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DEATH 2.0’ 시대… ‘디지털 유품’ 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전자신문은 매년 인터넷 이용자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1000명을 조사하면서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의 기본 인식을 살펴보았다. 디지털 유품에 대한 이용자의 경향이나 추세를 알 수 있었다.
먼저 ‘디지털 유품을 가족을 포함해서 남에게 전달되기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는다’가 41.9%로 ‘원한다’의 34.5%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모르겠다’보다 ‘원한다’거나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높은 것을 보면 인식이 본격화 되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왜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요약해보면 ‘나를 추억해주길 원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또 ‘왜 전달되기를 원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디지털 유품을 받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원한다’는 응답이 66.7%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고, ‘원하지 않는다’는 13.7%로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남기기는 원하지 않으면서(41.9%) 받고는 싶다(66.7%)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 ‘약관이 생겨서 디지털 유품의 상속자를 지정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지정하겠다’가 46.1%, ‘지정하지 않겠다’가 23.5%였다. 즉 3명중 2명은 디지털 유품의 상속자를 지정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연령이 낮을수록 유품을 남기기 원했고, 연령이 높을수록 전달받기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전문직일수록 남기길 원했고, 무직의 경우 그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전문직일수록 유품을 전달받고 싶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무직일 경우는 역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이용자 인식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예상보다 많이 내주었다는 것이다. 이 논의의 공론화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비공개 정보들까지 포괄하여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일기나 편지와 동일하게 상속 대상에 해당된다는 관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비공개 정보라는 것은 기존의 오프라인 일기나 편지보다는 밝히지 않겠다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들어가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상속대상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상속자를 미리 지정해놓는다든지 약관을 통해 의사표현을 했다면 그에 따라 처리하되, 만약 ‘아무 의사 없이 사망했을 경우 비공개 정보는 삭제한다’는 식으로 현실적인 관점에서 일정 정도 사망자의 권리보호는 필요다고 본다.
계정정보와 계정이용권은 상속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정보가 분리되어 있었고 기존의 계정정보라는 것이 정보를 남기기 위한 접속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런 의견이 맞을 수 있으나, 소셜미디어의 발전이 가속화된다면 한 사람의 계정 자체와 접속 및 움직임 자체가 정보가 되고 콘텐츠가 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분리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속대상이 아니다’는 측면에 일면 공감하지만 독일 사례와 같이 상속대상으로 지정해 유연하게할 수 있지 않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유품이 무엇인가라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과거에 비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정보나 자료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유품이라는 것이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과 같은 정도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먹었고, 누구와 커뮤니케이션 했는지와 같은 관계형 정보 및 활동형 정보까지 다 남아 있게 되는데, 남아 있다고 해서 모두 상속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의 인식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전부를 상속 받겠다’ 또는 ‘일부만 상속 받겠다’는 식으로 이용자 사이에서도 유품의 범위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것처럼 어떤 정보를 유품으로 하고 상속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KISO든 업계든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정할 텐데 이것은 사자(死者)뿐만 아니라 사업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사례가 많지 않아서 개별 대응이 가능했겠지만, 앞으로 많이 늘어나면 업체의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약관으로 이러한 것을 처리한다면 개인적으로 상속 여부 등과 같은 기본적인 근거 조항만 두고, 디테일한 내용, 즉 상속 정보의 범위와 그 상속의 방법 등은 서비스 모델로 풀어갈 사안이라고 본다.
해외에서는 이미 LEGACY.COM과 같은 유품 검색 서비스 같은 것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신성시 또는 터부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논의가 덜 되어 있지만 산업적으로 볼 때 새로운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남긴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주는 서비스라든가, 상속 사항을 공증하고 대행하는 서비스라든가, 사망자와 관련한 정보(콘텐츠)를 모아서 제2의 ‘안네의 일기’처럼 스토리를 발굴해 문학작품으로 내는 등의 유품 관련 서비스 모델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온라인 추모, 온라인 제사, 온라인 납골당 등과 같은 서비스도 아마 근시일 안에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웹하드나 홈페이지 같은 비즈니스 모델들은 이런 식으로 죽음을 둘러싼 서비스 모델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DEATH 2.0’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해외 다른 나라들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하다보면 불거지는 문제도 많을 수 있고, 죽음을 상업화하느냐는 비난이 나오는 등 후유증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죽음의 의미를 인터넷을 통해 잘 되살리고 우리의 사회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논의의 시점이 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