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사자(死者)의 디지털유품 상속

1. 서론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때로는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해 재산을 남기거나 추모할만한 기념물을 남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남기는 글과 사진은 죽음과 함께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누군가가 살아있는 동안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죽은 이를 기억하고 싶어서 추모공간으로 이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무도 죽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외로운 영혼이 구천을 떠돌 듯, 사이버공간의 글과 그림은 관리자를 잃어 기억되지 못하면서 사라지지도 못한다. 사이버공간에서 유품을 남긴다면 그것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가?

사자(死者)가 사이버공간에 남긴 글과 그림, 동영상을 디지털유품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싸이월드의 도토리처럼 사이버공간에서만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남기기도 한다. 이 모두 디지털유품에 해당한다. 유럽에서 디지털유품을 처리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국가마다 다르다. 아직까지 유럽연합 차원에서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나 집행위원회의 지침은 없다. 또한 별도의 입법을 통해 디지털유품에 대한 처리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는 국가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이메일 계정과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인터넷 계정관리회사와 개인 간의 작은 갈등은 종종 법정 소송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디지털유품에 대한 처리는 크게 민법상의 상속에 관한 권리와 개인의 인격권(Persoenlichkeitsrecht)에 해당하는 정보보호의 권리, 지적재산권의 공유의 문제로 나뉜다. 이러한 권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독일의 사례를 가지고 알아보았다.

2. 독일에서 사자의 디지털유품 처리

1) 상속 대상으로서의 디지털유품

독일에서 디지털유품(Digitaler Nachlass)은 민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일반적인 상속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민법의 규정에 따라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유품상속은 사자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직계비속인 자녀가 우선순위이고, 이어서 배우자 그리고 부모가 상속의 우선권을 갖는다. 상속인은 사자가 남긴 디지털유품을 다음과 같이 상속할 권한을 갖는다.

첫째, 사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와 신상자료는 유산상속인이 개인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사자가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에 있는 정보를 파기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하도록 유언장이나 위임장을 썼다면 처리는 다르게 진행된다. 사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있는 정보는 상속인이 사자가 사이버공간에 남긴 디지털유품을 특정하는 데에 필요한 주요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사자가 사이버공간에서 소유했던 이메일계정에 있는 편지, 개인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과 그림, 동영상, 이베이(ebay)나 아마존(amazon) 등 전자상거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에서 사용하고 남긴 가상화폐도 상속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메일계정을 상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따라 사용약정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메일계정은 민법에 따른 상속대상이기보다는 정보보호법(Datenschutzgesetz)에 따른 개인의 인격권보호 대상이다. 그래서 개인이 사망할 경우에 정보보호법에 따라 계정정보를 삭제할 권리를 주지만, 이를 상속할 권리를 주지 않는 서비스도 많다. 야후(yahoo)는 2005년4월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상속법원에서 내린 고 저스틴 엘스워스(Justin Ellsworth) 해병병장 유가족의 이메일계정 정보 상속 판결 이후 개인 이메일 정보를 CD나 DVD로 제공하고 있다. 엘스워스 병장은 2004년 11월 이라크 팔루차에서 순찰 도중 전사했는데, 그의 유가족은 아들이 사용하던 이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줄 것을 야후에 요청했으나, 야후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야후는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재판의 결과가 유족에게 이메일 계정에 있는 정보를 디지털유품으로 상속시키도록 한 판결이기 때문에 계정비밀번호를 줄 수는 없고, 그 대신 계정에 들어있는 정보를 CD에 저장하여 유족에게 제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도 야후와 유사한 정책을 따르고 있다.

