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에서 미디어를 다시 보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은 인터넷 밈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땐 유명한 밈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밈에 의한 현상들을 고찰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훨씬 복합적인 분석이 있는 책이었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은 매체학이라고 하는 학문,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적 요소, 인터넷 밈으로 인한 사회의 문화 및 현상 변화까지를 포괄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보통 미디어와 매체는 동일한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미디어로 표기하려 한다), 문화 등 학문의 기본 요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인터넷 밈에 대해서 관심이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밈을 활용해 설명한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시각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서임은 틀림없다.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 대한 고찰
밈(meme)은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든 신조어이고, 재현,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mimeme’를 유전자를 뜻하는 영어 ‘gene’과 운율을 맞춰 ‘meme’으로 변형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밈의 기원을 소개하며, 밈은 인간의 유전자처럼 경쟁을 거쳐 살아남는 본능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18면).
인간의 본성을 언급하며 설명한 밈을 보며, 미디어학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논의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떠올렸다. 커뮤니케이션이 미디어학에서 기본적 개념으로 다뤄지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밈과 같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는 본능은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적은 것처럼 인류가 지금껏 사회를 구성하며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이 밈을 만들어 사용하고, 이를 인터넷 공간으로까지 확장한 행위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한 방법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서 밈이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도 모두 인간의 본성과 연관성을 갖는다.
책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벤야민의 저서 등을 통해 미디어에 대해 고찰한다.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수단을 말한다. 여러 도서에서 미디어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하지만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매개체를 미디어라 부르고,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행위는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통해 집단생활을 했으며, 협력을 이끌어 외부 위험으로부터 대응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수단(미디어)을 발달시켜야 했다. 우리가 글을 만들고, 종이를 만들고, 인쇄술을 발명하고, 방송, 인터넷까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확장한 것은 본능에 의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우리가 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은 설명이 어려운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강요하지 않아도 미디어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미디어를 이용하는데 할애한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지배적 미디어가 되었고, 과거에는 TV였으며, 신문이었고, 그전에는 낙서 등 글을 쓰고, 읽는 행위였다. 이런 자연스러운 행위의 기반에 밈이라는 게 있었고, 인터넷 공간의 확장으로 인터넷 밈이 등장했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이야기
밈이라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활용되기 전에는 활발한 변형과 공유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물론 이는 밈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미디어의 내용물이라고 하는 미디어 콘텐츠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발생하면서 자유롭게 확장되고 공유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인터넷이 지배적으로 활용되는 세상에 살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는 모바일 인터넷의 발달이다. 모바일 인터넷 시기 이전에도 초고속 인터넷으로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했지만 일상생활과 인터넷이 밀접하게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야 했고,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매개를 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열고, 손가락 피부가 직접 닿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결국 모바일 인터넷의 확장,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이 등장하게 했다.
인터넷 공간을 보면 메타버스(가상현실)의 공간도 예측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상현실)의 세상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우리가 현재처럼 메타버스 공간을 들어가기 위한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피부를 통해 메타버스를 인식하고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상현실이 우리 일상에 녹아들 수 없다. 두 번째는 ‘http’ 공간에 인터넷이 모두 모여 있듯이 하나의 공간으로 메타버스가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메타, 제페토 등 각 사업자마다 다른 가상공간이 있고, 이 공간이 연결될 수 없다면 인터넷을 능가하는 공간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 두 가지 조건을 이룬다면 가상화폐의 가치는 더 상승할 것이며, 인터넷 밈도 가상공간의 밈으로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여전히 인터넷 공간이 콘텐츠가 활용되는 지배적이고 핵심적 미디어 공간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근본 패턴을 변화시켰다. 과거 사람들은 콘텐츠를 소유하려 하였지만 인터넷 공간은 콘텐츠 공유의 시대를 열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영화를 좋아하면 DVD를 모으고, 음악을 좋아하면 CD를 구매했다. 그러나 지금은 OTT에서 영화를 언제든 볼 수 있고, 음악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다. 이렇게 인터넷이 미디어 이용 패턴을 바꾸면서 TV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인터넷 중심의 유튜브, OTT의 영향력은 확대됐다. 모바일이 아닌 시절부터 발달했던 인터넷 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가고 있다.
