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표현에 대한 임시조치와 공인성 판단기준 – 일반인도 공인이 될 수 있는 예외-

 

Ⅰ. 머리말

2019년 9월과 10월 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KISO) 정책위원회는 두 건의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두 건 모두 2019년 한 해 정국을 뜨겁게 달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갈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이다. 첫 번째 사안은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연관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것이고 두 번째 사안은 야당 국회의원의 국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지역구민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정책위원회는 두 사안 모두 요청인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두 사안 모두 정책위원회의 판단 근거가 되는 KISO 정책규정을 해석, 적용하였는데 공통적으로 표현물과 관련 있는 당사자가 ‘공인’ 또는 ‘공적 관심사’인지 또는 이와 유사한 범주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하에서는 각 사안에서 정책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와 정책결정 내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Ⅱ. 공직후보자 가족의 공인성 인정 여부

  1. 사실 개요

2019년 9월 12일 당시1 법무부장관의 딸이 ‘조국 딸 OO’, ‘조국 딸 ***2 ’ 자동완성어와 ‘조국 딸’ 질의어로 검색하였을 때 노출되는 ‘조국 딸 OO’ 등의 연관검색어들에 대하여 개인정보 노출,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삭제를 요청했다.

요청인은 ‘자동완성어나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일반인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 및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해당 외국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데 자동/연관 검색어 및 게시글에 마치 외제차를 소유하는 것처럼 나와 있는 것은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1. 정책 결정의 주요 내용

가. 정책 결정

2019년 9월 19일 KISO 정책위원회는 심의번호 2019심9-1~3 ‘공직 후보자 자녀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관련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 의안에 대하여 정책위원회 운영세칙 제6조 제1항 제2호의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의 결정을 하였다. 요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나. 관련 근거

정책위원회가 요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인 근거 규정은 KISO 정책규정 제13조(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와 제13조의2(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이다.3

 

다. 결정 이유

1) 성명의 삭제대상 개인정보성

정책위원회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의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나타나는 것만으로는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책위원 다수의 의견은 검색어 또는 검색결과에서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공개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삭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성명 그 자체만으로는 정책규정의 삭제 대상 개인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 공인 등 공적 관심사 해당성

정책위원회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 공직 후보자 자녀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공론장에 진입하지 않는 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본인이 노출되길 원하는 사생활의 영역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요청인의 실명을 굳이 공개하지 않고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3) 소수 반대의견

이에 대해 소수 의견은 성명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호 가치가 있는 사생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이름이 공개되고, 요청인의 행적이 공적 관심사가 된 점을 고려할 때 이름 자체만으로 사생활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Ⅲ. 정당 기자회견에 참여한 지역구민의 공인성 인정 여부

  1. 사실 개요

2019년 10월 8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 7명을 대동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해당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 7인은 지역구민으로 당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요청인은 가장 먼저 등장해 촛불집회로 인해 수험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집회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6인도 다양한 이유(예: 결혼식장에 가기 어려움, 병원 영업이 어려움, 예술의 전당 공연이 어려움, 상점 영업의 피해 등)를 언급하며 관제 데모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자회견 당시 발언한 요청인이 자유한국당 해당 지역구에서 일정 직위를 맡고 있었다는 사실, 자유한국당 해당 국회의원이 ‘주민피해가 극심하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등의 논란이 일었다. 언론에서도 이런 사실을 보도했고4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환경에서 관련 표현물이 늘어났다.

요청인은 여러 표현 중 ‘평범한 지역주민’으로 나선 자신이 ‘자유한국당 최OO’로 표현되고 ‘현직검사 부인이라는 말’, ‘자유당에서 여자라는 존재는 총알받이 얼굴마담이고 쓸모없으면 XXXX 껌이 되는 존재’ 등의 내용이 개인과 그의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적인 폄훼, 사실왜곡, 사생활 침해 등에 해당해 임시조치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책위원회가 확인한 바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상5 을 보면 요청인은 고3 수험생을 둔 엄마라고만 자신을 소개했다. 기자회견 중 기자들이 혹시 참석자가 자유한국당 당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국회의원은 전혀 아니라고 부인했다(해당 영상 3분 10초). 또한 요청인 역시 자신은 자유한국당 당원이 아니라고 부인했다(아래의 영상 3분 11초).

 

  1. 정책 결정의 주요 내용

가. 정책 결정

정책위원회는 심의번호 2019심11-1~4 ‘국회 기자회견 참가자의 임시조치 요청의 건’에 대하여 2019년 10월 23일 정책위원회 운영세칙 제6조 제1항 제2호의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를 결정하였다.6 결과적으로는 요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나. 관련 근거

이 결정의 근거는 KISO 정책 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 제3항이다. 이 규정은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 또는 게시물의 내용이 공인 등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도록 한다.7

 

다. 결정 이유

1) 공인 등 공적관심사 대상성

정책위원회는 정당의 정치적 여론형성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면서 요청인이 정당의 당원이고 일정 당직도 맡고 있는 점과 요청인이 자신의 의사를 국회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하고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KISO 정책 규정 제5조 제3항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요청인이 공인 등 공적관심사의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2) 공익과 기본권의 이익형량

정책위원회는 게시물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서 여성을 ‘XXXX 껌’ 등으로 비유하는 표현은 이 표현이 직접 요청인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요청인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악의적이고 과도한 공격이며 해당 표현이 공적관심사와 관련성도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Ⅳ. 분석 및 평가

이 두 정책결정은 모두 정치적 사안이다. 촛불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행정부와 지방권력의 교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극한 갈등이 모두 이 사안에 녹아 있다. 정치적 공론의 장이 제대로 선 상황에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사업자단체 자율기구 KISO의 입장은 당해 위원들이 이러한 점을 인식했는가와는 무관하게 난감한 것이다.

