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의 법률문제
1. 서론
정보통신공간에 글을 써 두거나 정보를 보관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해당 정보의 게시자가 사망한 이후에 해당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다수의 젊은이들이 사망한 이른바 ‘천안함 사건’ 때 그 유족들이 사망한 자식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그 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한 사례 등으로 인하여,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사안은 시급히 풀어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또한, 클라우드컴퓨팅 기술과 관련 서비스의 발전으로 수많은 디지털 활동의 결과물이 이용자 개인의 지배영역이 아니라 서비스사업자의 지배영역에 있는 저 너머의 서버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화될 것이므로,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처리방안에 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자(死者)가 남긴 디지털 정보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인지, 상속의 대상인지, 통신비밀보호법 등 비밀 정보의 보호를 규정한 법률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에 관하여 분명한 법적 해명이나 기준이 없는데다, 해당 정보를 그 상속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아직 부족하여, 인터넷서비스제공자도 일정한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대응을 하거나 무작정 거절을 하고 있는 듯하다.1)
이런 상황 때문에 박대해의원 대표발의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중 일부를 개정하여 사망자의 배우자,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후견인에게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관리에 관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제안되었으나2), 그 대상을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한정하고 있는 한계가 있고 상속법이라는 일반법의 원리와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사망자의 배우자,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후견인’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그 권리의 범위나, 서비스제공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지 않아,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디지털 유품 처리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품’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법적 규명을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위 문제에 관한 법적 규명을 위해서는 민법상 소유권의 의미나 ‘물건’ ?범위에 관한 원리적 접근이 필요하고, 상속의 범위에 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석과 접근이 필요한데, 이러한 원리적 접근을 통한 규명3)이나 상속법상의 원리에 따른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에 따른 이론을 제시하는 일은 학계에 맡길 수밖에 없으므로, 이 글은 실무적인 차원에서 현안에 대응하는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한편, 위 박대해 의원 등의 입법제안과 같이, 이용자가 자신의 사망이나 의식불명의 경우에 자신이 작성 또는 보관한 ‘디지털 정보’에 관하여 관리할 자나 관리방법을 별도로 지정하는 경우, 그리고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에서 그러한 지정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성한 경우4), ‘디지털 유품’에 대한 처리는 그러한 지정에 따라 처리되도록 하면 될 것이므로, 이 글은 이용자가 그러한 지정을 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한 논리의 구성이다.
가. ‘디지털 유품’은 ‘(디지털)정보’이다.
‘디지털 유품’이란 그 단어 자체의 의미로는 사망한 사람이 남긴 디지털 형태의 모든 자료를 의미하는 것이겠으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맥락 속에서는,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다 사망한 이용자가 생존 당시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서비스제공자가 관리하는 영역에 남긴 디지털 자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이해되고 있다.
즉, ‘디지털 유품’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5)의 영역에 남겨진 이용자 작성 또는 보관의 ‘디지털 정보’이다.
나. ‘정보’의 재산권적 성격과 귀속 주체
‘(디지털)정보’란 “특정목적을 위하여 광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어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을 의미한다(국가정보화기본법 제3조 제1호,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2항에 의해 정보통신망에 준용됨).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물론이고 개인용 저장공간 서비스에 기록된 글이나 사진 또는 영상 등의 ‘디지털 유품’은 ‘전자적 방식의 자료 또는 지식’이라 할 것이므로, 법률상 ‘(디지털)정보’에 해당하며 정보통신망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한편, 그 ‘디지털 정보’에 의해 추상적인 권리로 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에 특허권의 보호대상인 특허사상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디지털 정보 자체’에 재산권의 성격이 있는지, 또는 ‘디지털 정보 자체’를 일정한 권리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있고, 이 점이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 처리방안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 핵심 쟁점이다.
