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산업법의 의미와 주요 쟁점
1. 들어가며
데이터산업 이용촉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데이터산업법)은 데이터의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데이터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데이터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여 국민 생활의ᅠ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데이터산업법 제1조). 데이터산업법 제2조에서는 데이터, 공공데이터, 민간데이터, 데이터생산자, 데이터산업, 데이터사업자, 데이터분석제공사업자 등의 용어를 정의하고 있다. 데이터산업법은 제2장에서 데이터 생산, 활용 및 보호를, 제3장에서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제4장에서 데이터 유통 및 거래 촉진을, 제5장에서 데이터산업의 기반조성을, 제6장에서 분쟁 조정을 규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진흥법 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어떤 법의 위상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법률과 관계를 살펴봐야 하는데 데이터산업법은 ‘데이터 생산, 거래 및 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데이터산업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 7조 제1항)고 하면서도 ‘개인정보, 저작권 및 공공데이터에 관하여는 각각 「개인정보 보호법」, 「저작권법」,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제7조 제2항)하고 있다.
2. 데이터산업법의 주요 내용
가.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데이터산업법 제4조)
정부는 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을 촉진하고 데이터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3년마다 데이터산업 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나.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정부는 공공, 민간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설치하고(국무총리가 위원장), 1) 기본계획 수립, 2) 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 관련 정책, 제도개선 사항, 3) 데이터 산업 진흥 관련 계획의 총괄, 조정 심의를 하여야 한다.
다. 데이터자산보호
정부는 인적,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데이터를 보호하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무단으로 데이터를 취득, 사용,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라. 데이터 가치평가 지원, 품질관리
정부는 데이터 가치평가 기법 및 가치평가 체계, 품질인증 대상 및 품질 인증 기준 등의 마련과 관련 업무를 전담할 가치평가 기관과 품질인증 기관 등 지정을 추진한다.
마. 데이터 사업자 신고
데이터 거래사업자, 데이터 분석제공 사업자 등은 과기정통부에 신고하여야 하며, 과기정통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은 신고한 사업자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바. 데이터거래사 양성 지원
데이터 거래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과기정통부에 데이터 거래사로 등록할 수 있으며,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거래사에게 데이터 거래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정보제공 및 교육을 제공한다.
사. 창업지원, 중소기업자 특별지원
정부는 데이터 기반 산업 활성화 및 기업의 데이터 관련 역량 강화, 사업화 등을 지원하고 데이터 지원시책 시행 시 중소기업자를 우선 고려하며 데이터 거래, 가공 등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아. 전문인력 양성
과기정보통신부 및 행정안전부 장관은 데이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과기정보통신부 장관은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지원한다.
자. 데이터분쟁 조정위원회 설치
데이터의 생산, 거래 및 활용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
3. 데이터산업법의 평가
가. 입법 과정에서 데이터산업법의 적용영역 대폭 축소
애초 법률안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을 아우르고 있었으나 입법심의 과정에서 주무 부처의 반발로 위 두 법률의 적용영역은 데이터산업법에서 제외됐다. 거기에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도 제외됐고(데이터산업법 제7조 제2항),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다른 법률에 따라야 하므로 결국 국가데이터 중 데이터산업법이 다루는 데이터가 얼마나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 데이터산업법의 적용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결과 이 법의 도입효과 감퇴
위 2장에서 살펴본 대로, 다양한 진흥제도가 도입됐으나 이 법의 적용 범위가 실제로 매우 작아 위 다양한 진흥제도의 효용이 매우 감퇴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각 특별법에 규정된 데이터 보호제도는 그 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다. 정부의 시장개입 폐해를 그대로 답습
데이터산업법에서 도입하는 가치평가기관 지정제도나, 품질인증 및 인증기관 도입은 민간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요소들이다. 이를 국가가 법으로 지정해 시행하는 것은 민간시장에 국가가 당사자로서 개입하는 것으로 절대로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1960~70년대 정부 주도 국가발전시대의 패러다임을 2021년에 제정한 법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의 가치평가는 시장에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데이터의 가치를 국가가 주도해 평가하는 시스템은 시장경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반한다.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시장에서 자연스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고,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격 이외의 다른 제한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품질인증 및 인증기관도 민간이 해야 할 산업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e나라표준에 보면, 국가 인증제도가 무려 210개가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하나쯤 더 얹는다고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위 200여 개의 인증도 공인인증서처럼 폐지하고 민간산업화해야 할 시점에 시대에 역행하는 국가인증제도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에 필자는 반대한다.
지면상 자세히 논하지 않지만 전문기관 지정이나, 협회 설립, 데이터거래사 도입과 같은 것도 관치산업을 형성하기 위한 국가의 낙후된 패러다임이다.
4. 개정 방안
가. 국가 주도 진흥에서 민간 주도 진흥으로
데이터산업은 이미 다른 산업과 정보통신망 진흥정책의 중복이거나, 데이터 유통을 가로막는 과다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같은 걸림돌을 제거해 주면 충분히 시장에서 자연스레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걸림돌 규제는 제거하지 않고 데이터 산업을 진흥한다는 것은 소위 ‘진단 없는 처방’이거나 오진에 다름 아니다. 데이터산업은 국가 주도 진흥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데이터산업법의 틀을 대폭 바꿔 현재 규정된 국가 주도형 제도들을 대거 삭제하고, 정부는 민간 주도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나.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국가데이터규제개혁위원회로 변경
이미 언급하였듯이 데이터산업의 부진원인은 이를 가로막는 각종 데이터 규제 때문이다. 과다한 개인정보 정의 규정과 사전동의 원칙을 담은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 1999년이다. 비식별정보는 그 자체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적절히 유통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를 막은 결과 우리나라에는 B2C형 인공지능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해외 빅테크의 인공지능 서비스 발전에 비춰보면 조만간 우리의 주요 플랫폼 산업은 해외 빅테크들에게 장악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주도할 것은 글로벌 수준에 맞지 않는 규제의 해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