두 사안 모두 전면적 공인(all-purpose public person)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일반인이라도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공인이론과 연결되어 있다.8 첫 번째 사례에서 정책위원회는 공직후보자의 자녀가 스스로 공론장에 진입하지 않는 한 공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결정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사자는 스스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였다. 자발적으로 공인이 된 것이다. 공적 관심사와 이를 다루는 언론 그리고 가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헌재가 칭찬하여 준 공론의 장 인터넷에서 공론의 제한을 스스로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적 인물의 판단 기준 중에 언론이나 매체에 대한 접근과 이용가능성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평가가 결과론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공인과 공적 관심사를 판단할 때 그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정책 결정 과정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안은 요청인이 스스로 공론의 장에 진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공직자로서 전면적인 공인은 아니더라도 제한적 공인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정책 결정도 이와 같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후 표현행위와 인격권 등 기본권 비교형량에서는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일부 표현이 문제가 되어 임시조치 결정이 이어졌다. 학계에서 논의하는 ‘현실적 악의’이론이나 상당성에 대한 결정에서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헌재나 대법원의 노력 등9 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일부 표현을 들어 요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책 규정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일부 표현의 경우 해당 부분만 가리는 등의 조정적 또는 대안적 일부 인용 등의 제도나 창의성이 아쉬운 대목이다.

더 나아가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있어서 판례 등을 소극적으로 반영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그 분류기준이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1999년 결정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공인과 사인 그리고 공적 관심사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에서 출발해 해당 영역에서 부당히 다른 영역으로 숨어 버리는 행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자율정책기구의 판단 대상이 되는 표현물은 그 자체가 언론사나 다른 매체의 표현을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상 임시조치를 하더라도 원 표현물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연관검색어가 삭제되더라도 원 표현물은 여전히 인터넷에 존재한다. 이미 다른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표현되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인터넷 상의 조치는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표현물과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인터넷 표현물의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살피고 인터넷에 적합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 법상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자율정책기구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KISO의 정책 결정은 사업자와 당사자들에게 신뢰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이 인터넷의 표현행위가 공론을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에 기여하도록 돕지 못한다면 존재이유를 의심 받게 된다. 하물며 매체에 대한 접근이나 활용이 유리한 기득권층에게 공인 이론의 출발이유에 반하는 적용을 함으로써 또 하나의 악용 수단을 제공한다면 네티즌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는 어렵게 된다. 우리는 이 두 사건을 통해 연관검색어를 차단하고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도 삭제하면서 스스로에게 유리한 수단만 활용하는 보이지 않는 ‘현실적 악의’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는 물론 공론의 장을 지키기 위한 자율규제의 제도적 버팀목으로서 더욱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자율정책기구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1. 조국 장관은 2019.9.9.~ 2019.10.14. 제66대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본문으로]

  2. 외국산 고급자동차 상표명칭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 정책위원회는 요청인이 해당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더불어 이 표현물을 유포한 자에 대해 형사고소를 한 점과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소문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정한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삭제 결정을 하였다. 이 부분은 이번 글의 핵심 쟁점이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결정 사실만을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본문으로]

  3. KISO 정책규정

    제13조(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 제1항

    1.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제13조의2(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 제2항

    1.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요청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요청인과 관련된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 경우

    다.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가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 [본문으로]

  4. -팩트TV, 2019.10.08. [영상] OOO “촛불집회 청와대 가서 해라…관제데모에 OO구민 불편”

    -직썰 2019.10.11. “검찰개혁 촛불집회 반대한다”던 OO구 주민의 정체

    -국민일보 2019.10.11. ‘촛불집회 반대’ 기자회견 참석한 OO구민 순수성 논란 [본문으로]

  5. https://youtu.be/bowBzTRHnwc [본문으로]
  6. 이 결정에는 이외에도 ‘해당 없음’ 1건이 있었지만 이는 요청대상 게시물이 이미 삭제되어 이에 대한 결정을 한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제외한다. [본문으로]

  7.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

    제3항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자가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가 공직자, 언론사 등일 경우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게시물의 내용이 그 업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시조치 등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1.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

    2. 게시물의 내용 자체 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의해 그 게시물의 내용이 해당 공직자 등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본문으로]

  8. William Prosser, “Privacy”, 48 Cal. L. Rev., 1960, p.410., 한위수, “공인과 명예훼손에 대한 비교법적 일고찰- ‘현실적 악의 원칙(actual malice rule)’을 중심으로”, 언론과 법 창간호(2002. 12), pp.102-104. 등에서 전면적 공인 또는 전면적 공적 인물(public figure)과 제한적 공적 인물(limited-purpose public figure)의 구분이 가능하고 각 판단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적 인물 법리의 연원과 발전에 대해서 자세한 사항은 심석태. “공인 개념의 현실적 의의와 범위에 대한 고찰”, 언론과법(2011), 10(2), 207-236 참고. [본문으로]

  9. 심석태, 앞의 글; 헌법재판소 1999. 6. 24. 97헌마265 결정; 손태규. “현실적 악의 규정에 대한 인식과 판단” 한국언론학보, 49(1)(2005), 192-220; 손태규, “현실적 악의 기준의 현재”, 공법학연구, 19(2)(2018), 121-154; 대법원, 2002. 1. 22., 2000다37524 판결 등에서 다루고 있다. [본문으로]

저자 : 권헌영

KISO저널 편집위원,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