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뉴스에 대한 저널리즘적 대응과 한계-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영국의 사전 출판사 콜린스는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2017년 콜린스가 뽑은 올해의 단어는 ‘페이크 뉴스(Fake News)’다. 콜린스 사전이 정의하는 페이크 뉴스는 ‘뉴스 보도의 형식으로 유포되는, 주로 선정적이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은 정보’다. 이 가짜 뉴스는 대체로 정치적 목적을 띄고 만들어진다. 2016년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 이후 세계에서 페이크 뉴스의 사용 빈도는 1년 만에 365% 증가했다.1

페이크 뉴스는 세계적인 고민거리다. 특정 정치 세력을 음해할 뿐 아니라 사회 불신을 증가시키거나, 심지어는 국가 간의 외교 분쟁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2017년 5월 카타르 국영방송사가 해킹돼 페이크 뉴스를 송출한 사건은 카타르와 아랍권 국가 간 연쇄 단교 사태의 시작점2이었다. 다인종-다종교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거짓 정보는 부족 간 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불길처럼 일어나는 가짜 뉴스가 사회적 신뢰를 모두 태워버리기 전에 잡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 저널리즘의 또 다른 사명이 되었다. 매체들이 이 불길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팩트 체크’다.

‘거짓말’에 대처하는 각국의 자세

페이크뉴스_첨부파일우리와 가까운 나라들이 거짓 뉴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일본의 국영방송 NHK는 펙트체킹팀과 소셜네트워킹 팀을 ‘SOLT(SOcial Listening Team)’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뉴스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특성이 반영되었는데, 사건사고와 관련한 SNS가 업로드 되는 것을 특정 지역별로 취합하고 실시간으로 취재한다. SOLT 팀은 이같은 방식으로 일본에서 발생하는 페이크 뉴스를 바로잡는 데에 기여하고 있었다. 요시노리 아다치 SOLT 팀장은 올해 일어난 도쿄 내 공장 폭발 사고 관련 오보를 예로 든다. 해당 공장은 방사성 잔해를 소각하던 곳이었으며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도쿄 시내로 퍼졌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그리고 해당 트윗에는 곧 반핵 해시태그가 붙어 확산되었다. SOLT 팀은 이를 접한 뒤 팩트체킹에 들어갔으며 해당 공장이 과거에는 방사성 잔해를 소각해왔지만 최근에는 방사능과는 관련 없는 사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취재해 오보 확산을 최소화했다.

SNS 메신저를 통한 가짜 뉴스 바로잡기에 나선 사례도 있다. 태국의 매체인 타이뉴스 에이전시는 스마트폰 메신저인 ‘라인’을 이용한 1대1 기사 검증 실험에 돌입했다. 타이뉴스가 운영하는 계정에 시민들이 뉴스 확인을 요청하면, 검증팀이 전문가 취재를 통해 1대1로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아누타라소트 타이뉴스 에이전시 선임 기자는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태국 내 다른 매체보다 최신 이슈를 빠르게 취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7만여 명의 라인 이용자가 타이뉴스를 친구로 등록했으며 타이뉴스는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3년 동안 450건의 방송 리포트를 처리해오고 있다.

팩트체크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

거짓말을 바로잡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퍼트리는 일은 한편으로 유효하지만 또 한편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어떤 소방관도 일어나지 않은 불을 끌 수는 없는 것처럼, 어떤 팩트 체커도 아직 퍼지지 않은 거짓 뉴스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현재 저널리즘의 대응방식은 가짜 뉴스에 후행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저널리즘이 정성스럽게 내놓은 팩트 체크를 소비하는 계층과, 페이크 뉴스를 소비하는 계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섞이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편향된 정보가 특정 계층에서 소비된다. 그 후에 이를 바로잡는 정보가 생산되지만, 이 정보는 다른 계층에서만 읽힌다. 결과적으로 계층 간 갈등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된다. 정치 성향 차가 사회 갈등의 주요인이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는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해 정부가 10억 원에 이르는 과도한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페이크 뉴스다. 당시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실제 정부 배상금은 여타 사고 배상금과 다르지 않다는 정보를 재배포했지만 2017년 12월 일어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에 대한 기사에서는 ‘정부가 세월호 수준으로 보상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여과없이 공감 많은 댓글로 오르기도 했다.3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크 뉴스에 대한 저널리즘적인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대응일 것이다. 현재까지의 플랫폼의 전략은 ‘팩트 체크 돕기’로 보인다. 구글 뉴스랩은 37개 미디어와 연합해 크로스체크 프로젝트4를 가동하고 오보 검증에 나섰고, 뉴스 검색 시에는 팩트 체크 라벨을 달아 기사의 신뢰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검색하는 대신 전달받는다. 사람들이 허위 정보를 전달받는 경로는 SNS의 피드나 카카오톡 등 챗앱으로 확대되었다. 로이터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30%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5) 기존 플랫폼의 팩트 체크 영역 밖에서, 페이크 뉴스의 도달이 개인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줄리아 웡은 페이스북이 광고 노출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개인화된 선동을 가능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6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접근 위치, 나이 등 개인정보를 활용해 개인을 위한 맞춤형 광고를 띄운다. 이를 통해 의도를 가진 세력이 가짜 뉴스가 먹힐 만한 계층을 찾아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플랫폼이 확보한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페이크 뉴스 소비층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검증된 사실을 전달하는 일이 불가능할까? 저널리즘과 플랫폼의 전향적인 공조가 어려운 일일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1. 英 인디펜던트(2017. 11. 02.) : Fake news’ named Collins Dictionary’s official Word of the Year for 2017 http://www.independent.co.uk/news/uk/home-news/fake-news-word-of-the-year-2017-collins-dictionary-donald-trump-kellyanne-conway-antifa-corbynmania-a8032751.html [본문으로]
  2. 英 텔레그래프(2017. 07. 17) : UAE accused of hacking Qatar state media and sparking Middle East’s diplomatic crisis
    http://www.telegraph.co.uk/news/2017/07/17/uae-accused-hacking-qatar-state-media-publishing-comments-sparked/ [본문으로]
  3. 연합뉴스,(2017. 12. 12) : 근무수칙만 지켰어도…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결국 또 ‘인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9746106 [본문으로]
  4. http://firstdraftnews.com/project/crosscheck/ [본문으로]
  5.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Digital News 2017(2017 [본문으로]
  6. 英 가디언(2017. 10. 21) : Russia’s election ad campaign shows Facebook’s biggest problem is Facebook :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sep/21/facebook-russia-advertising-mark-zuckerberg [본문으로]
저자 : 신인규

한국경제TV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