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운영자가 바라본 인터넷 규제의 방향성과 KISO의 과제

1. 커뮤니티의 개성과 규제의 변화

커뮤니티는 각자 개성이 있다. 물론 커뮤니티마다 전문 주제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 개성을 만들어주는 중요 요소는 그 커뮤니티의 이용규칙이며 서로 다른 규칙에 의해 커뮤니티의 문화와 성격이 구분된다. 어떤 커뮤니티는 엄격하고 복잡한 규제정책을 시행하기도 하고, 어떤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자율에 맞기고 최소한의 규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회원들의 동의 안에서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진 후 그 규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회원들의 활동에 의해 성장하게 되어 사이트의 성격을 반영한다.

커뮤니티의 운영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규제가 회원들과의 합의 또는 암묵적 동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상황도 변하고 방문하는 회원들도 점차 바뀌기 마련이다. 성공적인 커뮤니티의 운영자라면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여 현재의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규제의 방침도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운영자의 의도와 회원들의 이해범위를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를 납득하지 못한 회원들은 실망하여 다른 대체재를 찾게 될 것이다.

클리앙의 경우 개설 초기에는 아주 간단한 규칙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당시 활동하는 회원들이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 대부분 유사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고,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규제정책은 점점 더 늘어나다가, 어느 규모 이상이 되자 이해범위를 맞추기 위해 다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 표현의 자유와 규제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면 매번 ‘이 게시물이 정말 규제대상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과연 내가 이 게시물을 삭제하고 게시물 작성자의 이용을 일시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항상 고민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와 누군가를 침해하는 정도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무척 애매하고 판단내리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자신이 분명하게 상대방에게 글과 댓글을 통해 심각하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자신이 가해자라는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특성 상 글과 사진 등 전자적인 부호로만 의사를 전달하기에 물질적인 피해는 장터 등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많은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원하지만 그 표현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게 되거나 피해가 예상된다면 이는 이미 자유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며 이에 대해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납득하지 못하는 회원들로부터 불만사항이 접수되기도 한다.

3. 최소한의 자율규제 조건

이처럼 커뮤니티마다 규제의 정도와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최소한의 규제 조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에서 금지하는 음란, 명예훼손, 사행행위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인종차별이나 지역감정 유발 등 사회/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의 유통은 차단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 커뮤니티를 보면 특별한 규제정책 없이 모든 것을 회원 자율에 맞길 경우 어떠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게 되는지 잘 알 수 있다.

다만, 최근의 관련 법률은 약간 과도하게 인터넷상의 정보를 제한하여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보의 삭제요청’인데 삭제를 요청하는 자의 권리가 게시자의 권리보다 지나치게 우선되어 있다고 본다.

4. 신뢰기반 정보유통의 위협

커뮤니티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운영자와 회원과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게시물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어야 원만하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기업/단체의 조직적인 정보조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날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관련 법령도 전무하여 처벌의 근거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처벌의 근거가 없으니 다수의 집단이 모여 커뮤니티의 여론을 흔드는 일은 이미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반해 ‘삭제요청’에 의한 삭제는 강력하여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일부 업소의 불친절한 이용경험 게시물에서 다단계 피라미드나 사이비종교 피해 게시물까지 다양하고, 공공의 목적을 가진 게시물들이 삭제요청에 의해 삭제되고 잊혀지게 된다.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삭제요청으로 삭제하고, 유리한 정보는 더 유리하게 조작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대중들은 점차 인터넷 상의 정보에 대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며 인터넷 문화 자체의 질적 저하가 예상되므로 시급한 해결방법 강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5. 커뮤니티 규제의 한계

많은 커뮤니티들이 1인 운영이거나 많아야 10명 이내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에 수 천 개에서 수 만개의 게시물이 게시되고 댓글은 그의 몇 배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모든 게시물을 전부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신고 된 게시물만 처리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관리인력을 늘이기 위해서는 비영리 커뮤니티도 결국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되지만, 모두 영리전환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커뮤니티들이 이 과정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수익화에 실패하여 문을 닫거나 극도로 축소되고 있으며, 전문 관리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 KISO에 바라는 점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아직까지 중소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험이나 축적된 정보도 상대적으로 미비한 편이다. 이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적극적인 활동에 크게 기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활동도 긍정적이지만 몇 가지 추가로 기대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

첫째, 중소규모 커뮤니티나 신규 커뮤니티의 자율규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커뮤니티마나 각기 다른 규칙이 있고 개성이 있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및 예시, 이슈가 될 수 있는 관련 법령 등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제공하여 준다면 커뮤니티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정보들이 바뀌거나 규제 변경 및 보완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도 해당 근거와 함께 알려주며 자율규제 관리자 교육 등을 병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와 KISO가 연계하여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둘째, 관련 법령의 규제 개선을 위한 의견 전달의 창구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관련 법규는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지만 기술과 행동패턴의 변화로 인해 언제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발생한다. 이러한 의견을 수집하여 입법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보다 실제적인 입법 청원 등이 가능해진다면 인터넷 이용 환경이나 운영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인터넷 포탈이나 커뮤니티에서 자율규제를 아무리 잘 시행한다 하더라도 결국 시행하는 것은 이용자가 된다. 이용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상에서 청소년 교육이나 강좌를 통해 인터넷에서 올바로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다면 자율규제정책이 자리잡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 이봉희

클리앙 대표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