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의 증명에 관한 심의결정 리뷰

1. 서론

1) 대상 결정문의 요지

대상 결정문에 따르면, 구의원인 신청인이 회의장에서 여성 장애인 의원을 성추행 및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내용의 게시물로서, 신청인은 위 게시물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로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취지로 임시조치를 요청한 사례이다.

신청인은 게시물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는 근거로 강제추행과 관련되어 검찰이 해당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하였다는 내용의 불기소 이유고지서를 제출하였다.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라 한다) 정책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성추행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또 다른 내용인 폭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과 게시물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신청인이 주장하는 성추행 관련 내용보다 폭력 행사에 해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명백한 허위의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심의대상 게시물 전부에 대해 ‘해당없음’으로 결정하였다(KISO 심의결정 2013심46).

2) 쟁점

대상 심의결정문과 관련해서 쟁점은 허위사실의 소명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KISO 정책결정 제2호에 따르면,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경우 피해자가 소명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에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정보의 삭제 요청 시 권리침해사실을 소명해야 하는 유사한 제도가 있다.1) 또한 형사소송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범의 및 사실 또는 허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결과적으로 KISO 정책결정에 따르면, 허위사실의 소명을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소명책임 부담이 타당한가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또한, 정무직 공인에 해당하는 공인의 경우 게시글에 대한 임시조치는 허위사실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데, 사실 적시의 경우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문제되며, 대상 심의결정문의 사례와 같이 게시물 중 일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부 사실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 게시물 일부에 대해 임시조치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임시조치 요청자의 허위사실 소명책임의 타당성

1) 증명과 소명

증명과 소명은 주로 소송절차에서 사용되는 법률 용어이다. 증명은 법관이 요증사실의 존재에 대하여 확신을 얻은 상태 또는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을 얻기 위해 증거를 제출하는 당사자의 노력을 말하고, 소명은 법관이 일응 확실할 것이라고 추측을 얻은 상태 또는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르도록 증거를 제출하는 당사자의 노력을 의미한다. 즉, 증명이 고도의 개연성을 요구한다면, 소명은 그보다는 낮은 개연성을 요구하므로 결과적으로 증명과 소명은 법관에게 확신을 주는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대립당사자 구조와 증명책임

판단을 하는 법관이나 심판관을 중심으로 원고-피고, 신청인-피신청인처럼 당사자가 서로 대립하는 구조를 대립당사자구조 또는 대심구조라고 한다. 법원에서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소송제도나 행정기관이 심판자가 되어 행정기관과 국민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행정심판 제도 등이 대표적인 대립당사자 구조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대립당사자 구조인 소송에서는 당사자는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대립당사자 구조에서는 증명과 소명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증명과 소명에 대한 책임(편의상 이하에서 ‘증명책임’으로 표현한다)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소송이나 심판의 승패가 갈리는데, 증명책임을 지는 자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 패소의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이다.2) 즉, 증명책임이란 주장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조사를 해 보았으나, 증거가 없는 경우 패소위험을 의미하고, 이러한 요증사실의 진위여부가 불명한 경우에 당사자 중 누구에게 불이익을 돌릴 것인가의 문제가 증명책임의 분배의 문제이다.

민사소송에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형사소송에서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이나 범의를 입증하는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3)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판례는 “원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그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어야 할 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적시함에 있어 적시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하고, 이러한 허위의 점에 대한 인식 즉 범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4949 판결 등 참조)”고 한다.

3) 소결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증명책임은 대립당사자인 검사와 피의자를 보았을 때 검사에게 있다. 소송절차가 아닌 KISO 정책위원회의 심의절차에서는 고도의 개연성을 요구하는 증명을 요구할 필요는 없고, 소명으로 충분하다. 다만, 소명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에 관해서는 명예훼손임을 주장하는 자가 명예훼손 사실 또는 허위사실임을 소명해야 할 것이고, 명예훼손이 아님을 주장하는 자가 명예훼손이 아님 즉, 진실성과 공익성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소명책임이 있다.

따라서 증명책임의 분배상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관련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점이 「정보통신망법」의 삭제요청 시 침해사실의 소명책임 및 KISO 정책위원회의 심의와 관련된 소명책임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사실은 대립당사자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서로 모순되지 아니한다.

3. 사실과 허위사실이 동시에 존재한 경우 임시조치 여부

1) 사실 적시의 경우 임시조치 제외의 타당성

KISO 정책결정에 따르면,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어 사실 적시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원래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허위사실 적시뿐만 아니라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어 사실 적시의 경우에도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KISO는 사실 적시의 경우에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KISO의 이러한 정책결정이 타당한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

KISO가 이러한 정책결정을 한 이유에는 먼저, 국민의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 보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특히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대한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의 경우 정책비판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정책비판은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폭넓게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에 관해 사실이 적시된 경우에는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KISO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ISO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이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를 임시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와 그 동안의 판례를 근거로 타당성이 인정되는 정책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2) 일부에 대한 임시조치 여부

위 대상 심의결정문과 같이 일부사실은 진실에 부합하고, 일부사실은 허위사실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경우에 행위자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게시물 전부에 대하여 임시조치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게시물 중 일부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시조치는 게시물 전체를 하나로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분만의 임시조치는 생각할 수 없다.

이 경우 게시물을 계량화하여 명예훼손성 내용이 50% 이상이면 게시물 전체를 임시조치하고, 50%미만이면 임시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게시물은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게시물 중 일부만 남기고 일부만 임시조치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판례는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거나4) 거짓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5)

판례의 취지를 종합하면, 명예훼손 게시물의 경우 일부 무죄, 일부 유죄와 같이 일부만의 임시조치를 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으며, 게시물을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문제되는 표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시조치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임시조치 여부는 게시물의 일부분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게시물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상 심의결정문은 일부만 임시조치를 하지 않고, 게시물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하여 임시조치 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KISO 정책결정 제2호에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은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의 경우 명백한 허위사실이 아닌 한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때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허위사실에 대한 소명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판단자인 KISO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대립 당사자 구조를 고려하면, 허위사실에 대한 소명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KISO 정책결정 제2호에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에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사실을 적시한 경우 임시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를 보장하고,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부가 진실이고, 일부가 허위사실인 경우 임시조치 여부와 관련해서는 임시조치 여부는 게시물 일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게시물 전체를 대상으로 전체적인 맥락과 문제되는 표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강제추행 부분과 폭력 및 상해 부분을 별도로 구분하지 하지 않고 게시물 전체를 대상으로 임시조치 여부를 판단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1)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 2003. 1. 제446면 이하에서는 “일반적으로 증명책임이라 함은 소송상 어느 요증사실의 존부가 확정되지 않을 때에(진실인지 허위인지 불명) 당해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말한다.” [본문으로]

3) 이시윤(2003) 제448면; 민사소송에서는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하여 다수설과 판례인 법률요건분류설이 있으며,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근거규정의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지고, 권리의 존재를 다투는 상대방은 반대규정의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 반대규정의 요건사실에는 권리장애규정, 권리멸각규정, 권리저지규정의 요건사실이 있다. [본문으로]

4)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1도420 판결, 대법원 2008.11.13. 선고 2006도7915 판결 등 참조). [본문으로]

5) 판례에 따르면,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 제2항에 규정된 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거짓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거짓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8310 판결 등 참조). [본문으로]

저자 : 정경오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KISO정책위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