먼저, 현재의 유력한 견해는 ‘디지털 정보 자체’는 유체물이 아니고 배타적 지배가능성도 없으므로 소유의 객체인 ‘물건’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며, 대법원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 자체는 유체물이라고 볼 수도 없고 물질성을 가진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수없다”고 하여 이른바 ‘정보절도’를 부정하고 있다.6)
하지만, 권리보호의 객체는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디지털 정보’도 재산권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일정한 권리의 객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첫째,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의 보호대상은 “자료 또는 정보” 그 자체이며7),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의 보호대상도 비록 “상당한 부분”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정보 자체’이다. 둘째, 일정 범위의 정보는 그 무단 사용이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가 있다.8) 셋째, 대법원도 온라인게임의 계정을 양도한 경우 해당 게임사이트에 대한 정당한 접속권한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사안에서, “정보의 귀속”을 결정하는 방법을 정하고 “캐릭터 및 아이템 등 게임정보에 관한 소유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듯이9), ‘정보의 귀속 또는 소유’에 관한 관념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즉, ‘디지털 정보 그 자체’는 비록 형법상 재물이나 관리할 수 있는 동력(형법 제346조)은 아니고 민법상 소유권의 객체인 유체물 또는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민법 제98조)도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10), 일정한 권리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적 성격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11)
또한 비록 현재는 ‘정보’를 민법상 ‘물건’(“유체물 및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보지 않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물건으로 보지 않았던 전기 등의 자연력이 물건의 개념에 포함되었고, ‘해면(海面)’ 이 어업권의 대상인 물건으로 편입되는 등 물건의 개념, 즉 관리가능성과 배타적 지배가능성의 개념은 상대적이며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가변적인 것이므로12), 현실에서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정보 자체’의 법적 성격에 관한 엄밀한 규명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일응 일정한 권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으므로, ‘정보 자체’의 법적 성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정한 권리의 대상인 이러한 ‘정보 자체’의 귀속 주체는 이용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해당 서비스에 적용되는 약관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작성자, 즉 서비스 이용자에게 ‘정보 자체’에 관한 권리가 귀속되고, 서비스제공자는 해당 정보를 약관에 정해진 방법과 범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뿐이고, 해당 정보 자체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디지털 유품’의 상속 여부
가. ‘디지털 정보’의 상속성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다만,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1005조).
‘디지털 정보’에 재산권적 성격이 있고 일정한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면, ‘디지털정보’인 ‘디지털 유품’도 일신에 전속한 것이 아닌 한 그 권리는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
일신전속권은 그 주체만이 향유(享有)할 수 있는 향수상(享受上)의 일신전속권과 그 주체만이 행사할 수 있는 행사상의 일신전속권으로 구분되는데, 향수상의 일신전속권은 대부분 상속이 제한되며 행사상의 일신전속권 중에는 상속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인격권, 성명권, 신분법상의 권리, 위임계약상의 권리, 근로계약상의 지위 등이 상속이 제한되는 일신전속권의 예이다.13)
다만, ‘디지털 유품’은 공개 또는 비공개 게시물 정보, 이메일 등의 사적이용정보, 해당 서비스의 계정 정보와 그 계정이용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각의 성격에 따라 달리 취급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구분하여 검토한다.
해당 서비스의 계정 정보(아이디, 비밀번호)는 “행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가상공간에서 가상공간에서 그 행위자의 인격을 표상14)”하며, 사망자 개인에게 전속되어 있는 개인정보이기도 하므로, 피상속신의 일신에 전속한 것으로 상속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입하여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계정을 획득한 이용자는 법률과 약관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관계에서 일정한 권리의무를 갖는 계정이용권을 보유하며, 이 권리는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채권적 성격의 권리로 이해된다.
채권적 성격의 권리도 일반적으로 상속되나, 사이버 머니나 포인트 등 경제적 이용가치가 있는 이용권이 아닌 한, 계정이용권은 사망자의 인격을 표상하는 계정 정보(아이디, 비밀번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계정의 이용행위는 가상공간에서 인격의 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서비스제공자의 입장에서도 아이디와 비밀번호에 의해서 접속한 경우에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이용자 ‘개인’의 신분을 구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므로15), 계정이용권도 사망자 개인에게 전속한 권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해당 서비스의 계정 정보나 계정이용권은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으로 상속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발신함과 수신함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우편 정보
이용자가 전자우편을 이용할 경우 발신된 전자우편과 수신된 전자우편이 함께 저장되어 있게 되는데, 이러한 전자우편 정보는 ‘정보’ 그 자체이므로 일신에 전속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사망한 사람이 가족들도 모르게 보관하고 있던 일기나 제3자와 주고받은 편지 등에 대한 권리가 모두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과 비교하여, 전자우편을 위와 같은 일기나 편지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는 없으므로, 전자우편 정보가 상속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전자우편 정보는 각종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비밀’에 관한 정보라는 점에서, 전자우편 정보를 상속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이들 비밀보호규정과 충돌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비밀 등의 보호’라는 제목으로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의 ‘타인’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자도 포함되므로16), 사망한 사람이 보관하던 