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본인확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1.들어가는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8명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함)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및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병합),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 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여기서 본인확인제란 인터넷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동안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왔는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위헌결정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의 불법 게시물의 증가 등 인터넷 역기능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론, 즉 자율규제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이번 위헌결정의 의의와 향후 자율규제의 가능성을 위한 조건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2.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의의 및 전망

가.의의

이번에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 되어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을 상징하거나,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적용되어 왔던 인터넷 실명제로는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 이외에,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ㆍ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1)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이번에 위헌결정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가 실명확인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한 점, 대상을 ‘정당ㆍ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반대의 글’에 한정한 점, 인터넷이용자의 실명이 표출되지 않고 다만 ‘실명확인’ 표시만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필자가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 내지 도그마가 주요 심리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2) 매우 환영할만한 소식이라 생각한다.

나.전망 – 자율규제의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제 인터넷 실명제는 그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끝이 났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자율규제의 가능성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모니터링’에 대해서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즉 쉽게 이야기하면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사업자들이 행하는 모니터링은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이미 주요 포털들은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시스템도 개선하는 등 자체 검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3) 일단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것은 강제력이 있는 법률 등과 같은 공권력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일응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사업자가 자율적으로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경우, 어떠한 한계도 없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는가? 위와 같은 의문이 따르는 이유는,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 간의 충돌 및 조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업자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경우에 사업자는 자신의 영업정책상 혹은 게시물관리정책상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근거를 자신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내세울 수 있다. 반면에 이용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사업자에 의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사적 검열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이 문제는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내지 제3자적 효력의 문제이기도 하고4), 종국적으로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제750조,제751조 등의 해석 적용 등을 통하여,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 간의 충돌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게 될 것이다.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사적 검열의 헌법적 정당화 요건을 자율규제에 한 번 접목해서 자율규제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즉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자체검열의 경우 어떠한 헌법적 정당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적 검열은 공권력의 주체인 국가(정부)가 아닌 사인 혹은 제3자에 의한 검열을 말한다. 사적 검열에 대한 헌법적 평가가 국가검열 혹은 정부검열에 대한 헌법적 평가와 다른 이유는 ‘주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그 외에도 더 나아가서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요소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체의 차이와 당사자간의 합의 여부는 단지 국가검열 혹은 정부검열과 사적 검열간의 헌법적 평가의 차이의 이유가 될 뿐만 아니라, 사적 검열의 헌법적 허용가능성 및 조건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이하에서는 사적 검열의 헌법적 허용가능성 및 조건을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5)

첫째, 사적 검열이 헌법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검열에 국가 또는 정부가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는 사적 검열의 형태를 띠더라도, 그러한 사적 검열을 국가가 입법의 형태라든지 기타 공권력의 행사의 형태로 관련 당사자에게 ‘강제’하는 경우에는, 사적 검열에 국가 또는 정부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검열 또는 정부검열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우리는 ‘사적 검열의 순수성 명제’라고 부를 수 있겠다.

둘째, 사적 검열이 헌법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검열에 관련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에 기반한 당사자간의 합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당사자간의 합의를 전제하지 않는 사적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주체의 법익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법에 의한 형사벌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민사법에 의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게시물들이 실정법이나 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정책을 위반하는 경우 당해 게시물들에 대해서 삭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약관에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을 우리는 ‘사적 검열의 자발성 명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셋째, 위와 같은 두 가지 요소 이외에도 사적 검열이 허용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간의 합의의 ‘내용’도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사자간의 합의의 내용이 어느 정도, 어느 범위까지 혹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일방 당사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조건을 우리는 ‘사적 검열의 합리성 명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부분으로 세분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① 사적 검열을 통해서 제한될 수 있는 ‘표현물의 내용에 관한 기준’과 관련된 부분이다. 즉 당사자간에 합의한 기준이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나 실정법상의 기준(예컨대, 음란물, 명예훼손 내지 사생활침해 표현물 등)을 벗어나는 경우는 비록 당사자간의 합의에 기초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3조상의 공서양속 위반 계약으로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적 검열에 대한 계약은 민법 제103조를 통해서 간접적용되는 일방 당사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계약으로서,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② 사적 검열에 적용되는 기준을 위반하는 표현물을 유통시키는 ‘주체에 대한 제재수단(관련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서 설정된 제재수단)’과 관련된 부분이다. 즉 당사자간에 합의한 기준에 반하는 표현물을 일방 당사자가 유통시키는 경우, 타방 당사자가 계약에 기초해서 제재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포털의 약관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 이용제한조치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용제한조치 중에서 당해 서비스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재조치가 약관에 기초한 계약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때, 그러한 제재조치가 과연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볼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한다. 비록 사적 자치의 영역 내에 있기는 하지만, 사적 검열에 기반하여 문제가 되는 당해 게시물의 차단 내지 삭제 등을 넘어서서 당해 서비스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재조치는 그러한 제재조치가 적용되는 주체의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1) 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본문으로]

2)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2년 8월 24일자 보도자료 ‘중앙선관위, 선거 관련 인터넷 실명확인제 폐지추진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의견 제출 예정’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2년 8월 24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본인확인제 관련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한데 대하여 논의하고 선거와 관련한 인터넷 실명확인제 폐지를 위하여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제출하기로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효력이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에 따른 인터넷 실명확인 규정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본문으로]

3) ‘네이버·다음, 9월부터 본인확인없이 게시판 댓글 허용’(파이낸셜뉴스 2012. 8. 31) [본문으로]

4)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 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기) :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사법)을 포함한 모든법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도 위와 같은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으로 보호되는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침해 등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져야 한다. [본문으로]

5) 사적 검열의 헌법적 정당화 요건에 관해서 자세한 것은 황성기, “사적 검열에 관한 헌법학적 연구” 세계헌법연구 제17권 제3호, 세계헌법학회 한국학회, 2011. 12, 163-191면 참조 [본문으로]

저자 :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