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특례법에 따른 불법촬영물 삭제의무 관련 개정

1. 들어가며

최근 리벤지 포르노가 미투운동 및 웹하드업체 대표인 양진호 사태와 맞물리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속속 입법되고 있다. 피해자가 리벤지 포르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음에 비추어 보면 늦게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극단적인 입법안들도 존재하는 현실이고 보면 성폭력특례법상 불법촬영물에 대한 삭제의무 규정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개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기대하면서 이하에서는 최근 개정되거나 조만간 개정될 예정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디지털성범죄 근절 관련 입법 추진 현황과 그에 대한 평가

여성가족부의 2018. 12. 26.자 보도자료(웹하드 업체 불법촬영물 삭제조치 의무 부과, 불법촬영 범죄 처벌강화)1에 따르면, 개정이 완료된 법은 6건, 국회 계류 중인 법률안은 3건이고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개정 완료된 입법과제(6건)

♦ 국회 계류 중인 입법과제(3건)

개정(안)의 내용들이 지향하는 핵심조항은 아무래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범죄수익 몰수·추징(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개정안),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강화(전기통신사업법), 불법촬영물을 신속하게 차단·삭제하는 신속처리절차(Fast Track)(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라고 할 것이고, 그 외에의 개정(안) 내용들은 위와 같은 핵심조항들을 돕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2017.12. 12. 법률 제151156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2014년 7월 밤 9시쯤 전주시의 한 음식점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외 화장실로 들어간 것을 보고 성적인 욕망에 이끌려 따라 들어간 30대 남성이 옆 칸의 여성을 엿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음식점 주인이 관리하는,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화장실이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과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공중화장실이 아니라서 공공장소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2 이후 여론이 비등하자 국회가 여론을 수렴하여 아래 내용과 같이 개정이 되었다.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ㆍ목욕실 또는 발한실(發汗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존에 빈틈이 많은 법률을 상식과 여론에 부합하게 개정하였으니 이는 타당하다.

이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살펴보자.

그런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9호는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당연히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를 포괄하고 있다. 즉,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개정 전 법률의 해석상 포함되는 것을 굳이 개정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이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등을 통하여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부가통신역무”란 기간통신역무 외의 전기통신역무를 말하므로(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12호), 사실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중첩될 것으로 보여지고(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4조의2 제1항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로써 삭제 또는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는 정보이고, 같은 조 제2항이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이 또한 법개정이라는 절차가 과연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비록 중복되거나 기존 법률의 체계적 해석을 통해 입법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을 지라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법률을 개정하여 내용을 명확히 한 것은 그만큼 국회가 국민들에게 귀기울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까?

오히려 문제는 위와 같은 개정 법률들에 대해 발의되고 있는 개정안들인데, 예컨대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전희경 의원안, 18228)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인식 여부가 아니라 ‘게제되어 있는 경우’에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서 근대 법학의 원리인 자기책임의 원칙을 일탈하여 전근대적인 결과책임사상으로의 회귀여서 과잉금지에 위배됨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3. 나가며

리벤지 포르노의 반인륜성과 양진호로 대표되는 웹하드업체가 리벤지 포르노의 주요 유통경로인 사실,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거대 담론으로서의 여성인권보호,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인 여성이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될 참담하고 비참한 현실(그것은 피해자 본인에게는 추상적 담론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구체적인 생생할 현실이기도 하다.)에 비추어 볼 때, 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불법촬영물 삭제로 가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자칫 그것이 경도되면 사업자의 인식 여부를 불문하고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입법이 될 수 여지도 있었는바, 법 자체만으로 볼 때는 (현행 법체계의 해석상 해결 가능한데 굳이 개정의 필요성이 있었느냐는 별론) 타당하고 합리적인 범위에서의 개정인 듯 싶다.

오히려 문제는 법 자체가 아니라 법집행기관의 의지일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없어서 전태일 열사가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듯, 법이 구름위에서 고준담론을 논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현실은 얼마든지 그리고 충분히 시궁창일 수 있으니 말이다.

 

  1. http://www.mogef.go.kr/nw/rpd/nw_rpd_s001d.do?mid=news405 [본문으로]
  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89621&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https://news.joins.com/article/20079622 [본문으로]
저자 : 김학웅

법무법인 시화 변호사/KISO 온라인광고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