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과 온라인 여성주의

 

 

■ 미투운동과 온라인 여성주의

여성에게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인터넷과 IT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변하면서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그러나 여성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었으며, 지금은 어떤 공간일까? 새디 플랜트(Sadie Plant)와 같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초기 기대1와는 달리 1990년대 온라인 공간은 남성이 주도하고 남성에 의해 움직이는 남성 중심적 공간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1998년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 중 남성은 81.2%, 여성은 18.8%로 인터넷 공간의 주인은 남성이었다. 이 시기 UN Development Program의 새라 뮤이즌(Sarah Murison)은 당시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가난, 폭력에 이어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지적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남성에 의해 통제되고, 여성은 많은 영역에서 접근 금지되어 있다고 경고하였다.2

지난 30년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지역,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인터넷 이용률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심지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인터넷 서비스인 소셜미디어의 경우 여성이 남성의 이용을 능가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 한국 인터넷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92.7%, 여성은 87.7%로서 아직 남성의 이용률이 높지만, 청년세대에서의 차이는 크지 않으며, 소셜미디어 이용률에 있어서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등 여성의 이용률이 더 높은 서비스도 있다.3 그러나 이러한 이용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성별 권력 차이가 투영되는 장소로서 인터넷의 특징은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즉 출발 자체가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된 인터넷의 남성주의적 특징만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성별 불평등이 그대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공간에서 공유되는 각종 음란물을 통해 여성이 성적 대상화되고 상품화되는 등 현실의 남성 중심적 문화가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여성에 대한 조롱과 혐오, 사이버 성희롱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물이 오락거리로, 그리고 상품으로 소비되는 공간으로서 현실의 성별 권력구조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문화가 증폭되는 더 극단적 형태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성희롱, 혐오가 일상적으로 게시되고 공유되는 한국 인터넷 공간도 변화가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온라인 기반의 적극적 여성주의의 등장이다. 최근 한국 인터넷에서 가장 역동적인 현상은 바로 적극적 여성주의의 등장으로서 이른바 페미니즘의 시대, 즉 이 시대 한국의 여성주의의 성장을 가져온 배경에는 인터넷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전 세계는 물론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Me too)운동’이다.4 인터넷의 글로벌 동시성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미투운동은 한국에서도 법조계, 문단, 영화계, 정계, 학계 등을 거쳐 스쿨미투로 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며, 한국 사회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성 권력, 즉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전면화시키고 있다. 미투운동의 확산에는 인터넷과 스마트 미디어의 빠른 정보 순환이 주요하게 기여하였지만, 지난 몇 년 여성의 적극적 온라인 페미니즘 실천과 거리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발화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차별의 공간이었던 인터넷이 적극적 여성주의의 실천을 통해 차별적 구조의 전복의 공간이 되고 있다.

 

■ 온라인 여성주의의 성장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가 제공한 초연결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정보의 쉽고 빠른 공유를 가능하게 하였지만, 가짜 뉴스 등 허위정보가 난무하고, 혐오를 배양하고 중계하며, 증폭해내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이러한 연결과 접속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여성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또 쉽게 불법적 성적 희롱의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소비되었다. 한국 인터넷에서 여성 혐오가 본격화된 계기는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를 위헌 판결하면서부터로 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이에 불만을 가진 남성들에 의해 여성부와 이화여대 홈페이지가 공격당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 혐오의 물결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개똥녀, 된장녀, 김치녀 등의 ‘00녀 시리즈’의 유행은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인터넷의 공고한 성차별적 권력구조의 전복은 중동발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던 때, 관련 정보의 공유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15년 디시인사이드(dcinside)에 메르스 감염 확산 및 예방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메르스 갤러리’는 한국 여성의 불평등과 온라인상의 여혐에 대한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의 움직임이 응축되어 발화되는 공간이 되었고, 여기서 최근 페미니즘 폭발의 하나의 트리거가 된 메갈리아가 탄생하였다. 또한 당시 사회적 공포의 대상이었던 메르스와 여성 혐오가 결합되는 시점에서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최초의 미러링이 시작되었고, 2015년 8월 메갈리아는 독립적 웹사이트로 개설되었다. 메갈리아의 활동은 최근 여성 인터넷 이용자들의 직접 행동주의의 반영이며, 이를 통해 현실 공간의 여성 이슈의 지형에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메르스 갤러리의 활동은 인터넷 기반 행동주의의 전형으로 미러링은 인터넷의 자유로운 접근성, 익명성, 동시성 등 인터넷의 특징에 최적화된 형태의 행동주의의 하나였다. 또한 소라넷 등 음란사이트의 불법 촬영물(‘몰카’) 공유를 이슈화하며 디지털 성범죄를 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는데, 이 역시 남성 중심 한국 인터넷 문화의 고질적 폐해에 대한 고발 활동이었다.

이후 페미니즘의 적극적 행동주의는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을 벗어나 폭발적으로 분출하였으며, 수많은 페미니스트 모임이 온라인 기반으로 조직되어 디지털포르노그라피 반대, 낙태죄 반대, 불법 촬영 및 유통 근절과 공정 수사를 촉구하는 혜화 시위 등 오프라인 행동주의를 이끄는 기초가 되었다. 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던 2017년 전에도, 인터넷에서는 대나무숲 등의 공간을 통해 익명의 성폭행 및 성희롱 폭로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으며,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차별적 한국 사회 및 한국 남성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는 확대되어왔으나, 실명 공개에 의한 미투운동은 2017년이 원점이라 할 수 있다.

 

■ 한국 인터넷 공간의 재구성과 자율규제의 미래

오랜 여성운동의 성과, 그리고 민주화의 진행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여성차별 및 여성 대상 성적 범죄에 대한 법 제도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혐오를 미러링하고, 불법 촬영물을 고발하고,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직접적 행동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한국 인터넷에 만연되어온 여성 혐오의 문화, 도촬, 일반 여성 불법 촬영물 유포, 데이트 폭력이 자연스러운 남성 본능, 놀이로서의 성으로 정당화되는데서 더 나아가 문화콘텐츠, 표현의 자유로 언어화되는 ‘인터넷 강국’5에서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직접적인 행동주의를 통해 대응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https 차단에 대한 논의가 갑자기 인터넷 감청과 표현의 자유 논의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인터넷 공간에서 자행되는 여혐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 불법 촬영물의 유포는 정부 거버넌스의 부재와 민간 자율규제의 방관 속에서 표현의 자유의 대의 아래 그 정당성을 부여받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즉 여성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가 인터넷의 문화로 정착되어 오는 과정에서 인터넷 공간의 민주적이고 자율적 거버넌스의 그 어떤 주체도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응하지 않았던 결과인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온 여성 혐오에 대한 방치는 현재 한국 사회갈등해결 및 통합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온라인 여성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역동성과 가짜 뉴스 등 허위정보의 만연이라는 새로운 현실에서 인터넷 자율규제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의 과제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모색해야 할 때이다.

  1. Sadie Plant, Zeroes and Ones: Digital Women and the New Technoculture, Fourth Estate, 1998. [본문으로]

  2. 김유향, 「소셜미디어 시대 여성의 정치참여」, 젠더리뷰, 2012, 봄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문으로]

  3.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2018; 김윤화, 「SNS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 KISDISTAT Report, Vol. 18-11,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8.6.15. [본문으로]

  4. 미투는 2017년 미국의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권력형 성추행을 폭로하고 트위터를 통해 동참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본문으로]

  5. 김현미, 「미투 운동, 왜, 지금 그리고 이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리뷰, 2018, 여름호. [본문으로]

저자 :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팀장, KISO 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