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관리의 세계 동향 및 향후 방향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남아공에서 전설이 된 미국의 한 가수를 찾는 내용이다. 두 열성 팬이 우여곡절 끝에 추적하여 이 가수를 찾았을 때, 그는 남아공의 국민가수의 명예를 찾아볼 수 없게, 빈민가에서 40여 년을 육체노동으로 살고 있었다. 영화 이후 이 가수는 다시 왕성한 가수 활동을 시작하고 공연 수익으로 많은 돈을 거둬들였지만, 정작 자신의 앨범으로는 수익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남아공에서 유통된 음반은 대부분 불법 복사본이었고, 따라서 음반사도 창작자도 남아공에서 음반 흥행이 되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음원 관리는 CD나 카세트테이프 등 물리적인 제품을 위주로 한 방식을 따라왔다. UPC 등 고유의 인식번호를 통해 음원의 흐름을 모니터하고, 국가 간 상호협약을 통해 라이센스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국제유통을 관리하였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허술하고 국제적 유통이나 불법 유통에 취약한 관리 방식이었으며, 창작자는 음반사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자신의 수익에 주체적으로 관여하기 힘든 체계였다.

 

1.투명하고 효율적인 음원 관리의 중요성 및 혁신에 대한 요구

그러나, 음원의 디지털화는 기존의 음원 관리 방식과 현저히 다른 혁신적인 음원 관리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상적인 디지털 음원 관리 체계 하에서는, 완전 자동화된 음원 등록으로 지역적 거리나 협상 과정에서 오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원스톱 음원 저장고를 통해 전 세계 음악 라이센스를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제는 음원의 불법 사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 단위의 음원 사용 측정을 실시간으로 가능케 하여 음악 창작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고, 따라서 서칭 포 슈가맨과 같은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이상과는 현격한 거리가 있다. 영미유럽 전역에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스웨덴의 음악 서비스가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냅스터 이후 지속되던 음악산업의 우울한 경제전망에 청신호가 들어오게 되었으나, 음악산업의 전례 없는 경제적 호황과 달리 음악 창작자는 여전히 경제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1

오래된 아날로그 시대적 관행은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요구에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인 음원 관리체계에 지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의 음원의 디지털화에서 오는 부정확한 음원 정보이다. 현재 유통되는 음악의 80% 이상의 음악이 디지털 이전에 창작된 음악이지만, 디지털화되고 소유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축적한 정보는 통합 관리에 어려움을 일으키거나, 유실되어 찾을 수  없는 정보가 많다. 정확한 정보를 찾을 정확한 정보소재가 부재하여, 정보를 제대로 잡는 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경우 음원 정보는 유실된 상태로 남아있다. 또한 음악 창작 및 저작권 관리 과정에서 여전히 곡에 대한 권리 소유자 정보 축적이 미흡하고, 기밀유지협약과 선금을 통한 계약 방식이 성행하고 있어, 음원의 정확성을 기하기 어렵다. 결국 이는 제대로 된 보상체계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많은 음원 수익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Black Box)에 남아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2

기존의 음악저작권 신탁업체의 노후 된 시스템 및  독점적 지위에서 오는 관료적 관리 방식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격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와,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선 음원 유통은 빠르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음원 관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존 음악 저작권 신탁업체의 느리고, 폐쇄적인 음원 관리는 열림과 소통을 요하는 디지털 시대의 음원 관리의 저해요소로 꼽힌다. 또한 여전히 각국 저작권 체제에 의존한 음원 라이센스는 음원 사용권 획득의 비용과 처리에 각종 비효율을 낳아, 더욱 효율적인 음원 라이센스 방식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게 되었다.

 

2. 세계적 동향

음악산업은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마련 대책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방안은 2008년 유럽 커미션의 권고로 시작된 GRD (Global Repertoire Database) 로 전 세계 음원 단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마련책이다. 세계 6개 대륙에서 80개 이상의 유관단체 및 450인 이상이 참여한 이 대형 프로젝트는 다 개국 음원 라이센스를 해결해줄 요책으로 많은 기대를 낳았으나, 결국 참여기업 간의 이권다툼으로 2014년 중단하기에 이른다.

이에 좀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나온 것이 디지털 음원 유통에 필요한 데이터 교환 및 통신 규약 표준화를 위한 DDEX (Digital Data Exchange)이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음원 관리 및 공급체계 방식을 표준화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접근 방식이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3 그러나 자율참여에 근거한 DDEX는 DIY 음악가나 소규모 음악산업체의 참여 저조한 참여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주요 음반사의 이권다툼이 여전한 상태에서 표준화 과정 논의 과정이 얼마나 공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일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의 개선을 위해 유럽에서는 2001년 산티아고 협약 (Santiago Agreement) 이후 꾸준히 음원 저작권 신탁체계에 경쟁 시스템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그 효과가 미진하고 오히려 데이터의 분열화를 초래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의 제정 및 개정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방문자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현저히 낮다는 “Value Gap”4 논쟁은 유튜브의 면책조항 (Safe Harbour)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면서, EC Copyright Directive Article 13개정 도입과 그 영향에 대한 토론이 현재 진행 중이다.5 최근 미국에서는 MMA (Music Modernization Act)를 도입하여,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환에서 미국법 특유의 법적 해석에서 오는 창작자 보상의 피해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음원 유통 식별체계의 연동 결여에서 오는 문제6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영국의 음악저작권 신탁업체 PRS for Music가 Elixir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7, 영국의 ICE라는 단체는 유럽 라이센스의 통합화를 통해 전 세계 음원 통합 관리를 꿈꾸고 있다.8

