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저,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프라이버시는 인터넷 디지털 사회에서 답과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고난도의 딜레마다. 기술기업과 사용자 차원에서 각각 상반된 논리가 부닥치는 게 프라이버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사회 규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도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부정적이다. 인터넷 통신 규약인 TCP/IP를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며 구글의 인터넷 에반 절 리스트인 빈트 서프가 대표적이다. 빈트 서프는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에서 불가능한 개념이라며 도입에 반대해왔다. 인터넷에 한 번 공개된 정보는 이미 도처에 산재해 완벽하게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반대 입장이다. 팀 쿡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고객들의 정보로 장사하지 않는다”며 미국도 유럽의 GDPR처럼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들의 태도도 극단을 오간다. 프라이버시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상세한 일상과 움직임, 사회적 관계를 전체 공개로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프라이버시 노출을 우려해 아예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라이버시를 인간 존엄성을 위한 필수적 개념이자 침해당해선 안 되는 기본권으로 여기는 쪽이 있고, 프라이버시 제공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와 편익을 누리는 게 개인적·사회적 가치의 증진이라고 보는 쪽이 있다. 프라이버시를 바라보는 생각과 이용자의 차이는 개인마다 선호와 특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선호와 달리 디지털과 인터넷이 필수 환경이 된 세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느냐, 그래서 보호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여기에 “프라이버시는 없다”며 탈(脫) 프라이버시를 선언하고 프라이버시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지혜로운 생존법을 모색한 책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가 2018년 11월 출간됐다.

저자 안드레아스 와이겐드(Andreas Weigend)는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로, 아마존의 수석 과학자를 지내며 데이터 전략을 수립했고, 현재 스탠퍼드 소셜 데이터 연구소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독일 메르켈 정부의 디지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이용자 데이터 활용 서비스와 전략을 만들어온 데이터 전문가이다. 2017년 미국 Basic Books가 출간한 이 책의 원제는 ‘만인을 위한 데이터: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법(Data for the people : How to make our Post-Privacy economy for you)’이다.

와이겐드는 지금은 프라이버시가 불가능해진 포스트 프라이버시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끊임없이 거대 기업들과 상업적 서비스, 공공기관 등에 각자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젖어버린 우리 삶은 이제 이전으로의 회귀가 불가능하다. 와이겐드의 통찰이 돋보이는 것은 우리가 처한 포스트 프라이버시 사회를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각 개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현실적으로’ 탐색하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와이겐드는 “우리는 우리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신 사용자는 자신이 제공한 데이터가 기업과 기관에 의해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권리가 있고,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이용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와이겐드는 포스트 프라이버시 사회에서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 요구와 사용자 주체성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생각은 그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관점과의 비교에서 차이가 잘 드러난다. 그는 조너선 지트레인과 재론 래니어 같은 정보사회 이론가의 주장을 ‘비현실적 주장’이라고 공격한다. 이들은 이용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신의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는 덕분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광고 수익을 거두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거나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 정보와 주의력을 통해 돈을 번 만큼, 수익 일부를 이용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에 참여함을 통해서 구글의 수익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번역과 피드백에 기여한 이용자들이 그 결실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와이겐드의 견해는 다르다. 구글 번역에 이용자들이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구글을 돕기 위해서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은 스스로의 편익을 위해서 구글 번역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와이겐드는 “기업과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거짓된 약속을 하며 환상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라고 공격한다. 책의 저술 목적이 이들의 거짓되고 불가능한 주장을 알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와이겐드는 “데이터 삭제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이용자를 오도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와 기업의 잘못된 데이터 사용을 처벌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 또한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적극적인 수용을 주장한다. 우리 모두는 소셜 데이터의 실험으로 인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서 이뤄지고 있는 ‘A/B 테스트’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실험대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과학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과감한’ 주장이다.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기반 고객 서비스를 기획해온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와이겐드는 데이터 사회에서 관점의 전환을 주창한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개념이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에 대한 개념이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도 당신이 개라는 걸 모른다.” 1993년 7월 <뉴요커>에 실린 피터 스타이너의 유명한 만평은 익명성이 인터넷 초창기의 특징이었음을 알려준다. 인터넷은 현실과 유리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겨졌고, 사이버 캐릭터로 제2의 삶을 만드는 세컨드라이프라는 서비스가 인기였다. 미 국가안보국(NSA)과 페이스북,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이전이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정체성은 물론 본인이 모르는 신상도 수집된다. 2004년 서비스를 개시해 15년 만에 월간 이용자 25억 명에 이른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관심사 거래와 판매다.

