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독과 플랫폼 책임: Kaylee vs. Meta 사건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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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오늘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 교환이나 소통의 도구를 넘어 이용자의 자아 정체성과 사회적 지평을 구축하는 가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1 그러나 이용자의 한정된 주의(attention)를 자산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의 특성상,2 플랫폼이 운영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이용자의 과몰입을 유도할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전두엽을 비롯한 신경학적 구조가 미성숙한 아동ㆍ청소년이 지나치게 플랫폼에 몰입할 경우 이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Fact)이라는 점이 다양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규명되고 있다.3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법적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SNS 중독과 그로 인해 입은 피해는 오롯이 이를 자제하지 못한 이용자의 ‘자기책임’인가? 아니면 이용자가 최대한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도록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 운용한 플랫폼의 책임인가? 최근 미국에서는 SNS 중독에서의 책임 소재를 다투는 소송이 폭증하며 법조계와 IC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줄소송의 향방을 가르는 첫 번째 대표 소송(Bellwether Trial)4인 Kaylee v. Meta(이하 ‘Meta 사건’)에서, 캘리포니아주(CA) 법원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설계 과실과 경고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선고하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5
이 글은 국내외 최신 동향을 신속하게 알리는 ‘주요소식’ 세션의 취지에 맞추어, 해당 판결의 전개 과정과 핵심 쟁점을 소개하고, 위 판결이 향후 국내 플랫폼 사업 환경 및 규제 지형에 던지는 시사점을 다각도로 조망해보고자 한다.
2. Meta 소송의 배경 및 쟁점
가. 배경
Meta 소송은 20세 여성 케일리(Kaylee)가 2025. 9. 30. 메타 및 그 자회사(인스타그램), 구글, 스냅, 틱톡 등을 피고로 삼아 캘리포니아주(CA) 법원에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케일리는 SNS 중독성 강박, 신체 이형증(Body Dysmorphia), 거식증 등 섭식 장애, 우울증, 불안 장애, 수면 장애, 자해 행위 및 반복적인 자살 시도 등의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데, 그 이유를 피고들의 추천 알고리즘과 플랫폼 운영 방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성년자 시절 피고들의 SNS 플랫폼에 가입하였는데, 그 이후 피고들이 24시간 내내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무차별적 푸시(push) 알림과 콘텐츠 추천 등의 중독적 기능으로 인해 극심한 SNS 강박 및 오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ㆍ청소년의 뇌는 위험 평가와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미성숙하여 스스로 행위를 조절할 능력이 매우 취약한데, 피고들은 이러한 취약성을 알고 있었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으며, 오히려 수익을 위해 중독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청소년들을 생리적으로 포섭하였다고 주장했다.
나. 쟁점
가.에서의 주장을 기초로 케일리는 다음과 같은 법리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 설계 결함(design defect): 피고들은 참여도 기반 랭킹 알고리즘(자극적ㆍ부정적 콘텐츠 증폭), 간헐적 가변 보상 시스템(슬롯머신 방식의 좋아요 및 알림 튜닝), 무한 스크롤, 외모 변형 필터 등 아동ㆍ청소년의 심리적 취약성을 악용하고 중독을 유발하는 결함 있는 알고리즘을 SNS 서비스에 탑재하였다.
(2) 경고 의무 위반(failure to warn): 피고들은 자사 플랫폼이 청소년의 미성숙한 두뇌에 심각한 정신적ㆍ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회원 가입 당시 또는 SNS 이용 중에 미성년 이용자와 부모에게 SNS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나 위험성에 대하여 어떠한 실효성 있는 경고도 하지 않았다.
