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쉬인이 몰고 온 시장 위험과 기회
1.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공습
가. 중국 쇼핑 플랫폼의 한국 진출 현황
최근 몇 년 새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지속하면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에 나선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초저가 상품으로 무장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2023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을 확장하는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정보통신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 계열사의 자회사다. 2018년 한국 진출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설립했고, 2023년 국내 법인을 세우면서 현재 국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테무는 판둬둬(PDD)홀딩스의 자회사로 2022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아마존을 제치고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테무는 2023년 한국과 일본에 동시 진출했다. 쉬인은 2008년 설립된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미국 내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 및 1분기 해외 직접 판매·구매 동향’ 자료를 보면, 1분기 해외 직접구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40.5%에서 2024년 1분기 57%로 16.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또한 2024년 5월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통계를 보면, 4월 종합 몰 앱 한국 이용자 수 순위는 쿠팡, 알리, 테무, 11번가 순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올해 중국 직접구매액이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 253조7천억 원의 1.9%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주로 찾는 품목은 의류·패션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가전·전자·통신기기, 생활·자동차용품, 스포츠·레저용품 순이다. 배송 속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가성비를 앞세운 품목 중심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쇼핑 플랫폼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나. ‘초저가’ 전략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성장 배경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는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의 초저가 생산기지를 통해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받는다. 상품 판매를 위한 완전위탁 시스템, 판매자-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DTC(Direct-To-Consumer)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이들 기업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마케팅 비용에 대한 대규모로 투자도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 특히 테무는 온라인 SNS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billionaire)’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 등으로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미국 슈퍼볼 결승전에서 광고를 선보인 뒤엔 2023년 말 기준 미국 내 일일 배송량 100만 개를 기록했고, 거래액은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테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이커머스 앱으로 꼽힌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2024년 3월 알리익스프레스는 앞으로 한국 사업에 약 1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에 국내에 축구장 25개 규모인 18만㎡(약 5만4450평)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짓는데 2억달러(2,632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알리가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 기간은 기존보다 훨씬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무 또한 2024년 2월 한국 법인을 공식 설립하고, 국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022년 말 국내 법인을 세운 쉬인도 올해 들어 국내 유명 SPA(제조, 유통 일원화) 브랜드에 입점을 제안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시장 장악에 나선 상황이다.
2. 정부의 중국 이커머스 자율규제 방안과 한계
가. 품질·안전, 개인정보 유출 문제 논란
한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몸집을 불린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유해 물질 검출 등 품질·안전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2024년 4월부터 4차례에 걸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7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29개(41%)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와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검출돼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개인정보 침해·유출 논란도 수면 위로 오른 상황이다. 2024년 4월 소비자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저가상품을 미끼로 한국 이용자에게 강제적인 개인정보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 구매와 관련 없는 ‘위치 정보’,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 기종 및 프로그램 종류’, ‘공동현관문 비밀번호’ 등 사생활 정보까지 비식별화하지 않은 채 자동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24년 3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테무는 서버와 본사를 외국에 두고 운영하는 관계로 우리의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저가 유혹에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보관·삭제되는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제3자에게 넘겨지며, 이를 이용자들에게 통지하고, 안전하게 관리 보관하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보면, 이들 기업은 다른 국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에게 계정 및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등 기본 정보와 구매 및 환불 등을 위한 연락처, 개인통관고유부호, 계좌정보, 유사 결제정보, 현금영수증 정보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여기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다른 플랫폼에 공개 및 공유하는 규정(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 3자에게 제공한다)을 명시하고 있다. 테무의 경우 ‘귀하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명시해두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대상으로 불공정 약관에 대한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활용하도록 허용하는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2024년 3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포함한 주요 해외 직접구매 업체의 개인정보 수집‧처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나. 중국 이커머스 자율규제 방안과 한계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판매 물품 안전성 문제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5월 13일 국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기업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체결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서’를 보면, 두 기업은 정부가 제공하는 위해제품 정보를 기반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해제품 유통·판매를 차단 또는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 등 및 입점업체와 협력해 소비자에게 위해제품의 리콜이나 시정조치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제품 안전 관련 정보 및 링크, 법령 등을 게시하거나 공지”하는 내용 등도 이번 협약에 포함됐다.
레이 장(Ray Zhang) 알리 코리아 대표는 이날 열린 자율 제품안전협약식에 참석해 “안전인증(KC)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해 안전인증을 더 제도화하고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친 쑨(Qin Sun) 웨일코 코리아(테무 한국법인) 대표도 “(유해물질이 발견될 경우)리콜을 포함, 판매자로부터 보상 등 여러 조치를 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 없는 자율협약으로 위해제품 차단을 위해 알리·테무가 내부 모니터링을 어떤 기준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소비자단체에서는 자율협약에 ‘법적 효력이 없으며 어떠한 법·제도 하에서도 체결 또는 체결 전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것’ 등을 명시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2024년 5월 29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자율협약은 강제성이 없고, 구체적인 이행이나 불이행시 이행강제 방안도 없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협약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효성 없는 내용”이라며 “결국, 정부가 나서 알리·테무의 책임 회피용 협약을 체결해 준 것에 불과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당 단체는 정부가 자율협약을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대책으로 기능하도록 개정하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대해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철저하게 감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 인터넷뉴스
한겨레(2024.03.14.). 알리의 ‘선전포고’…“한국 사업에 3년간 1조5천억투자”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2260.html)
한겨레(2024.05.13.). 알리·테무 “위해제품 차단 노력할 것”…공정위와 자율협약 체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0400.html)
한겨레(2024.05.07.) 공정위, 알리·테무 ‘개인정보 불공정 약관’ 조사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39593.html)
동아일보(2024.04.01.) [IT애정남] 테무·알리익스프레스 이용··· 개인 정보는 안전한가요?(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40401/124266594/1)
– 보고서
조상훈·김태훈 신한투자증권(2024.05.30.) C커머스 위협과 한국 유통시장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