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률」: 야심만만한 법률을 위한 놀라운 이름

※ 본 원고는 제26호 <법제동향>에 수록된 Pierre-Jean Benghozi(피에르-쟝 벤고지) 프랑스 우정통신규제청 상임위원의 ‘Bill for a Digital Republic: a surprising name for an ambitious law’를 번역한 내용으로,  원문은 http://journal.kiso.or.kr/?p=8103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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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회는 최근 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안(이하 디지털법)을 통과시켰다.1 이 법률은 인터넷에서의 개인의 권리보호, 인터넷 접근 강화, 행정의 투명성, 행정정보의 공개, 비식별 처리된 판결 결정문의 공개, 인터넷에서의 지식의 순환 촉진, 연구 및 혁신 관련 직업의 장려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디지털법은 한편으로는 정보통신기술의 이용과 확산을 촉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일정한 한계를 정하여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랑스의 법은 디지털 기술 발전의 포용과 소비자 권리 보호의 구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 유럽법의 제정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하였다. 유럽에서 동일한 사항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왜 굳이 국내 입법을 하려는 것인가?

유럽의 상황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디지털을 우선순위의 하나로 정하고, 2015년 이래로 신디지털 전략을 제시해왔다. 이 디지털 단일 시장2 전략은 세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기둥은 개인에 관한 것으로 온라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및 사업자의 용이한 접근 보장을 목표로 한다. 두 번째 기둥은 규제와 공권력 행사에 관한 것으로 고도화된 디지털 네트워크와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한 호의적인 조건과 공정한 경쟁 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 세 번째 기둥은 산업과 경제에 관한 것으로 디지털 경제의 성장잠재력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유럽연합이 그리는 규제의 미래상 역시 매우 큰 포부를 담고 있다. 유럽연합은 기업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고 게임의 규칙을 조화시켜 디지털 경제의 연결성과 경쟁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개인의 권리(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규제의 목표로 삼고 있다. 프랑스의 디지털법은 이와 같은 정책들에 대한 공론화를 촉진하고, 아울러 유럽연합이 구상하는 규제의 미래상을 예측하고 그것에 영감을 불어넣는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유럽연합이 가진 위의 포부를 키우는데 기여한다. 망중립성 규제나 개인정보 보호제도가 그 좋은 예다.

프랑스의 계획이 제기하는 도전

디지털법 규정들 중 일부는 유럽법이 직접 다루는 사항들을 다룬다. 그 규정들 중에는 중요하고 상징적인 조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그 규정들이 모두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규칙의 집행을 위한 추가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규정들은 해당 유럽법의 조문과 동일한 문언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고, 일부 다른 규정들은 기존의 조치들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그 조치들이 프랑스의 법체계 내에서 법적으로 확립되고 강화되도록 한다.

따라서 디지털법은 주로 다양한 유럽연합의 결정을 프랑스법에 도입하고(예, 망중립성), 유·무선 네트워크 배치에 있어서의 일정한 교착상태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위 법률에 도입된 주요한 개념으로는 행정정보의 자동 공개, 공익적 정보, 미성년자를 위한 잊혀질 권리, 디지털 사망,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 실험할 권리, 온라인강의 학점인정 등이 있다. 디지털법은 신규 이용방식과 서비스들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SMS기부, 비디오게임 경연대회, 전자서신등록, 디지털금고, 과학자 및 연구자를 위한 텍스트 및 데이터 검색서비스(텍스트데이터마이닝) 접근 보장 등이 그 예다.

획기적인 온라인 의견수렴

디지털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프랑스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법안의 성안 과정이다. 위 법안은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대대적인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다수의 관찰자들은 이 법률의 신규성은 법률의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도 나타난다고 평가한다.

디지털법의 입법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먼저, 최초 법률안 초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부의 싱크탱크로 구성된 입법제작실험실(law-making fab lab)에서 작성되었다. 이후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교환이 가능한 온라인 홈페이지를 열고 위 법률안 초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법률안 초안을 수정하였다. 네티즌들은 이 과정에서, 위 법률안이 내각에 의해 채택되어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에 의해 법률로 인정되기 전에, 각 조문안에 대한 찬반투표와 의견개진, 조문 수정안 제안 및 다른 네티즌이 제안한 수정안에 대한 찬반투표 등을 실시하여 위 법률안의 공동 작성자가 되었다.