셋째, 사자의 온라인 회원 상태를 유지할지 혹은 삭제할지는 상속인이 결정한다. 상당수의 유족은 일정기간 계정을 유지하면서 방문록을 관리하거나 사자의 친지들이 추모하길 희망한다. 사자의 이메일 계정이 아닌, 사자가 사용하던 홈페이지나 블로그, 소셜미디어의 계정은 일반적으로 제3자가 방문하여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반에 공개된 계정의 경우에는 사자가 생전에 작성한 정보에 대한 수정을 허용하는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로 나뉜다. 페이스북(facebook)은 사자의 계정을 상속시켜 주는데, 이러한 상속을 위해 다음과 같은 별도의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이 양식은 사망한 회원님의 계정을 추모화하거나 삭제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하며 위증 시 처벌됩니다. 계정을 추모화하면 일부 민감한 정보가 삭제되며, 개인정보 설정이 변경되어 이미 확인된 친구들만 프로필을 보거나 검색할 수 있습니다. 담벼락은 친구들과 가족이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글을 남길 수 있도록 유지됩니다. 본 양식을 통한, 관계없는 문의에는 답변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http://ko-kr.facebook.com/help/contact.php?show_form=deceased)

최근 트위터(twitter)도 페이스북과 유사한 규정을 신설했다.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소셜미디어이자 독일어판 싸이월드(cyworld)인 StudiVZ(대학생동창), SchuelerVZ(초중고동창), MeinVZ(개인인맥) 등은 사자의 계정을 유족과의 합의를 해 처리하고 있다. 만일 유족이 삭제를 희망하면 계정을 삭제해 주며, 유족이 직접 추모공간으로 운영하길 희망하면 운영권을 준다. 페이스북과의 차이점은 유족의 계정승계권을 허용하는 것이다.

2) 디지털유품의 상속 절차

사자의 디지털유품을 상속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상속 가능한 디지털유품의 소재지를 알아야 한다. 상속 가능한 사자의 디지털유품에는 사진, 글, 비디오, 가상화폐 등 사자가 생전에 남긴 모든 저작물과 재산권이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품이 자동적으로 상속되지는 않는다. 상속인은 사자가 남긴 정보의 소재를 알아야 한다. 사자가 남긴 디지털유품이 어느 계정에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이 계정에 접근하기 위한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야 한다. 일종의 디지털유품 목록화작업이다. 이는 마치 사자의 유족이 부동산이나 동산을 상속할 때와 같은 절차가 적용된다. 소재를 알지 못하는 재산은 상속할 수 없다.

둘째, 디지털유품의 목록작업은 유족의 책임이다. 사자가 생전에 사용한 이메일계정과 전자상거래 내용,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디지털유품 목록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자의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일기 등을 뒤져서 디지털유품을 검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장 빠른 일은 인터넷공간에서 주제어나 사자가 사용했을만한 이메일주소, 소셜미디어에 대한 단서를 찾는 방법이 더 빠르다. 그래서 상당수의 유족들은 사자의 디지털유품 검색을 전문적인 검색용역 전문가에게 맡긴다.

셋째, 유족이 사자의 디지털유품의 위치를 찾아 목록화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접촉하여 재산을 상속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유족은 사자의 디지털유품 상속을 위해 우선적으로 ISP와 전화, 편지, 이메일 등으로 접촉할 수 있다. 이때 유족은 사자의 사망증명서와 더불어 상속증명서, 그리고 사자의 디지털유품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수의 이메일주소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유가족은 개별적으로 ISP와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다. 야후의 경우에는 디지털유품 상속신청 이후 2주 안에 이메일계정에 있는 정보를 CD나 DVD에 담아서 유가족에게 전달한다. 야후는 엘스워스 병장 판결 이후 준법감시팀(Criminal Compliance Team)을 신설하여 디지털유품 상속에 관한 업무를 맡기고 있다. 독일어권 최대 메일서비스인 gmx.de와 web.de는 유가족이 사자의 디지털유품을 상속하기를 희망하면, 유가족임을 증명할 경우에 사자의 이메일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임시 비밀번호를 부여한다. 그러나 유족이 지속적으로 사자의 이메일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정에 있는 정보를 내려 받거나 삭제할 수 있을 뿐이다.

