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관련 보도기사 매개 게시물의 온라인상 표현 자유의 수위 제고 필요성
○○○은 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정무직 공무원’이다. 그는 여러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블로그 등에 게시된 약 2,800여개의 게시물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로 그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하였다. KISO 정책위원회는 이 게시물들을 6개의 유형으로 분류해 ‘신문 기사 등을 전체 복사한 경우’를 제외한 5개의 유형에 대해서는 2013년 4월 7일 심의 결정을 마쳤다. 이번에 살펴 볼 ‘2013심21, 2013심23’은 나머지 유형인 ‘신문 기사 등을 전체 복사한 게시물’에 대한 2013년 4월 17일 심의 결정이다.
이 심의 결정에서 위원회는 세 가지 사항을 의결했다. 첫째, 일반 이용자가 개인 블로그 등에다가 신문 기사 등을 복사하여 게시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관리·통제를 벗어난 것이어서 언론 영역이 아닌 통신 영역에 속하고 따라서 KISO 정책위원회의 심의대상에 해당한다. 즉 일반 게시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둘째,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임시조치’에 관한 정책결정 제2호는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인정’될 경우 게시물이 언론기사를 단순 전재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 게시물인지에 따라 상이한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전재된 기사 게시물의 대부분은 신청인에게 의혹이 있다는 내용과 신청인 측의 반론이 게재된 것이어서 기사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그 기사 게시물에 대해 ‘해당없음’ 결정하였다. 넷째, 법원 판결이 허위라고 인정한 사실을 다른 반론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내용을 전체 복사하여 게시한 경우, 명백한 허위사실을 게시한 것으로 보아 ‘임시조치’ 대상으로 결정하였다.
이 심의결정의 배경은 2012년 제19대 총선과 관련된다. 그 해 3월 중순, 한 인터넷서비스 블로그에 당시 예비후보였던 ○○○에 관한 자료가 게시되었다. 그 자료에는 ‘○○○이 유흥주점 등에서 성상납을 받았고 2년 전 지방선거에서 특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등이 수록되었다. ○○○은 관련 자료의 게시자로 세 사람을 고소했다가 며칠 후 취하했다. 2012년 5월 □□경찰서는 ○○○의 성상납 의혹 등을 조사했으나 혐의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지역의 모 신문은 3차례에 걸쳐 ○○○과 관련된 ‘성추문,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정치자금 수수와 살포’ 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했다. ○○○측은 ‘허위사실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신문사와 기자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기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죄 부분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피고들이 각자 6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쌍방이 항소를 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2012년 7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의 성추문,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다루어졌다. 여러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의 이름이 올라왔으나 NHN(‘13.8.1., ‘네이버’로 사명변경)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서는 ○○○이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이용자들은 ‘포털이 검색어를 조작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언론에 ○○○의 ‘성추문’, ‘성상납’ 등의 연관검색어가 사라졌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에 NHN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다른 포털과 달리 ‘○○○ 성추문’, ‘○○○ 성상납’ 으로 검색을 많이 하지 않아 연관검색어 순위에서 밀린 것이라고 답변을 내놓았다. NHN은 ○○○으로부터 검색어 삭제 요청을 받았는지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 역시 직접 삭제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작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NHN은 ○○○ 측이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수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관련 키워드의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부 검색어 제외기준에 부합해 성추문 관련 키워드들을 6월 27일 제외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NHN은 제기된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KISO에 검증위원회 설치와 검증작업을 요청했다. KISO는 2013년 1월 10일 외부 정책위원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통해 ‘NHN의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에 대한 검증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증위원회는 NHN의 관련 운영 규정 검토, 관련 검색어 처리결과에 대한 자료분석, NHN의 업무담당자 인터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전문가를 포함한 전문가 인터뷰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해 검증작업을 실시했다. 검증위원회는 검색어 노출제어를 통한 조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사안의 경우 적용기준의 제시, 검색어 처리가 통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호하게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헤 대한 해명과 보완을 요청했다. 더불어 검증위원회는 NHN의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의 세부운영정책’이 잘 구성되었지만 일부 개념의 명확성와 용어의 통일 등 몇 가지 수시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주기성을 가진 검증보고서 발간, 의혹 등에 대한 청문, 정보공개의 확대 등을 권고했다. KISO는 2013년 9월 23일 ‘네이버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에 대한 제2차 검증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증위원회는 네이버의 자체 검수를 통해 제외 처리된 검색어의 경우,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검색어가 임의로 제외 처리되지 않는 등 KISO의 정책결정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정치적 외압을 통한 검색어 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ISO는 2014년 3월 31일, 네이버에 대한 현장실사, 기술적 측면의 검증 작업 등을 벌여 제3차 검증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외압이나 임의적인 조작, 자의적으로 배제한 검색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상업적 어뷰징, 인물명과 관련된 부분의 규정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을 가진 KISO의 ‘2013심21, 2013심23’ 심의 결정은 두 차례의 회의와 한 번의 온라인 심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표현 게시물에서 언급된 대상들의 인격권 보호에 대한 정책위원들의 고뇌와 입장이 심의 결정문에 잘 배어 있다. 이 심의 결정은 사건의 개요에 나타난 것처럼, 언론기사의 전재 게시물과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 방송 내용, 경찰의 무혐의 발표와 명예훼손 손해배상 1심 재판부의 판결, 관계자 고발과 취하, 기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리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과 내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심의 과정에서 정책위원들은 KISO의 정책결정들을 원칙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견해와 회사의 입장 등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제시하고 동시에 다른 정책위원들의 견해를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심의결정의 리뷰자로서 정책위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만 심의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KISO의 자율적 심의규제가 법적인 제재와 더욱 밀도 높은 긴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상의 게시글들의 상당수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 초상권 등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물론이다. 그러나 더불어 우리나라는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와 처벌이 매우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특히 정무직 공무원을 비롯한 이른바 ‘공적인물’, ‘공인’들, 공적기구와 공적기관들이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법적 제재를 수시로 동원하고 있다. 법령에 공적인물·공적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다지만 ‘공적 존재들의 법을 동원한 권리 남용’이 인터넷 상의 표현을 억제하는 데 직결된다는 비판을 KISO가 잘 수습해 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포털에 가해지는 법적인 책임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으나 한편, 법적 규제라는 표현 제재 장치를 제거할 수 있는 역량도 포털이 발휘해 주어야 한다. 언론기사 등을 전재한 경우, 언론이냐 통신이냐의 경계가 불분명할 수 있고 팟캐스트 방송의 경우에도 언론기관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심의결정에서는 관련 게시물을 언론이 아닌 통신상의 일반게시물로 판정했으나 그러한 언론기사·방송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언론표현물’로 판단하는 것이 법적 규제와 긴장관계를 유지해 주어야 할 KISO의 위상에 더 바람직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의견이다.