(3) 사기적 은폐 및 부당이득: 피고들은 자사 알고리즘이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보건학적 폐해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내부 연구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대중에게 사기적으로 은폐했으며, 원고의 건강을 대가로 막대한 광고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피고들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1) 통신품위법(CDA) 제230조에6 따른 면책: 피고들은 우선 원고 주장이 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입은 손해의 실질적 원인은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제3자가 게시한 유해 콘텐츠에 있고, CDA 제230조에 따라 제3자의 콘텐츠를 게시한 플랫폼은 단순 중개자로서 해당 콘텐츠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면책되므로,7 피고들은 원고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2)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SNS 피드(feed)를 추천하거나 콘텐츠 정렬 및 편집하는 행위는 플랫폼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따라 보호받는 표현 행위이므로 이에 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위헌이다.
(3) 인과관계 단절: 원고가 입은 손해는 SNS 때문이 아니라 SNS 이용 이전의 과거 질병이나 플랫폼이 아닌 제3자의 행위 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플랫폼의 약관에서는 SNS 중독 등을 경고하고 있는데, 원고나 그 부모는 플랫폼 가입 시 이를 읽지 않았으므로, 플랫폼은 경고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경고 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
3. Meta 소송의 경과
가. 1차 판단(2025. 11.)
본안 판단으로 넘어가기 전 피고들은 원고 청구에 대해 배심원 심리 없이 법리적으로만 판단해달라는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을 신청했다.8 그러나 법원은 2025. 11. 5.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의 신청을 전면 기각했다.9
(1) 설계 자체에 대한 책임 인정: 법원은 제3자가 플랫폼에 게시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이른바 ‘but-for(조건부)’ 논리]만으로 플랫폼에 면책 특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무한 스크롤과 같은 알고리즘 설계 기능이 이용자에게 해로운 콘텐츠를 강박적으로 계속 소비하도록 충동질했다면, 그 손해는 콘텐츠 자체가 아닌 ‘설계 기능 그 자체(The Design Feature Itself)’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하여 CDA 제230조에 따른 면책 항변을 배척하고10 알고리즘 설계 자체의 결함이 제조물책임과 같은 일반 민사 법리에 따라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구체적 사실관계 확정은 배심재판에서 다루어지게 됨).
(2) 알고리즘은 표현이 아님: 법원은 플랫폼 알고리즘의 중독 유발 기능들은 원고가 어떤 성격의 콘텐츠를 보았는지와 무관하게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는 기술적 방식(How Plaintiffs interact with the platforms)’에 관한 영역이므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3) 인과관계 단절 불인정: 법원은 인과관계 여부는 기본적으로 배심재판에서 가려질 문제라고 보았다. 특히 약관 미확인으로 인한 면책 혹은 인과관계 단절 항변과 관련, 법원은 유해성 경고가 약관 속에 숨겨져서는 안 되며 시각적으로 ‘크고 명확하게(Large and Prominently Placed)’ 제공되었어야 했다는 점을 짚었다. 원고의 어머니가 “위험성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이상, 피고들의 경고 미비 과실 여부 및 그에 따른 인과관계 존부는 배심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배심원 평결(2026. 3.)
피고들의 약식 판결 신청 기각 결정 이후 CA 법원에서 배심원 재판(trial)이 개시되었다. 배심원단은 2026. 3. 5. 10대 2로 원고 케일리의 청구를 인용하는 원고 승소 평결(verdict)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이용자를 플랫폼에 종속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된 ‘주의 집중 유도 인터페이스’ 및 ‘참여도 기반 알고리즘’이 아동·청소년의 취약성을 악용하여 정신 보건학적 폐해를 유발하는 데 법적인 ‘상당한 요인(Substantial Factor)’이 되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이 인정한 손해액은 총 600만 달러(보상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 300만 달러)였고, 이에 관하여 메타에 70%, 구글에 30%의 책임을 각 인정했다.
다. 평결 유지 결정(2026. 6.)
