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연구자가 바라본 KISO] ①선지원 광운대 교수

-편집자주-
<KISO, 자율규제를 말하다> 특집호에서는 자율규제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이들의 진단과 분석은 KISO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물론 자율규제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전해줍니다. KISO는 앞으로도 자율규제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건강한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사진=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광운대학교 법학부에 재직 중인 선지원입니다. 전공 분야인 행정법학 외에도 ICT 등의 신기술이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법적 쟁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규제의 방법을 진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자율규제의 효율성과 민주성에 착안한 내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특수성을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은 통신 기반의 확충에 힘입어 외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 역시 특유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생적인 서비스들을 다수 제공하고 있고, 해외 인터넷 기업 역시 인터넷에 친숙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드물게 국내외 사업자들이 어우러져 경쟁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바람직한 자율규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율규제는 보통 시장에서의 필요성에 따라 자생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특정한 모델을 정해 놓고 그 틀에 시장의 현상을 끼워 맞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장 상황 속에서 규제의 수요자들 스스로가 적절한 모델을 형성하게 하는 방안일 것입니다. 정부의 인터넷 진흥 역시 이용자들과 기업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방향성만을 이야기하자면 위의 항목에서 답변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특징인 시장 경쟁을 활용한 자율규제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KISO는 자율규제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자율규제라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자율규제 문화를 개척해 나가면서 자율규제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자율규제 연구자로서 KISO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KISO는 인터넷상의 콘텐츠 규제의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즉, 시장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율적으로 설립한 기구입니다. 자생적인 출발과 자율성이라는 가치에 충실한 모범적인 자율규제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 자율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한 후, 하향식의 규제보다 자율규제가 더 적합한 영역에서 자율규제가 발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 콘텐츠 영역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과 규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서비스 제공 기업이 스스로 규제를 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에 적합합니다. KISO의 노력은 이와 같은 환경적인 조건에 부합합니다.”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KISO가 좀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터넷 환경 속에서 자율규제를 적절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규제 체계 자체에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 규제 기구에게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며, 규제의 수범자들이 자율규제 체계에서 현저히 벗어나는 이례적인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율규제 자체에 실질적 집행력이 있어야 합니다. KISO의 모델은 시장의 필요에 따른 자생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자율성이 충분하고, 공적주체뿐만 아니라 참여 기업들로부터도 독립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 정도도 높아 보입니다. 또한 수범자들 역시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사회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이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의 맥락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KISO의 실질적인 집행력은 좀더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시장이 가지는 경쟁 요소를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KISO가 제시하는 질서에 대한 위반 행위를 공시한다면, 발달한 우리나라의 인터넷환경을 통해 실질적인 집행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부족하다면 어떠한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전통적인 표현의 자유 ― 즉, 공적 주체의 침해에 대한 방어권 ― 는 충분히 보장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규제 기구가 이용자의 표현물에 간섭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하며, 이러한 간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현행의 체계 내에서 자율규제의 기능을 실질화하는 일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현 시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오히려 사회공동체의 경직된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보다 너그럽게 상대방의 표현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조성을 위해 KISO의 정책 부문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용자 표현물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필요하다면 어떠한 표현물이 그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사회 공동체가 수용할 수 없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한의 방법은 표현자의 자유를 가장 덜 침해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금지되어야 하는 표현물의 원칙에 대해서는 공동체 전체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즉, 공적 주체가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여 법률에 근거한 일정한 원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의 예시). 하지만 세부적인 모든 판단을 공적 주체가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거니와, 시민의 표현에 대해 공적 주체가 통제를 하는 결과를 야기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자율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변화를 위한 방안이나 또는 대안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유형의 인터넷 환경은 충분히 발달했고, 이용자의 역량도 충분하므로 앞으로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인터넷 문화는 이미 충분히 변화하고 있으므로, 인터넷 문화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을 찾기보다는 변화한 인터넷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제도적인 틀일 것입니다. 특히, 이용자 주도의 인터넷 문화를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와 기업들이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최근 대두되는 국내외 인터넷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향후 어떠한 분야가 인터넷 자율규제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시는지요?

“기존에 접하던 절대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표현물에 대한 통제보다는, 인터넷상에서 대립하는 의견과 가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공간을 건전한 의사소통의 장으로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질서를 정립하는 일이 향후 자율규제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떠오르는 인터넷 이슈 중 KISO가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생활관계 속에서의 의존성과 이용자들의 민감성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 인터넷 서비스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로 귀결됩니다. 즉, KISO 역시 인터넷을 하나의 독립한 산업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한 요소로 바라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이슈 중 특정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새로운 이슈가 떠오를지 모르는 인터넷이라는 특성을 직시하고, 모든 쟁점에 대해 유연한 관점과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KISO가 어떤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지, KISO에게 당부할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인터넷 환경은 다원성과 변화가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KISO와 같이 다양한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자율규제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자율규제 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의 가치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정책 기능과 담론 형성 기능에 더욱 힘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자율규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임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자율규제 역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장행위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통제하는 규제의 하나의 수단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보다 오히려 자율규제의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저자 :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