밈이라는 것은 누군가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모방하고, 공유해야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은 더 중요하다. 특히 SNS가 발달하면서 친구들과의 놀이 공간이 인터넷이 되고 그 안에서의 밈이 더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하지만 SNS의 이용 패턴이 과거 친구관계 형성에서 단순 재미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밈의 확장 과정이 다양한 숏츠 영상으로 공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현재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공간이고, 미디어 영역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대한 이해를 통해 미디어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곧 인터넷을 대체할 미디어가 등장할 것이고 우리는 이 변화에 적응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한 문화와 사회변화
문화는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영역이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고 싶어하는 분야지만 결국 이것을 전공으로 정하는 학생은 적다. 우리나라도 K-컬처의 힘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 하지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공식을 만들기 어렵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BTS의 성공도 체계화된 방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화는 우리가 단순히 정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 밈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과정에서 문화적 부분을 함께 설명한다. 엽기, 잉여 등 다양한 시대적 용어의 해석을 문화적인 부분으로 확장하고, 인터넷 밈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초창기에 줄임말을 사용하고, 또래 집단들만 아는 단어를 사용하고, 더 나아가서 특정 계층이나 정치 영역을 비하하는 용어를 활용하면서 인터넷 공간의 역기능이 문화적으로 해석된다.
이 중에서도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정치 영역이다. 인터넷 밈이 어느 순간부터 정치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고, 특정 정파의 커뮤니티에서 많이 만들어지면서 가치가 낮아졌다. 결국 이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지고 나아가서 많은 지식에 대한 확증편향으로 구성된다.
정치 양극화와 확증편향은 현재 미디어 시장에도 문제가 되는 영역이다. 정치 양극화가 이 책의 소개대로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그 영역에서만 정치적 소통을 하면서 생긴 것인지, 유튜브의 발달로 내가 지향하는 정치지형의 뉴스만을 봐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전세계적인 사회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지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저널리즘이 중립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방송은 공적 영역에서 중심을 지켜야 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신문이 대표하는 저널리즘의 경우, 중립적인 목소리로 모두 같은 의견을 낸다면 언론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거짓된 내용이 아니라면 다양한 지형의 목소리를 내야하고, 그런 소리가 모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미디어의 발전으로 저널리즘의 정치적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이용자들이 편의에 의해서 특정 영역의 이야기만 들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방송이나 신문이 뉴스를 하던 시절에도 있던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 양극화보다 확증편향 문제가 정치의 영역으로 전이되면서 정치적 문제가 커지고, 다른 여러 정보의 오염이 있는 것이 문제다.
미디어의 발달은 이용자들에게 편리성을 담보해줬고,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통해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가 무분별하게 많은 양이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편리함은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 확증편향 문제, 가짜정보의 확산 문제 등 부작용도 불러온다. 따라서 앞으로 단순히 확증편향의 문제뿐 아니라 개인화된 기기 이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AI와 미래 사회 문제
이 책의 저자는 저서를 마무리하며 AI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아무래도 인터넷 밈의 다음 단계는 AI가 만드는 밈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제시한 것일 것이다. 저자는 AI가 만든 밈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가능해야 하고, 이용자들이 이것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미래 지향적인 AI 밈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밈으로 제한하지 않고 미디어 콘텐츠로 확장하더라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 AI가 만든 미디어 콘텐츠를 과연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창조물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AI가 만들어낸 정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 다양한 문제가 쌓여 있다. 지금까지는 있는 기술에 대한 적용의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전혀 새로운 관점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AI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격차 문제도 나타난다. 인터넷 게시판에 본인의 어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해서 햄버거를 사 먹지 못해 슬프다는 사연이 올라오고 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 AI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재사회화를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밈에 대해 소개했지만 전반적인 미디어에 고찰이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롭게 변화할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변화는 급진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이를 미리 대비하여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논의가 형성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