넷째, 사자의 디지털유품 상속은 지적재산 이외에 부채도 포함된다. 독일어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초고속인터넷통신망인 t-online과 AOL 등은 초고속인터넷통신망을 가입하면 다수의 이메일 계정과 IP주소를 주며,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통상 1년 혹은 2년 약정계약의 형식으로 제공되는데, 가입자의 대부분은 가입 초기에 가입 프리미엄을 받는다. 만일 사자가 2년 약정으로 초고속인터넷통신망에 가입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홈페이지, 블로그, 이메일 등을 사용했다면 상속인은 사자의 디지털유품을 상속하기 위해 약정기간 동안의 서비스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이베이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도 동일하게 해당한다. 만일 사자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트에 많은 액수의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더라도 부채가 있으면 부채도 함께 상속해야 한다.

다섯째, 상속인이 사자의 오래된 디지털유품을 ISP로부터 전달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자가 사용하던 계정이나 소셜 미디어에 저장된 정보 가운데 사자가 선택했거나 이용약정에 따라 관리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장된 정보를 상속인이 찾아보길 희망하거나 삭제된 정보의 일부를 복원하길 희망한다면 추가비용은 상속인이 지불해야 한다. 유사한 판례가 많다. 예를 들어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약정을 통해 전자통장 가입자가 자신의 거래내역을 온라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을 최고 6개월로 정하고 있다. 6개월이 넘는 거래내역은 자동으로 관리영역으로 넘어간다. 만일 6개월 이상 된 거래내역서를 받아보려면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디지털유품의 경우에도 관리영역으로 넘어가서 보관되는 정보를 상속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별도로 정보를 취합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유족이 지불해야 한다.

3) 디지털유품 관리회사

사자의 디지털유품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부동산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상속을 위해 변호사가 존재하듯, 디지털유품에 대한 관리를 대행해주는 관리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들어 이러한 디지털 유품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늘고 있다. 유족이 유산으로 물려받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고단한 유산찾기를 대행해 주는 사이트들이다. 이 사이트들은 사자의 유족 혹은 친구를 찾아 사자의 디지털유품을 상속받게 도와주거나 인터넷 상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용역을 제공한다. 이 경우에도 대다수의 용역회사들은 사자에 대한 개인적인 신상정보와 사망증명서를 제출하면 용역을 맡아준다. 계약이 성사되면 디지털유품 검색은 웹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어, 인터넷상에서 사자의 정보를 삭제한다. 그러나 유족이 정보를 별도로 저장하거나 보관하길 희망하면 별도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대표적인 디지털유품 관리대행인 미국의 레거시로커(Legacy Locker)는 2009년 초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레거시로커의 설립자인 제레미 토만(Jeremy Toeman)은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할머니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토만의 할머니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매우 활발하게 디지털공간에서 활동했는데, 토만 할머니는 매우 방대한 이메일과 전자주소록을 남겼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던 유족은 쉽게 토만 할머니의 유머가 담긴 글을 볼 수 없게 되자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디지털유품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레거시로커는 ‘인터넷정보의 스위스은행’을 천명하고 있는데, 사자가 자신의 비밀번호와 상속자를 지정하는 정보를 남기기 위해서는 최고 300달러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레거시로커를 비롯해 비탈로커 (Vitallocker), 데드스위치(Deathswitch) 등 다양한 서비스업체가 신설되었고, 유럽에서도 대표적으로 스위스에 있는 데이터인헤리트(Datainherit)와 스웨덴에 있는 마이웹윌(mywebwill)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웹윌은 인터넷이용자가 생존기간에 인터넷 유언장을 작성토록 하고, 여기에 은행구좌, 이메일계정, 홈페이지 가입계정 등의 중요한 비밀번호를 보관토록 한다. 마이웹윌은 인터넷유언장을 위탁한 이용자가 사용하면 그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준다. 마이웹윌은 가입입회비로 125유로를 받고 있으며, 생존기간 동안 회비로 매년 20유로씩 받는다.