흔히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지칭된다.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정제 기술과 사용처를 발견하면서 무한한 가치의 원자재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와 석유는 비교되어 왔다. 그러나 와이겐드는 이러한 단순한 비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둘은 다르다는 것이다. 석유는 매장량이 무한하지 않고 시간 경과에 따라 채굴 비용과 생산비가 상승한다. 반면 데이터는 석유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생성량이 늘어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비용 또한 지속 감소하는 구조다. 석유와 같은 물질적 자원을 접근하는 관점에 있어서 기존의 법률과 사회규범은 기본적으로 재화가 부족하고 유한하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그런데 데이터 사회는 그 무한성과 비용 감소세로 인해 재화의 유한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기존 사회규범을 적용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게 그의 핵심 논지다.

그의 주장은 소유와 통제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이어진다. 기존 소유의 개념은 물질적 세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물질적 소유는 기본적으로 배타적이고, 소모적이고 제한적 대상을 점유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데이터의 소유는 물질적 소유와 달리 비배 타성, 비소모성, 무제 한성을 지닌다. 유사 이래 지배적이었던 소유권 개념이 데이터 시대에 달라져야 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데이터 통제권과 관련해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성을 주창한다. 데이터의 주체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자유로운 이동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과 조직을 대상으로 투명성을 요청해야 한다. 인류가 지난 1000년간 신체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투쟁해왔다면 이제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투쟁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저자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소유 방식에 대해서 도발적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그 역시 스스로 지적한 문제에 대한 완벽한 답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개인들 간에, 개인과 조직 간에, 조직과 조직 간에 정보 비대칭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사회는 미래가 밝지 않다.

서울을 방문한 저자를 2019년 1월 초 광화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하면, 격차는 더 커지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보 비대칭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우리는 전화 건 나의 신분이 드러날 때 전화하기를 꺼렸지만, 이제 발신자 정보 없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 권력의 균형이 개인에게서 거대 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지면 개인이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라고 인정했다.

우리는 모든 정보가 수집당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프라이버시 공개를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대신 자신이 최대한 통제권을 지녀야 하는 것만이 길이라는 것이다.

와이겐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음을 책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자신의 모든 일정과 여정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우려되는 이색적 실험을 지속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데이터 공개로 얻는 편익이 비공개 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86년 대학시절 독일 본과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며 연구할 때부터 시작한 실험이다. 내 일정을 담당자들에게 매번 보내는 것보다 내가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게 훨씬 편리한 작업이었다. 누군가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위치정보를 이용한 빈집털이를 걱정하지만, 침입자는 차라리 내가 집에 없을 때 내 집을 찾아오는 게 낫다. 개인정보 공개로 아직까지 난처한 상황을 만난 적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얼마 전부터 정보 공개 방식을 변경했다. 자신의 미래 일정과 관련한 정보 공개는 사람들에게 의사 결정과 관련해 편익을 가져다주지만, 과거의 정보 공개는 그렇지 안 하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 정보 공개는 불이익과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

안드레아스 와이겐드의 개인적 정보 공개 실험, 데이터 소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제시,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점의 전환 등 책에서 제시한 문제 제기와 개념은 일찍이 인류 역사에 없던 데이터 사회에 관해 새로운 관점과 지평을 제시한다. 그의 문제 제기가 해답과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몰랐던 문제를 새롭게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책이다.

 

 

저자 : 구본권

한겨레신문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