LLM 내부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다. 이용자의 이전 검색 기록을 감안하여 맞춤형 결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루퍼스와 마찬가지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2026년 1월에는 구글(Google)이 AI 쇼핑 경쟁 참전을 선언했다. 월마트, 엣시, 쇼피파이 등 전자상거래 사업자와 공동으로 프로토콜을 개발하여, 자사 AI 서비스인 제미나이(Gemini) 내에서 해당 판매처 상품의 검색부터 결제까지 전 단계가 이뤄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구축된 LLM 내에 쇼핑 특화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하고 유력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의 상품을 노출한다는 점에서, 오픈AI와 유사한 서비스 모델로 정면 승부에 나서는 셈이다. 구글페이(Google Pay), 구글월렛(Google Wallet) 등 자사의 결제 플랫폼과 연계하여 타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노린다.

여기서도 누가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이들 글로벌 사업자들 간 쇼핑 서비스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첫째는 과거의 검색 이력을 통해 고객의 성향, 취향, 관심사를 수집하여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한다. LLM 기술력과 이용자 규모 측면에서 구글과 오픈AI가 아마존 대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이다.

두번째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다양성이다. 아마존은 이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한 상품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챗GPT의 크롤링 기능을 차단하는 전략적 봉쇄 전략을 채택했다.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AI 에이전트 코멧(Comet)이 고객 계정으로 아마존에 위장 접근하여 상품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를 대행했다는 이유로, 2025년 11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아마존 상품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자, ‘레딧(Reddit)’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이용자 후기를 상품 추천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3. 국내 AI 에이전트 쇼핑 시장의 가능성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AI 에이전트 쇼핑 시장의 개막을 알렸다. 2026년을 검색, 광고 등 주요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고도화된 ‘에이전트 N’을 도입하는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AI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디지털·리빙·생활 등 주요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해와 분석의 대상을 ‘검색어’에서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부합하는 상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객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을 먼저 제안해주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검색어와 일치도가 높은 상품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순서로 노출했다면, 쇼핑 에이전트 도입 이후에는 AI 비서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거쳐 취향에 맞는 상품과 정보를 개인별로 제공받게 된다.

추천 상품을 선정하는 기준에는 이용자의 취향, 예산, 검색 이력, 리뷰 데이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기술 구현이 가능한 것 또한 데이터의 힘이다. 네이버는 쇼핑뿐만 아니라 블로그, 카페, 지도, 예약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AI 에이전트가 네이버 생태계에 축적된 쇼핑 및 UGC(User-Generated Content)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상품을 요약·분석함으로써 사용자의 쇼핑 맥락을 깊게 파악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신뢰도 높은 상품 제안 서비스로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이용자 기록은 LLM 내에서 사람이 알아볼 수 없는 데이터 형태로만 다뤄진다. 향후에는 실시간 쇼핑 트렌드 분석, 연관상품 자동 추천, 장바구니 담기 등의 기능을 추가하여, 이용자는 에이전트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구매를 완결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 쇼핑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쇼핑 공간에서 AI 비서의 도움을 받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상품을 발견하는 경험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핵심 경쟁력이자 소비자 효용 증진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은 97.4%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한국인의 94.7%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각종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AI 3강 진입을 목표로 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어느 곳보다 AI 에이전트 쇼핑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는 베테랑 영업사원에게 최고의 선택을 제안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강다은., 김성민. (2026.01.12.).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만 콕 짚어 소개하는 ‘AI 쇼핑 전쟁’…구글이 차지할까. 조선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52439?sid=105

[2] 신효령. (2026.02.26.). “강아지 있는 집 소파는?” 질문에 척척…네이버 ‘AI 에이전트’ 출시. 뉴시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789029?sid=105

[3] 이명환. (2025.11.06.). 네이버서 검색·쇼핑하면 ‘에이전트 N’이 도와준다…피지컬 AI로 산업 AX도. 아시아경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675566?sid=105

[4] Aaron Cheris., Mikey Vu., Stephanie Koszyk., Katherine Hall. (2025). 2030 Forecast: How Agentic AI Will Reshape US Retail. Bain&Company. https://www.bain.com/insights/2030-forecast-how-agentic-ai-will-reshape-us-retail-snap-chart/

[5] Amazon. (2024.11.19.). Amazon announces the launch of Rufus, a new generative AI-powered conversational shopping assistant, in beta across Europe. https://www.aboutamazon.eu/news/retail/amazon-announces-the-launch-of-rufus-a-new-generative-ai-powered-conversational-shopping-assistant-in-beta-across-europe

[6] Amazon. (2025.11.18.). Amazon’s next-gen AI assistant for shopping is now even smarter, more capable, and more helpful. https://www.aboutamazon.com/news/retail/amazon-rufus-ai-assistant-personalized-shopping-features

[7] Azoma. (2025.11.25.). ChatGPT Just Launched Shopping Research – What Consumer Brands Need to Know. https://www.azoma.ai/insights/chatgpt-just-launched-shopping-research-what-consumer-brands-need-to-know

[8] Dani James. (2025.11.06.). Amazon sues Perplexity over AI shopping agents. Industry Dive. https://www.paymentsdive.com/news/amazon-sues-perplexity-ai-shopping-agents/804923/

[9] Simon Kemp. (2025.03.03.). Digital 2025: South Korea. Datareportal. https://datareportal.com/reports/digital-2025-south-korea

[10] Tom Quinn. (2026.01.06.). 70% of Shoppers Prefer Humans Over AI for High-Stakes Purchases. DIGIT News. https://www.digit.fyi/70-of-shoppers-prefer-humans-over-ai-for-high-stakes-purchases/

저자 : 구본우

네이버 정책전략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