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불링 예방위해 함께 노력해야”- 영국 Kidscape 부회장 인터뷰

인터넷은 하나의 미디어, 매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이자 생활이며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터넷이 없던 시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을 제외한 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 등의 연령층은 인터넷을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세대의 변화로 인해 인터넷 문화와 윤리, 리터러시 등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단순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아닌 역기능에 차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이버불링 현상은 더 이상 간과 할 수 없는 사회 현상으로 폭넓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 KISO저널 13호에서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사이버불링과 관련한 국제 민간기구의 활동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국제 인터넷윤리 심포지엄 2013의 발표로 내한한 영국의 Kidscape의 부회장인 피터 브래들리(Peter Bradley)를 만나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캠페인 등 Kidscape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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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cape, 아동보호를 위한 단체”

kidscape Peter Bradley

Q : Kidscape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이며,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A : Kidscape는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85년에 설립된 영국 최초의 민간 아동보호단체이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폭력 방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왕따 문제를 다루게 되었고 각각의 문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어 전반적인 아동의 안전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영국의 폭력, 왕따 등은 신체적 폭력 등으로 시작이 되었고, 최근 약 5년 전정도 부터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이 왕따를 시키는 일종의 수단이 되고 있으며 영국의 사이버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사이버 폭력이 발생한 초기에는 아무도 이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단체들이 함께 모여 정부와 대화를 시작하였고, 서로 자문을 구하고 제언을 하는 관계로 협력해 나가기 시작했다.

Q : 영국의 사이버불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는가?

A :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통계상으로도 4명당 1명이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전통적인 불링(괴롭힘)과 다르게 우울증, 자해, 심하게는 자살에 이르는 등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 이 같은 현상은 영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

A : 영국의 경우에는 섹스팅이라는 성인물(텍스트, 동영상, 사진) 등이 포함된 커뮤니케이션-대체로 모바일기기를 통한-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과 잠시 이야기해 보니 한국에는 이러한 문제 보다는 여러 가지 방식의 “셔틀”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라마다 트렌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점점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 영국에서 발생하는 섹스팅 등의 현상에 대해 영국 정부의 대응 정책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가?

A :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폭력법이나 사이버불링 관련 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활용할 수 있는 법안은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Miscommunications Act1)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인 불링이나 사이버불링 등과 관련한 별도의 법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진행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사이버불링 때문에 미성년의 아이들을 전과자로 만들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전과가 생기면 평생 기록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의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사이버불링 등의 현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다행인 것은 최근 유튜브, 페이스북, ASK.FM 등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하는 경우, 예전에 비해 보다 협조적이고 빠르게 조치한다는 점이다.

CHIS(Children’s Charities’ Coalition on Internet Safety)라는 단체가 있는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안전 연합이라고 볼 수 있다. Kidscape를 포함하여 유럽의 12개의 단체가 소속되어 있으며, 아동의 인터넷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고 각 단체와 협력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CHIS는 기업이나 단체로 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나, 인터넷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 독립성을 잃을 수 있어 지원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 정부, 민간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이버 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 캠페인 등 실시”

kidscape

Q : 영국 정부와의 협력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A : 정부와의 협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에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전문가가 많지 않은 편인데 그에 반해 민간단체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거나 할 때 민간단체에 많이 의존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정부의 사이버 폭력 관련 위원회의 위원으로서 다른 단체 대표들과 함께 총리에게 조언을 하는 자리에도 참석하고 있다.

Q : 정부의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 영국은 폭력 자체나 청소년 왕따에 대한 지원은 하고 있지만 특별히 사이버 폭력, 사이버불링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경우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단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과 협력을 하고 있다.

Kidscape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BIT(Bullying Intervention Training) 프로젝트는 Kidscape에 개발했지만 외부 기관을 통해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관심이 있는 부분은 지원한 부분에 대하여 비용 편익 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BIT 프로그램의 경우 비용에 대비한 효과가 높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약 2년 동안 아동 1명 당 9파운드)

정부 지원이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도 있는데, 매년 2월 개최되는 Safer Internet Day의 경우 자체 기금을 마련하여 비영리기관 수백여 개의 기관이 협력하여 개최하는 행사이다. 이는 영국 전역에서 시행되는 행사라고 보면 된다. 올해의 주제는 “인터넷의 긍정적 측면”이며 앞으로도 더 큰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4개의 TV 채널을 통해 행사 소식을 전했으며 1000만 명까지 시청하여 꽤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Q : 앞서 간단히 언급하였지만, Kidscape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e–Primary Bullying Intervention Training(BIT)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A :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영국 400여개 학교에 7~9세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대한 어린 나이부터 사이버 폭력, 사이버불링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교사에 대한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해당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2년 전부터 시작하였으며 중등학교부터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부모, 교육자, 산업, 정부 등 모두가 서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kidscape

Q : 폭넓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단체들과 또는 정부와의 제휴 전략은 무엇인가?

A : 단체들, 정부와의 제휴 전략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진 단체들이기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종종 있어서 대화에 큰 어려움은 없다. 개인이 아닌 단체 조직, 기구로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이야기를 정부에 잘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도착하여 지난 월요일(11/4)에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한국은 정부의 일방적 소통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국은 이를 넘어 쌍방향 소통으로 정부에서 잘못된 일을 하면 민간단체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개입을 할 여지가 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활동들을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Q :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지?

A :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이번 일정 중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는데,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선생님들은 우리 학교에서는 사이버불링이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한국만의 특징은 아닐 것이지만 흥미로웠다.

또 한 가지는 대학교, 고등학교 등을 방문하면서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최소 연령2)이 몇 세인지 아느냐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학생이 모르면, 교사도 모를 것이고, 당연히 학부모 역시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3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SNS를 사용하고 있냐고 물어봤을 때에도 거의 다 계정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Q : Kidscape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적으로도 많은 민간단체들이 등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자율적인 노력을 기하고 있는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며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A : 어디서든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를 통해 성인물 등을 이용하거나 섹스팅 등을 경험하는 것이 사이버불링의 한 부류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영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부분은 젊은 ‘대사’들이 정책을 만드는 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대사들은 일반적으로 12~30세인데, 일반적으로 16~18세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젊은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은 굉장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좋은 아이디어, 그리고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로는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우리가 느끼는 것”을 직접 정부에 전달하기도 한다. 우리는 젊은이들, 부모, 교육자, 산업, 정부가 서로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 정식 법안 명칭은 Malicious Communication Act(일명 악성 커뮤니케이션 법)로 1988년부터 도입되었다. 이 법안의 목적은 고통이나 불안을 유발하기 위해 문자 또는 다른 형식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이 법 제1조에서는 외설, 혐오, 위협, 허위 내용이 포함된 편지 등의 서찰, 전자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게시물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한 사람은 최대 6개월의 징역, 5000유로의 벌금 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편집자 주) [본문으로]

2) 페이스북은 가입 연령과 관련하여 13세 미만의 아동은 이용할 수 없음을 이용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본문으로]

저자 : 김지은

(전)KISO 기획협력실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