이 의견수렴절차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3주동안 위의 홈페이지에 방문한 개별 방문자수는 137,000명에 달하고, 21,000명의 네티즌이 법률안 작성에 기여하였고, 147,000명의 네티즌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이 의견수렴절차를 통해 특정 조문에 대하여 제기된 반대의견과 문제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제안들도 이끌어 냈으며, 나아가 의회에 풍부한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무료화, 공공 도메인(public domain)의 필요성, 공유지(Commons)에 관한 주장, 망중립성, 개인정보 보호의 강화, 전자서신의 비밀보장 및 인터넷 오픈 액세스 등 네티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제안들이 거의 대부분 법률안에 포함되었다.

유무선 THF 구축의 촉진

프랑스 의회는 규제기관의 권한을 강화하여 초고속 유무선 망의 구축을 촉진하고자 하였다.

디지털법은 종합적인 디지털발전전략을 위해 망의 통합을 지향한다. 이를 위하여, 위 법률에는 디지털 통합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 도달범위(커버리지)의 균등성, 취약계층의 인터넷 접근권 및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권 보장에 관한 규정을 들 수 있다. 국내 디지털 서비스 이용방식 및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균형 잡힌 개발 전략의 개발을 장려하는 조치에 관한 규정도 있다. 아울러 디지털법에는 초고속 브로드밴드 망의 구축을 촉진하기 위하여 광섬유 케이블망 설치에 장해가 되는 장애물(예, 건축물의 장비)을 제거하고, 구리 케이블망 철거를 가속화하는 수단들에 관한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2013년에 프랑스는 전국적으로 광섬유망을 설치하기 위하여 국가 초고속 브로드밴드 계획(Plan France Très Haut Débit)을 수립하였다. 프랑스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광섬유망 설치 100% 달성을 목표로 총 20조유로에 달하는 공적 자금과 민간 투자를 유치하였다.

위의 계획에 따라 디지털법에는 초고속 브로드밴드 구축을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초고속 무선 브로드밴드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는 수단들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정부당국 및 사업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인지된 문제들, 장애물들 또는 지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들이다.

이러한 수단들 중 일부는 매우 다른 종이라 부를만하다. “광섬유망 접근권(right to fiber)”은 건축물의 거주자, 소유자 또는 점유자(거주자 등)가 자신의 주택에서 광섬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 수단으로 공동주택의 경우, 출입이 가능하다면, 해당 공동주택의 동의 없이 거주자 등의 주택 내에 광섬유망의 연결을 허용한다. 같은 맥락에서, 규제기관은 무선망의 설치를 위하여 공동체에 일회성 재정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의 개발과 품질 개선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디지털법은 2018년부터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모든 단말기에 IPv6 호환성 의무를 도입하여 IPv6로의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법은 실험원칙이라는 기본 원리에 따라 혁신을 장려한다. 이 원칙에 의하여 규제기관은 망에 대한 시험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특정한 규제의 적용을 완화할 수 있다.

망중립성

디지털법의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는 인터넷 중립성의 문제를 유럽연합의 접근 방식과 통일시키기 위한 확고한 틀을 구축하였다는 데에 있다. 인터넷 중립성 논쟁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가 자신의 망을 이용하여 송·수신되는 콘텐츠와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중립적인 인터넷이란 통신사업자가 정보의 성질, 내용, 송신자 또는 수신자를 불문하고 모든 정보의 흐름을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데이터 전송 차단, 트래픽의 성능저하 및 지연 현상 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망중립성 원칙의 실현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트래픽 관리가 가능하다는 기술적인 이유,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제공사업자에게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을 확보해 주는 대신 그 비용을 부담시킬 경제적인 이유,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는다는 법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프랑스의 디지털법은 유럽연합의 망중립성 정의규정을 옮겨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망의 중립성이라는 표현이 초기에 유럽연합 제안서 초안에 명시되다가 이후 “오픈 인터넷 접근의 보장”이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다. 오픈 인터넷에 관한 논의를 선호하는 유럽인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디지털법은 명시적으로 인터넷의 중립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법은 유럽연합의 본래 문안을 의역하여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중립성의 개념을 유럽연합의 인터넷 오픈 액세스 개념과 동등한 것으로 이해한다. 프랑스가 채택한 정의규정3은 프랑스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명시적으로 강화함과 동시에 유럽연합 차원에서 결정한 선택을 따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문언적 요소 외에,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망중립성 규제와 비교하여 자국의 규제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회원국의 규제기관에 망중립성 규제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현행 유럽법에 의거하여, 디지털법은 프랑스의 통신규제기관인 우정통신규제청(ARCEP4 )에 망중립성 규칙의 준수와 구체적인 적용을 보장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