독일행정당국은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설기관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 이메일계정뿐만 아니라 은행구좌 비밀번호, 사이버공간에서의 디지털지적재산을 보호하다가 관리자가 악용할 경우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사설기관보다는 오히려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유언장이나 위임장을 작성하고 거기에 비밀번호를 남기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유품과 관련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에서는 인터넷자율규제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3. 독일에서의 인터넷자율규제기구

1997년 독일의 미디어관련 유관기관과 온라인분야 기업은 공동으로 언론평의회와 영상자율심의기구(Freiwillige Selbstkontrolle Fernsehen, FSF)를 모델로 멀티미디어자율규제기구(FSM, Freiwillige Selbstkontrolle Multimedia)를 설립하였다. FSM은 온라인영역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저작물이나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고,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독일기본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자칫 국가기관의 멀티미디어 영역에서의 직접적인 규제와 나아가 검열로 연계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자율적 노력이다.

FSM은 인터넷콘텐츠와 관련하여 불만이 접수되면 이를 무임으로 처리하는데, 이때 불만처리 대상은 FSM이 정한 내부강령 위반사건에 해당할 경우이다. FSM의 내부강령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와 청소년보호규정 위반, 저널리즘적 기본원칙을 위반한 공표 등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FSM이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사항은 청소년보호에 대한 국가협약(주간협약)을 위반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어린이 및 청소년 포르노그래피가 중점적으로 취급된다. 여기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포르노그래피적인 연출을 통해 보여주거나 폭력행위를 찬양하는 행위, 전쟁찬양, 헌법에 위반되는 선전선동행위 등이며, 연방청소년유해미디어조사센터(Bundesprüfstelle für jugendgefährdende Medien, BPjM)에서 유해 결정이 나온 콘텐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공간에서 콘텐츠에 대한 삭제 및 관리권은 ISP(Internet Site Provider)에 있지 않고, 콘텐츠를 게재한 제3자에게 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한 당사자와 ISP, 콘텐츠제공자 사이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FSM은 이러한 역할을 맡는다.

FSM은 1999년 7개의 유사한 기관과 공동으로 인터넷의 부정적 이용을 근절할 목적으로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Internet Hotlines(INHOPE)”을 설립했다. FSM은 INHOPE와 더불어 EU Safer Internet Action Plan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INHOPE의 주된 목적은 다음과 같다.

– 국가별 핫라인을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구축하고 운영
– 인터넷 상의 불만처리에 대한 정보교환
– 전문가 교류
– 새로운 핫라인 구축 지원
– EU 안팎에서의 협력구축
– 정책결정자에 대한 정보교육
– 핫라인운영자의 공동협력 및 개발지원
– 사이버범죄 대비책의 개발 주도

FSM은 INHOPE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의?부적절한 내용물에 대한 시정을 위해 해당 국가 파트너에게 불만을 전달하고 해결하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INHOPE는 문제가 되는 콘텐츠는 더 이상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정보교환은 법정에서의 재판과정과 판결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INHOPE는 정보교환 이외에도 전문가 교류와 학술회의 등을 통해 자율규제에 대한 이론적 연구도 진행한다. 이러한 연구회의는 연례회의를 넘어 세미나, 특강 등 다양한 형태로 회원 간에 상호교류 기회를 주고있다.

FSM과 독일인터넷경제협회(Verband der Deutschen Internetwirtschaft e.V., eco)는 공동으로 2004년 인터넷불만처리센터(Die Internet-Beschwerdestelle, IBSDE)를 개통했는데, 인터넷사이트인www.internetbeschwe rdestelle.de를 통해 인터넷사용자면 누구나 유해한 사이트와 내용물에 대한 불만을 신고할 수 있다. 2005년 이 불만처리센터는 공식적인 인터넷콘텐츠에 대한 자율적인 불만처리 기관으로 승격되었으며, EU의 “Safer Internet ActionPlan”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FSM은 2008년 eco, 클릭세이프(Klicksafe), 청소년보호네트워크(jugendschutz.net), “고민에대한 전화번호(Nummer gegen Kummer)”(어린이 청소년 긴급전화, Kinder- und Jugend-Nottelefon)와 공동으로 유럽연합에 지원을 요청했다. 핫라인(전화) 운영은 상당수의 EU국가에서 일반화되었는데, 독일에서는“saferinternet.de”라는 사이트를 통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있다. 현재 핫라인(전화상담)은 민간자율로 운영되며, 인터넷경제협회와 EU, 연방정부(연방내무부)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핫라인 이외에도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유해한 사이트와 정보를 선별하는 방법과 차단방법 등을 자세하게 공지하고 있다(https://w ww.sicher-im-netz.de/Default.aspx). 그러나 FSM은 사자의 디지털유품과 같이 법적인 소송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재에 한계가 있다. 대다수의 분쟁사례의 경우에 사자의 디지털유품이 인터넷을 통해서 공표, 검색, 링크되는 것을 사자의 유가족이 원치 않으면 이를 공표한 제3자 또는 해당 사이트와 원만한 합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가족이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거나 시사적인 사건과 관련하여 공적이익을 대변하는 저널리즘적 보도와 이를 제3자가 퍼나르거나 링크하는 경우에는 FSM의 자율조정 기능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송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FSM을 통해 상호합의가 이뤄진다.