나.의 배심원 평결 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평결불복심리(JNOV) 및 새로운 배심재판(motion for a new trial)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2026. 6. 10. 이를 모두 기각하고 6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배심 평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4. 결론에 갈음하여: 향후 전망 및 시사점
Meta 소송은 이제 제1심 법원의 판단만이 나온 단계이며 앞으로도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배심 평결 유지 결정이 내려진 2026. 6. 10. 직후 메타 대변인은 본 판결이 통신품위법과 수정헌법 제1조를 부당하게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상급법원에 즉각 항소할 방침을 공식화했고, 구글 역시 항소할 것임을 밝혔다. 따라서 제1심 법원에서의 판단대로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SNS 중독 책임을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전통적인 미국 법리에 따라 CDA 제230조 혹은 표현의 자유 항변이 인정되어 면책될 것인지는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eta 소송의 제1심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플랫폼은 이제 더 이상 ‘제3자가 생산한 콘텐츠의 단순 게시 혹은 중계’라는 논리만으로는 면책을 주장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플랫폼이 이용자의 주의 획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인위적 인터페이스 설계나 추천 알고리즘 설계 등을 하는 경우 ‘기술적 설계 책무성’과 ‘사전 경고 의무’를 이행하라는 압박은 점점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 역시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주목하여 알고리즘의 설계나 운영에 관하여 자율규제 등을 통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이해원, “디지털 신질서와 인격권”, 법조 제73권 제2호(2024. 4.), 25쪽. [본문으로]
- 이를 비판한 학술서적이나 논문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이다. 단행본으로만 한정하더라도 Kyle Chayka, Filterworld: How Algorithms Flattened Culture (2024); Max Fisher, The Chaos Machine: The Inside Story of How Social Media Rewired Our Minds and Our World (2022); Anna Lembke, Dopamine Nation: Finding Balance in the Age of Indulgence (2021) 등. [본문으로]
- Eva H. Telzer et al., Association of Habitual Social Media Checking With Digital Brain Development, 177 JAMA Pediatrics 196, 197-200 (2023); Candice L. Odgers & Meaghan R. Jensen, Annual Review: Adolescent Mental Health in the Digital Age, 6 Ann. Rev. Developmental Psychol. 13.1, 13.5-13.9 (2024) 등. [본문으로]
- 대표 소송(Bellwether trial)이란 동일 쟁점에 대하여 다수의 소송이 계속 중일 때 이 중 대표적으로 진행되는 소송을 일컫는 용어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수천, 수만 건의 유사 소송이 하나의 집단 소송으로 병합되거나 연방 국가의 특성상 전국의 유사 소송들을 하나의 관할로 모아 처리하는 다지구 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이 빈번한데, 이러한 집단 소송 혹은 다지구 소송에서 일응의 기준을 만들기 위하여 진행하는 소송이 대표 소송이다. [본문으로]
- Kaylee Lyn Dalton v. Meta Platforms, Inc., et al., No. 25STCV28816 (Cal. Super. Ct. June 10, 2026) (Order Denying Motions for New Trial). [본문으로]
-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제230조, 특히 이 중에서도 핵심 조항인 (c)(1)항은 제3자가 플랫폼에 게시한 콘텐츠에 대하여 플랫폼을 콘텐츠 작성자가 아닌 발행인(publisher) 또는 화자(speaker)로 취급하여 면책시키는 규정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47 U.S.C. § 230(c)(1) (2018) Treatment of publisher or speaker
No provider or user of an interactive computer service shall be treated as the publisher or speaker of any information provided by another information content provider.
[본문으로]
- 이러한 주장에 관한 리딩 케이스는 Twitter, Inc. v. Taamneh, 598 U.S. 471 (2023). [본문으로]
- summary judgement는 우리 민사소송법에는 없는 제도로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고 법리적 판단만 남았을 때 재판을 조기 종결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여 당사자 중 일방이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를 다 인정하더라도 상대방 주장이 타당한지를 배심원 재판까지 가기 전에 법원이 법리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 피고가 신청한 summary judgement를 기각하였다는 의미는 법원이 보기에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다 참이라고 전제할 경우 원고 주장이 법리적으로 이유 있으므로 사실관계 당부를 배심재판(trial)에서 배심원이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 이러한 논리의 선도적 사례로는 Fair Housing Council of San Fernando Valley v. Roommates.com, LLC, 521 F.3d 1157 (9th Cir. 20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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