플랫폼 공정성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한 플랫폼들은 디지털 경제에서 핵심적인 중개인이 되었다. 플랫폼은 제3자가 제공하거나 인터넷에 올린 콘텐츠, 재화 또는 서비스를 분류하거나 참조하는 활동, 또는 전자적 부분을 재화의 판매, 서비스의 제공 및 보수의 유무를 불문하고 재산이나 서비스의 교환 또는 공유에 연결시키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플랫폼은, 계약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제공된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하고 제안된 콘텐츠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상업적 거래의 일부이거나 위키피디아, 에어비앤비 또는 블라블라카와 같은 공유 경제적 행위일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등장은 여러 가지 규제 이슈를 낳고 있는데, 이는 이들 플랫폼이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이슈는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것들을 리스트화하고, 순위 매기고,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운영 방식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디지털법은 플랫폼사업자에 대하여 성실의 원칙(principle of loyalty)을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플랫폼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중개서비스의 일반이용조건과 자신이 이용하는 참조(referencing), 분류 및 역참조(dereferening)의 조건에 대한 공정하고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플랫폼사업자와 리스트에 포함된 사업자 사이에 계약관계, 소유관계, 또는 보수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 플랫폼사업자는 이러한 사실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공정성 원칙은 온라인 리뷰에 대한 규제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디지털법에는 온라인 리뷰를 게시하는 웹사이트 운영자에 대하여 웹사이트에 게시되는 정보에 대한 품질검사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및 그러한 확인절차의 주요한 특징을 명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 규정이 도입된 이유는, 예컨대, 한 호텔사업자가 여행 관련 웹사이트에서 인위적으로 높은 등급을 획득하고 다른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기 위하여 자사의 리조트에 대한 다량의 허위 리뷰를 게시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소비자는 인터넷에 게시된 의견에 대한 신뢰성을 시험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행정작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온라인 의견수렴과정에서 도출된 한 규정에 의하여 알고리즘 처리에 따라 이루어진 행정결정의 당사자는 그러한 결정의 근거가 된 법령의 규정과 그 시행의 주요 특징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

디지털법의 다른 중요한 기둥은 개인정보의 보호이다. 독일의 판례5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법률은 개인정보의 소통 및 이용에 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창설하였다. 이로써 프랑스법은 명실공히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천명한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규칙의 정신을 공유하게 되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하여,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개인정보의 이용을 결정∙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들이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 개인 신원에 관한 정보(이름, 주소, ID, 사회보장번호 등)와 사진, 동영상 또는 이력서 등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처분의 자유 원칙은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적용∙인정되어 이른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으로 개념화되었으며, 사후적 통제 대신 기업에 권리를 부여한다. 한편, 디지털법은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에 대한 명시적인 소유권을 인정하는 관점 대신 정보주체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한을 부여하는 관점을 채택하였다.

디지털법은 보복 포르노에 대한 처벌에서부터 우편서신의 경우처럼 전자서신의 비밀 보장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실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법은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성년이 된 정보주체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미성년자일 당시 수집된 개인정보의 즉시 삭제를 특별한 사유 없이도 구할 수 있는 특권을 규정하였다. 이를 통해 프랑스법은 미성년자일 때 인터넷에 올린 개인정보가 성인이 된 현재 문제가 된 경우를 위한 특별한 구제수단을 제공한다.

디지털법에는 디지털 사망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규정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가 사망한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와 계정 관리에 있어서 겪는 어려운 법적 문제들 – 예, 사망에 관한 정보, 상속인의 적법성, 인증코드의 부재 등 – 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특히, 정보주체의 사망 이후 인터넷에 게시된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망인의 유언을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 또는 신뢰하는 제3자가 공유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무엇보다 경쟁과 경제의 관점에서 디지털법의 목표는 정보의 이전(data portability)을 촉진하는 것이다. 즉, 누구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들 간의 경쟁상황을 온전히 이용하여 자유롭게 최상의 인터넷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법이 추구하는 바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는 사업자를 변경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이용정보 회수를 용이하게 해 줄 의무를 가진다. 회수가 가능한 정보는 이용자가 인터넷에 게시한 모든 파일과 이용자 계정의 이용한 결과 발생한 모든 정보이며,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에 의하여 상당히 보강된 정보는 회수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의무를 도입한 목적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를 변경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서비스 이전을 용이하게 하여 디지털 서비스 간의 경쟁을 촉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 사업자에서 다른 사업자로의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정보가 공개된 표준에 따라 회수 가능하여야 하고, 재사용이 용이하여야 하며, 자동화된 처리 시스템에 의한 활용이 가능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는 인터넷 은행 계좌, 전자상거래 서비스, 온라인 음악 사이트의 선호하는 곡(preferences), 개인 감상 목록, 리뷰 등에 적용된다.