이렇게 음악산업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거대 IT 기업들이 음악산업에 영향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주요 음반사가 세계 음원시장의 80%의 수익을 차지하는 소수 독점(oligopoly) 상황에서, 소위 FANNG9으로 불리는 소수의 거대 IT 기업이 라이센스 획득 주요 업체로 부상하면서 구매 과점(oligopsony)이 가세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은 음원 식별체계에 ISNI (International Standard Name Identifier)라는 새로운 중계 식별자(Bridge Identifier)를 도입하고자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구글 위주의 음원 관리체계를 통해 기존의 음원 관리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 밖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음원 관리, 원클릭 라이센스나 스마트 계약, 또는  창작자 위주의 음원 관리책 등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해결책도 시도되고 있으나, 기존의 음원 관리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기술의 영향은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평이다.

 

3. 향후 방향

세계적으로 음원 관리의 투명화 및 효율화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대량화된 디지털 음악 소비는 기존의 음원 관리를 혁신적으로 자동화되고 효율화된 방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기존의 자사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시장 위주의 음원 관리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온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분열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때 크게 부상되던 블록체인 기술도 법적인 개선이나 경쟁 체제도 음악산업이 그토록 미루던 한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자사의 이익은 잠시 뒤로하고 모두 함께 협력과 공생하는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다. 네트워크화된 음악 소비와 관리는 한 회사나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어느 한곳에 막힘이 있으면 전체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음악산업 초기는 필립스, RCA, 소니 등 기술업체가 이끌어 왔으며10, 최근의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다시 이러한 기술업체에 의한 음악산업으로 바뀔 수 있는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렇게 될 경우 문제는 기존의 기술업체들과 달리 최근의 거대 IT기업에게 음악은 더 큰 수익창출을 위한 수단일 뿐 창작을 위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음악산업은 함께 참여하고, 규율을 제정하고, 정기적인 대화를 촉진하는 음악산업에 필요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 이 거버넌스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음원 관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음반업체나 기존 기득권자만이 이득을 얻는 기존의 생태에서 음악 창작에 기여한 모든 사람이 제대로 인정받고 보상받는 생태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다.

 

4. 국내 시사점

이렇듯 전 세계 각국에서 음원 관리의 효율화 방안을 위해 애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독점 폐해를 막기위해 2014년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라는 경쟁업체를 세운 후 그 효과는 아직 미진하다고 보겠다. 강인원과 음저협 간의 분쟁이 음악저작권협회와 창작자 간의 소음이 있었으나11, 그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어 보인다. BTS가  K-pop의 세계화의 봇물을 열고 K-pop의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으나, 소위 노예계약이 성행하는 등 음악창작자에 대한 보호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표준 식별체계 적용 및 표준화 등의 참여도 미진하여, 국제화된 음원 유통에 발맞춰 나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한국음악시장의 도약 성장을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관리 방식이나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와 방식을 과감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1.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포티파이에 음악 제공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지게 되어, 창작자를 위한 정당한 인터넷 (Fair Internet For Performers)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본문으로]

  2. 블랙박스머니 처리방법은 각 국마다 다르나, 일정기간(보통 3년)이 지나도 정보를 알 수 없는 금액은 시장점유율에 따라 음반사나 제작사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본문으로]

  3. 김아영 외 (2015). 온라인 음원 유통 동향. 전자통신동향분, 30호, 4권, 71-81 [본문으로]

  4. Digital Music News (2018). Label group IFPI says it can’t account for half of YouTube’s Claimed $1.8 Billion in Royalty Payments. http://www.digitalmusicnews.com/2018/11/16/ifpi-google-youtube/ [본문으로]

  5. European Parliament (2018). Amendments adopted by the European Parliament on the proposal for a directiv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P8_TA-PROV(2018)0337. Available: http://www.europarl.europa.eu/sides/getDoc.do?pubRef=_//EP//NONSGML+TA+P8-TA-2018-0337+0+DOC+PDF+V0//EN [본문으로]

  6. 온라인 음원 유통 국제 식별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ISRC (International Standard Recording Code)는 레코딩에 사용되는 코드이고, ISWC (International Standard Works Code)는 음악 작품에 사용되는 코드이다. 정확한 보상을 위해서는 이 두 코드가 연동되어야 하나 현재 잘 연동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본문으로]

  7. https://www.prsformusic.com/press/2017/prs-for-music-ascap-and-sacem-initiate-joint-blockchain-project [본문으로]

  8. https://www.iceservices.com/company/ [본문으로]

  9.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and Google [본문으로]

  10. Hesmondhalgh and Meir (2018), What the digitalization of music tells us about capitalism, culture and the power of information technology sector.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Society. 21호. 11권. 1555-1570 [본문으로]

  11. 중앙일보 (2018.12.15). 가수 강인원 “음저협은 그들만의 왕국, 분배 불투명.” Available: https://news.joins.com/article/23211261 [본문으로]

저자 : 선효정

영국 얼스터대학교 창조산업학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