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녀에서 디지털교도소까지, 프로파일링과 집단적 모욕주기의 사이에서

1. 네티즌 수사대와 개똥녀 사건

인터넷은 여러 가지 정보들이 모이고, 수많은 사람이 위치에 무관하게 접속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과거 아고라나 대자보가 수행했던 토론과 공론화의 장을 일부 대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익명성으로 인하여 면전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까발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개인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공개하고 또한 이를 일정 범위의 친구들과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서비스인 SNS의 발전과 구글링이라고 총칭되는 인터넷 내에서의 검색의 신박함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네티즌 수사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네티즌 수사대는 온라인상에서 각종 소문이나 의혹에 대한 사실을 파헤치는 인터넷 이용자들을 지칭하는데, 특정한 집단을 일컫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집단 지성’을 통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와 활동을 모아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집단 지성은 여럿의 일반인들이 지혜를 모아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진실’이 특정인에 관한 것일 경우 결국 특정인에 대한 ‘신상털기’(이 또한 프로파일링의 일종이다)와 그로 인한 ‘집단적 모욕주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2005년에 유명했던 개똥녀 사건은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개인의 신상을 알아내려는 시도들이 이뤄졌고, 당사자로 오인된 한 개인의 SNS는 욕설로 도배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에까지 실리기도 했다.1

이러한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이 특정한 목적에 집중하여 지속해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웹사이트도 그 활동 무대 중 하나이다. 이 사이트는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서도 양육비 지급을 미루는 부모들의 신상을 동의 없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 왔는데, 수사기관은 지난 2018년부터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으로부터 접수된 고소를 조사하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했고 1심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그 이후 항소 됐으나 형법 제307조,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되면서 그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2. 신상털기와 집단적 모욕주기의 진행형

(1) 배드파더스 사건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인적사항을 공개해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해 설립된 사이트로 2018년 7월 처음 생성됐고, 그 이후 계속해서 같은 목적으로 운영됐다. 검사는 피고인 A가 위와 같은 제보를 받기 위해 위 사이트에 자신의 전화번호 및 이메일 주소 등을 게시하고 제보자들로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위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해 해당 정보가 사이트에 게시되도록 하며 신상정보가 게시된 사람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이러한 불만을 접수해 처리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양육비 미지급 사실 및 미지급자 사진, 실명, 거주지 등이 포함된 내용이 게재된 것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개최해 심리를 진행했고, 아래와 같이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0. 1. 15.자 2019고합425 판결).

① 피고인을 비롯하여 배드파더스 웹사이트 관계자들은 위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등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이익을 취득한 바가 전혀 없다.

② 피고인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피해자들의 이름, 주소, 사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면서 피해자들을 비하하거나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등의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③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제보자들과 같이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사회적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④ 이와 같이 양육비에 대한 문제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채무의 불이행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⑤ 피해자들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⑥ 피고인들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이를 알림으로써 다수의 부모 및 자녀들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함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그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기에 사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한 목적이나 동기가 부수적으로 내포돼 있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배드페어런츠 사건

배드페어런츠 사건 역시 배드파더스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이트로 허위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지난 10월 29일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문을 제공받고 피해자의 고충 등을 일일이 확인했던 점에 비추어 그 게시에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점, 피고인의 활동은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해, 배드파더스 사건과 거의 동일한 취지의 무죄 판결을 내렸다.

(3) 디지털 교도소 사건

디지털 교소도라는 사이트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반대하면서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운영된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가장 많이 공개된 정보는 성범죄자 정보인데, 특정인을 지목해 그 사람의 범죄 정보와 개인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그로 인한 사적인 처벌을 추구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앞서 본 배드파더스나 배드페어런츠 사건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사건은 현재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서 두 사건에 비추어 그 결론이 어떠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 집단적 모욕주기의 위험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lock-in 효과의 우려

익명성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서 타인을 비방하는 것은 인터넷이 기존 언론으로부터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확장됐고, 서로 간에 의사를 공유하고 어떠한 주제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은 인터넷 시대가 낳은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만큼이나 정의 구현이라는 미명 하에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에 기초해 타인을 집단적으로 모욕하고 비방하는 것은 막상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맘카페에서 아동학대의 당사자로 지목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또한 그중 일부분일 뿐이다.

집단적 모욕주기의 위험성만큼이나 이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단죄함으로써 발생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lock-in 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히려 법적 구제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삭제청구권(the right to be forgotten)을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적 평판에 대한 법적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이들 모두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숙고돼야 할 문제이다.

신상털기의 문제를 개인정보보호의 문제로 보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견해3들도 있으나, 신상털기든 집단적 모욕주기든 대부분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프라이버시의 문제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완전히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 방법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신속하게 새로운 법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또다른 혼돈으로 이끌 위험성을 충분히 자각해야 할 것이다.


※ KISO저널에 게시 및 수록된 글은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2000년대 후반 신상털기와 관련한 네 가지 사례와 그에 대한 평가를 담은 글로는 배대헌, 잃어버린 사회적 평판과 개인정보보호의 관계, 법학논총(제32집 제3호), 법학논총 참조. [본문으로]
  2. 익명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인터넷실명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현재 2012. 8. 23.자 2010헌마47, 252(병합 [본문으로]
  3. 관련 상세한 논의는 김혜경, 개인정보 프로파일링(신상털기)에 관한 시놉티콘과 형법적 결단, 2019년 제8회 한국형사학대회 논문집 참조. 이 글에서 한국적 문화현상으로서의 신상털기를 소개하고 있는바(해당 논문 107면), 일견 이해되는 대목이며 외국의 접근 사례보다는 한국적 해결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공개적인 창피함을 통한 사회적 제재의 문화에 대하여는 권영준, 프라이버시 보호의 정당성, 범위, 방법, 민사편례연구 40, 박영사, 971면. 참조. [본문으로]
저자 : 강태욱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