오픈 액세스와 저작권

프랑스 디지털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저작권 이슈와 공공 정보의 법적 지위이다. 정보와 지식의 순환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하여 디지털법은 행정기관의 정보 공개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제도를 확립하였다. 이 제도를 통해 디지털법은 공공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행정정보의 무료 공개를 보장하고, 나아가 정보 공개 정책의 범위를 공역무(예, 에너지 공급, 폐기물 처리 등)를 위탁 받은 민간 단체가 수집한 정보에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이와 유사한 목적을 가진 규정이 공공 연구 분야에도 적용된다. 디지털법은 연구자가 그의 연구결과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보관하는 것에 합의하게 하기 위하여 “그린 오픈 액세스”라고 명명한 정책을 채택하였다. 이 법률은 학술논문의 과학적 간행시스템 현황을 문제 삼는 것 보다는 오늘날 연구자와 주요 간행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수행된 연구의 결과로 작성된 학술논문의 경우 그 저자는 6개월 내지 12개월의 엠바고 기간이 지난 후 해당 논문을 온라인에서 무료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기존에 간행인에 의해 종종 제한되거나 통제되었던 연구결과의 자유로운 보급을 촉진하려는 데에 있다. 이와 유사하게,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통계자료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는 절차를 개선하는 개정안도 마련되었다.

한편, 이 영역에서 디지털법이 일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만큼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공유지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규정들이 의견수렴과정에서 논의되고 법률안 초안에도 포함되었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은 공유지 개념을 창조를 위한 핵심요소로 이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들의 압력에 의하여 이 개념은 법률안 최종안에서 결국 삭제되었다.

디지털 문화 융성을 위한 조치들

마지막으로, 디지털법은 일련의 구체적인 규정을 통해 새로이 등장하는 디지털 활동을 인정하고, 육성하고, 확고히 하려고 한다. 두 가지 예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 사례는 e-스포츠라고 불리는 비디오 게임 경연대회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참가자의 규모나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개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거나 경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법은 이러한 경연대회에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비디오 게임의 물리적인 경연대회를 합법화하고 참가자들의 실제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다른 사례는 크라우드펀딩이다. 이미 시행된 유럽연합의 지침의 정신에 부합하여 디지털법도 공공 부조(public saving)를 위한 연합을 촉구하는 SMS캠페인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결론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률은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 탓에 논의과정에서 법률 규정의 분열을 초래했다. 이에 이 법률은 장문의 조문들을 포함하게 되었는데6, 이들 조문은 기존의 프랑스 법전 다수를(소비자법전, 지방자치법전, 행정법전, 통신법전, 금융법전 등) 개정하거나 보충한다. 이러한 사정은 법률 문안의 퇴고작업과 법률 문언 전체의 일관성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법률안 통과 이후, 위 법률의 방대한 범위와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규칙과의 강한 중첩성은 시행령안 작성작업에 매우 긴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 글이 발표된 2017. 3. 초 현재에도 시행령안 성안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디지털법의 일부 규정은 즉시 시행될 수 있으나 일부 규정은 법해석 작업과 새로운 기술적 장치의 도입이 요구되기 때문에 즉시 발효될 수 없다.

디지털법의 지역적 관할도 중요한 쟁점이다. 국내 규제만으로는 이 법률이 다루고자 하는 문제(예, 플랫폼 공정성 등)의 일부만을 다루게 된다. 위 법률의 규정이 국내 소재 기업들에게만 적용될 뿐 거대한 다국적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위험이 존재한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 독점 규제, 조세 사건 등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유럽연합 정도여야 이렇게 거대 사업자들에 대항할 수 있는 임계 규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법에 규정된 규제 수단들과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이슈들의 매우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자연스럽게 입법자들을 규제기관의 권한을 상당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개인정보 보호규제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위원회는 처벌 권한도 가지게 되었다. 우정서비스와 통신규제를 담당하는 우정통신규제청(ARCEP)의 경우에도 권한의 범위(인터넷 중립성과 플랫폼 공정성 규제 업무 담당)뿐만 아니라 처분 및 제재 권한도 확대·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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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www.republique-numerique.fr/pages/in-english [본문으로]
  2. https://ec.europa.eu/commission/priorities/digital-single-market_en [본문으로]
  3. 디지털법은 인터넷 중립성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 유럽연합 규칙 제2015/2102호에 따라 ‘오픈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 »이라고만 규정하였다. [본문으로]
  4. http://www.arcep.fr/index.php?id=1&L=1 [본문으로]
  5. https://fra.europa.eu/sites/default/files/role-data-protection-authorities-2009-de.pdf [본문으로]
  6. 디지털법은 113개의 조(articles)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문들이 대개 매우 길다. [본문으로]
저자 : 윤혜선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