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검색어 삭제 요청 심의의 건

1. 심의 결정의 개요

가. 제1차 삭제 등 요청에 대한 심의 결정: “해당 없음”

○○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학원의 채권자가 ○○학원을 상대로 파산신청을 하게 되자, “○○대” 등의 질의어로 검색하였을 때 노출되는 아래와 같은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에 대하여, 요청자는 삭제 등 요청을 해온 바 있었으나, ① ○○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학원에 대하여 채권자의 파산신청으로 인하여 파산절차가 개시되었고 법원의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내용이 다수 보도되었던 것으로 확인된 점, ② ‘○○대학교 – 파산’이라는 검색어가 노출된다는 점만으로 권리침해가 상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실관계를 현저히 오인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③ 학교법인이 파산되어 청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요청자 학교가 폐교할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대학교 – 폐교’라는 검색어의 노출 그 자체만으로 권리침해가 상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반려한 바 있었다.

나. 제2차 삭제 등 요청에 대한 심의 결정: “삭제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

이에 같은 요청자는 ① 현재는 파산에 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고 ○○학원의 채무이행을 위하여 잠정적으로 그 결정이 보류된 상태인 점, ② ‘○○대학교 파산 또는 폐교’에 관한 연관 검색어는 그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킬 수 있고, 파산에 관한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대학교 및 그 소속 교직원과 학생들의 명예가 지나치게 훼손될 수 있는 점, ③ 부정적인 낙인 또는 사실관계를 오인시킬 수 있는 검색어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대학교의 명예 및 신용이 실추되어 대학의 운영 및 학생 모집 등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대학교의 경제적 불이익도 간과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관련 검색어의 삭제 또는 제외를 구하며 심의 상정을 재(再)요청하였고, 이를 받아들였다.

2. 심의 결정에 대한 검토

가. 관련 규정

나.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의 미디어 기능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는 해당 검색어를 입력하는 이용자에게 해당 검색어와 관련된 추가적인 정보를 ‘자동화된 로직’에 의하여 제공하게 되므로,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하는 미디어(media)로서의 기능을 가지고1 , 해당 검색어과 관련하여 그간 축적되어 정제된 정보들에 관한 지시(direction) 내지 정향(定向) 기능을 가진다. 스스로 직접 입력하지 않은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에 등장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이용자는 ‘자동화된 로직’에 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 단어가 가리키는 내용이 객관적 진실이거나 유효한 정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은 그 ‘자동화된 로직’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에 대하여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신문 또는 방송의 기사나 보도의 경우에는, 해당 매체가 취재 및 보도윤리에 입각하여 최선을 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작성일 현재 시점에서 진실한 것으로 뉴스 소비자들은 믿고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사후에 밝혀진 진실과의 괴리에 대하여는 후속보도와 정정보도 등을 통하여 수정보완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위와 같은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의 미디어 기능에 대하여는 이용자와 제공자의 관점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는, 이용자(利用者)의 관점에서 보자면 ‘파산신청’이라는 연관검색어를 통해 어느 범위의 정보까지 합리적 추론을 통하여 예측하고 확장하여 판단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다. 한편, 제공자(提供者)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현실화된 정보의 실현가능성을 어느 범위까지 선(先)고지하고 어느 범위까지 기(旣)취득 정보의 외연(外延)을 확장하여 알 권리에 기여할 것인지의 문제로서 해당 검색서비스의 타 회원사 대비 차별성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본건의 경우에 있어서 예컨대 ‘파산신청’을 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또는 용이하게 ‘파산(결정)’이 내려지는 것이어서 ‘파산신청’과 ‘파산’이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지 아니면 ‘파산신청’과 그에 좇은 ‘파산결정’ 사이에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소요되는 지난(至難)한 절차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일반적 이용자는 알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이해수준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이용자의 삭제 요청 등에 대한 심의 결정의 시적(時的) 기준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다. 제2차 삭제 등 요청에 대한 심의 결정의 결론에 찬동(贊同)

본건 제2차 삭제 등 요청에 대한 심의 절차에서는 ① ‘○○학원’에 대한 ‘파산신청’이 있었던 것은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는 점, ② 재단법인 ‘○○학원’과 그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영조물인 ‘○○대학교’는 법적 성질이 구분되는 것이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거나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은 점, ③ 파산신청이 반드시 파산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폐교’는 심의 결정 시점 당시의 객관적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은 점 등을 주된 이유로 삭제 등 요청을 수용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주요 배경으로는 ‘심의 결정 시점 당시의 객관적 사실관계에 기초한 점’ 및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판단한 점’ 등인데, 그동안 유사 사안에서 축적된 결정례들과 궤(軌)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술한 연관검색어 등 서비스의 미디어 기능에 비추어 타당한 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라. 반복되는 심의 요청에 대응한 정책규정 정비 등 제언

온라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차원만 다를 뿐 본질적로는 오프라인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온라인 세상에서 검색어 등 서비스을 둘러싼 요청하는 자와 요청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자 사이의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 원칙을 정립하여 선언하는 KISO의 역할은 오프라인 세상에서의 법원 혹은 헌법재판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9조(일사부재리)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2001. 6. 28. 2000헌바48 사건의 다수의견은 “우리 재판소는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를 새로이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그 결정을 유지한다.”라는 기각의견을, 소수의견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판력은 결정선고시점에서의 생활관계 및 헌법해석을 기준으로 하여 작용하는 것으로서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생활관계 또는 헌법해석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사정변경이 있게 되면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은 그 전제요건을 상실하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근본적인 사정변경에 따라 제기되는 헌법문제는 종전의 헌법재판소결정의 기판력이 작용하는 소송물과는 전혀 다른 소송물로 보아야 할 것인데 ~ (후략)”라고 각하의견을 낸 바 있다.

본 심의결정은 두 차례에 걸친 반복된 요청에 대하여, 문제가 된 검색어 등의 노출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시급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신중히 고려하여 결국 최초의 반려결정을 번복하여 삭제 등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록 정확한 경위를 알지 못하나,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심판을 한’ 경우에 있어서, 요청자로서는 온라인 정보의 파급력과 이에 따른 피해를 고려하여 반려결정 이후 재차 요청을 해 온 것으로 보이고, 이에 그 요청을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차후에는 KISO 결정의 공신력과 권위를 높이고 검색어 등 서비스의 이용자 및 제공자의 예측가능성을 넓혀서 궁극적으로 효율적이고도 경제적인 심의결정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위 ‘일사부재리 원칙을 선언하는 규정의 존재’ 및 ‘새로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에 관한 판시례(判示例)의 축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반려 결정에 불복하는 동일 당사자에 의하여 반복되는 심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규정’의 보완 등 여부에 대한 검토의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보인다.

  1. 현재의 논의는 ‘연관검색어 등 또는 그 검색결과’는 이용자마다 ‘자동화된 로직’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개별이용자마다 사용자맞춤형[이른바 사용자 커스터마이징(custumizing)]으로 연관검색어 등의 제시에 각 차이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본문으로]

저자 : 김상순

現 법무법인(유) 클라스 파트너 변호사 現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 前 방송통신위원회 장관정책보좌관 前 대법원 사법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前 이화여대 로스쿨 / 중앙대 로스쿨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