4. 결론

사자의 디지털유품에 대한 분쟁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처리방안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인 인격권에 대한 보호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상속은 민법에 따라 처리된다. 물론 유럽연합과 유럽인권재판소는 시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공인이나 유명인의 공적인 활동에 대한 보도와 표현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 밖의 영역에서는 개인의 사생활보호를 더 중요한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서 개정입법 혹은 판례를 통해 관철되고 있다. 특히 개인 만든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정보를 타인이 사용하거나 퍼나르는 것은 일종의 공유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은 사자가 공인이든 사인이든 사자의 디지털유품이 제3자에 의해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한다.

현재 사자의 개인적인 온라인 공간에서의 디지털유품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관리된다. 독일의 경우 사자의 디지털유품은 일반적인 상속재산과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사자의 유족은 디지털유품의 소재지와 정확한 목록을 제시할 수 있다면,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자의 디지털유품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제3자도 이용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디지털유품은 사이버공간에서 공유재산(open source)으로 제공된다. 다만 사자가 생전에 유언장을 통해 상속을 구체화했거나 사자의 정보공개로 인해서 유족이 사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받을 경우에는 제3자의 이용을 금지할 수 있다. 이메일을 비롯한 극히 개인적인 정보는 유족의 상속대상이 된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 공개된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로 취급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자의 디지털유품 관리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터넷 공간에서의 사생활보호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되어 보호되며, 사자의 디지털유품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공적 이해관계와 시사적 사건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강조된다. 반면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공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건의 경우에는 개인 사생활보호가 더 중요하다.

둘째, 경제적 이해관계, 상업적 목적의 공표 행위와 비상업적 목적의 공표행위는 구분된다. 상업적인 목적에서 대가를 지불한 사진이나 영상 등의 저작권은 개인이 아닌 저작물 제작자에게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경우 어린 시절 돈을 목적으로 포르노그래피를 찍은 한 여성이 그 뒤 자신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해당 사진과 영상의 인터넷삭제를 요구했지만, 법원은 대가를 지불하고 저작한 저작물로 판단하여 원고 패소를 결정한 사례가 있다. 이는 사자의 디지털유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의 공표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도 못했고,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표가 금지되고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

셋째, 유럽의 경우에 인터넷공간에서 공표된 디지털저작물과 관련한 갈등은 일차적으로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중재되고, 이러한 중재가 어려울 경우에 법정소송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 행정기관의 개입은 자칫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으며, 특히 사후적으로 수행되지만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통해 인터넷공간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저작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개인의 사생활정보가 포함되는 이메일이나 블로그, 홈페이지, 소셜 미디어의 계정과 정보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유족이 명확하게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디지털유품의 목록과 상속권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나라 규제제도에 주는 시사점은 인터넷공간에서의 디지털유품에 대한 처리와 관련하여 공적인 사안과 사적인 사안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며, 유럽의 경우처럼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과 합의의 절차가 합리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약정을 통해 사자의 디지털유품에 대한 처리방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속인이 찾고자 하는 디지털정보가 이미 관리영역으로 편입되었거나 사자에 의해 임의 삭제된 상태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 의해 보관된 정보를 상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상속인이 상속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저자 :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