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달라요”
“페이스북 주소가 뭐야?”
이 말은 여행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 1순위다. 잠깐 스쳐지나간 인연이든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 사이든 헤어질 땐 꼭 페이스북 주소를 묻는다. ‘없어’ 라고 말하는 것도 질려 터키여행 10일 만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터키, 그리스, 남아공, 프랑스, 영국, 멕시코… 내가 만난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은 구글로 검색하고 페이스북에서 친구와 만난다. ‘검색해봐!’를 ‘google it!’이라고 말할 정도니 어련하랴.
지금 내 페이스북에는 외국인 친구들만 잔뜩 있어 각종 언어들이 난무한다. 아이티 전공도 아닌 평범한 내 친구들 중에선 페이스북을 시작했다가 포기한 아이들이 꽤 된다. 물론 외국에 몇 번 나가보거나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은 익숙하게 사용하겠지만 나에게도 아직 페이스북보다는 ‘싸이’가 더 친숙하다. ‘꼭 외국 한 번 나갔다 온 사람들은 구글 쓰더라’는 친구의 빈정거림에 다함께 웃었을 정도다.
“왜 구글을 사용하는 거야?”
외국친구들한테 묻자 그들은 내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린다. 그냥 처음부터 써왔으니까 쓴다고 했다. 이스탄불 대학교에 다니는 정치학도인 하제르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하는 하제르의 남자친구 무랏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하제르는 열을 내며 말했다.
“너 내가 미국 싫어하는 거 알지? 그래서 구글도 쓰고 싶지 않아. 그런데 터키엔 터키에서 만든 검색 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구글만큼 편하지 않아.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어. 난 무랏이 멋진 터키 검색사이트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어.”
처음엔 괜히 세계의 추세에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사이트를 놔두고 왜 우리만 외국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트를 쓰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제르의 대답으로 난 그게 뒤처지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구글에 견줄만한 ‘우리의 사이트’를 가지고있다. ‘비빔밥’이라고 검색하면 만드는 법부터 상세하게 나오고 ‘취업’이라고 검색하면 정보는 물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고민도 엿 볼 수 있다. 외국인이나 외국 자료를 검색할 땐 물론 세계적인 구글이 더 낫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든 지금, 난 ‘우리의 사이트’가 더 일상적인 ‘한국인스러운’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것’이란 100년, 1000년 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옥의 기와, 한복의 곡선, 한글의 과학성 뿐만 아니라 평소 쉽게 접하는 인터넷 속에서도 ‘우리의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이제야 난 깨달았다.
친구들이 ‘왜 페이스북을 안 하는 거야?’라고 물을 때마다 이제 난‘ 한국엔 한국에서 만든 검색 사이트와 페이스북같은 사이트가 있어. 한국인에게 맞춰졌기 때문에 나에겐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 훨씬 편리해.’라고 대답한다. 갸우뚱하는 친구를 향해 웃는다. 기죽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럽다. 더불어 한국 사이트가 세계로 퍼져나갈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