둘째, 소수의견에서 개진된 것처럼 KISO의 심의결정이 언론기사에 대한 제반 소송과 형사처벌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언론기사 등에 대한 심의결정은 그러한 게시물이 언론기관의 지배·통제·관리 하에 놓여 있든 아니면 개인의 블로그 등에 게시되어 있든 일정한 조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심의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인터넷신문 뿐만 아니라 보도·논평·여론·정보 등을 전파할 목적을 가진 인터넷홈페이지, 이와 유사한 언론 기능을 행사하는 홈페이지 등을 인터넷언론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설치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상시 선거보도의 공정성 등을 살펴보아야 하며 피해자는 피해 내용이 게시된지 열흘 이내에 그 피해의 구제를 신청하도록 돼 있다.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심의위원회는 지체없이 심의를 하여 그 결과를 통보해주어야 한다. 2005년 제정된 언론중재법 역시 즉각적인 피해의 구제를 도모하고 있다. 즉 여러 법령에서 인터넷상의 피해를 ‘긴급’하게 구제하는 장치들을 두고 있어서 KISO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정보들에 대해 그러한 법적 구제 절차 이전에 ‘자율심의규제’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2009년 개정된 언론중재법은 포털을 언론중재법상의 반론·정정·추후보도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포털에 이러한 피해구제가 청구되었을 때 기사 제공 언론사도 같은 내용의 청구를 받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의 이러한 내용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01년 전부 개정되면서 규정한 제44조 ‘정보의 삭제요청 등’이나 2007년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 규정을 신설한 이후에 개정되고 추가되었다. 인터넷상의 언론기사에 대해 해당 기사 자료의 생산자인 언론사에 피해구제의 절차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법령의 구제 절차 및 내용, 언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언론기사 등에 대한 심의 결정은 대단히 신중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정책결정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셋째, 헌법재판소의 2013년 12월 26일 결정의 취지를 감안한 심의 결정을 기대한다 (헌재 2013.12.26.선고 2009헌마747 결정). 헌재의 이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갖고 있다. 우선, 헌재는 언론에 대해 적용해 온 ‘공적인물·공적사안’의 법리를 ‘시민 개인’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에도 적용했다. 헌재는 개인의 표현행위도 언론매체와 마찬가지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여론형성·공개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개인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명예훼손법을 적용할 때는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사적 인물인지 여부,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인지 사적인 사안인지 여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했는지 여부,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 즉 알 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한 개인의 블로그가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로 운영되었으나 대통령인 피해자의 전과와 토지소유 현황은 공인에 관한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가 보다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인터넷에서 제3자의 표현물을 게시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밝히고,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을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책임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되려면 제3자의 표현물을 실질적으로 이용·지배함으로써 제3자의 표현물과 동일한 내용을 직접 적시한 것과 다름이 없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헌재는 이 결정에서, ‘공인·공적사안’에 대한 표현물의 명예훼손 책임은 일상적인 수준에서 허용되는 과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그것이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일 때 발생한다고 규정했다. 헌재의 이러한 판단 기준은 1999년의 97헌마265 결정에 비해 공적 인물, 공적 사안에 대한 명예훼손의 책임 범위를 좁혀 놓은 것으로 보인다. 97헌마265 결정에서 헌재는,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행한 명예훼손적 표현과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형사제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그러나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2013년 헌재 결정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면서 동시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1
넷째, 이번 심의결정 대상처럼 ‘정무직 공무원’이 신청한 게시물 삭제·임시조치의 경우 더더욱 엄정하고 신중한 KISO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기존의 정책결정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 기존의 ‘진실오신의 상당성’ 법리, ‘공적인물·공적사안’의 법리는 물론 표현자의 책임을 대폭 줄여 준 ‘악의적,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나아가 공직자의 공무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사실이라도 일정한 경우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공직자의 자질·도덕성·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그 내용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도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사실은 공직자 등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자료가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 비판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