전자우편 정보를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상속되도록 하는 것은 위 정보통신망법의 규정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상속인을 위 규정상의 ‘타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속인을 제3자로 보고 정보통신망법상의 비밀보호규정을 적용할 경우, 상속인이 ‘우연히’ 피상속인의 계정 정보(아이디, 비밀번호)를 알게 되어, 해당 계정을 이용하여 전자우편 정보에 접근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법 제48조의 권한없는 침입으로 보고 처벌할 수밖에 없는데,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하며 피상속인과 관련된 남은 일을 관리해야 하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계정정보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것을 권한없는 정보통신망 침입이라고 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비밀보호규정도 상속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전자우편 정보가 비밀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17)”만이 위 규정에 의한 ‘비밀’이므로, 전자우편 정보를 상속대상으로 하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제49조와 충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정보통신망법 제21조는 “전자문서중계자는 전자문서중계설비에 의하여 처리되는 전자문서 또는 관련 기록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거나 전자문서 발신자 및 수신자의 동의 없이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용자의 전자우편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서비스제공자는 비록 전자우편 정보가 상속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여도, 정보통신망법 제21조에 따라 전자우편의 다른 당사자(해당 이용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낸 사람)의 동의가 없는 한, 전자우편 정보를 상속인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전자문서’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에 의하여 전자적인 형태로 작성되어 송, 수신 또는 저장된 문서형식의 자료로서 표준화된 것”을 말하며, 전자문서중계자를 지정하게 되어 있는 제18조, ‘전자문서를 수신할 컴퓨터의 지정’이나 ‘수신자가 관리하는 컴퓨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제19조, ‘표준화방식’을 지정하게 되어 있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제8조의 규정을 보면, ‘표준화된 것’의 의미는 일반적인 표준의 의미가 아니라 특정 전자문서의 교환 또는 송수신을 위한 특정한 표준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문서 송수신인 사이에 특별한 규약에 따라 정해진 표준에 의해 전자우편을 송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식에 의한 전자우편 송수신 서비스는 정보통신망법 제21조의 적용대상이라 할 수 없다.
셋째, 통신비밀보호법에 관하여 보면,비록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의 감청(그 내용을 지득, 채록, 유치하는 것)을 이 법률에 의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전기통신은, 이견이 있기는 하나,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라는 문구에 따라 ‘진행중인 전기통신’, 즉, 송수신 중인 전자우편으로 한정되고, 송수신이 완료된 전자우편은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실무이므로, 송수신이 완료된 전자우편 보관함을 대상으로 하는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에 관한 사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자(死者)의 전자우편 정보를 상속의 대상으로 보더라도, 비밀보호에 관한 관련 법률과 충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 공개 또는 비공개된 게시물 등과 같은 콘텐츠
‘디지털 정보’에 재산권적 성격이 있고 일정한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재산권적 성격이 가장 강한 부분은 바로 일반적인 게시물일 것이고, 일반적인 게시물은 일반에 공개된 게시물이든,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는 게시물이든 모두 상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는 게시물(디지털 일기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의 경우 ‘비밀’정보이거나, 사자(死者) 개인의 개인정보 또는 인격적 이익에 관련된 것이므로, 이러한 정보가 상속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가능하고, 이러한 반론은 앞에서 본 전자우편 정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점에서 이러한 반론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첫째, 앞에서 지적했듯이, ‘비공개’된 정보라 하여 당연히 ‘비밀’정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고 비밀번호가 설정된 전자 파일에 대한 권리가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것 또는 이용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우편 정보에 대한 권리가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것과 비교하여, 정보통신망에 의해 접근할 수 있는 제3자 지배역역에 보관되어 있는 정보라고 하여 달리 취급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며, ‘비공개’된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상속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클라우드컴퓨팅에 기반한 이른바 ‘개인화 서비스’에 생성, 보관되어 있는 모든 정보가 상속대상에 제외될 것인데, 이러한 결론은 ‘디지털 유품’에 대한 상속인들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하지 않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도 타당하지않다.
둘째, 보호되는 개인정보는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인데다(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6호), 그러한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이익 또는 이해관계 조차 그 이용자의 상속인에게 있는 것이므로, 사자(死者)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그 상속성을 부정할 이유는없다.
셋째,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는 게시물이 사자(死者)의 인격적 이익에 관련된 것일 수 있으나,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금지 등 사자(死者)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이유는 사자(死者)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됨으로서 상속인 등 이해관계있는 생존자들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자(死者)의 인격적 이익은 곧 상속인의 인격적 이익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따로 상속금지 또는 사망 후 정보폐기를 지정하지 않는 한, 전자우편 정보를 포함하여 비공개로 설정된 게시물의 상속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4. 결론
‘디지털 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현실, ‘디지털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등에 비추어, 민법상 ‘물건’의 개념은 확대되어야 하거나 적어도 ‘디지털 정보’에 재산권적 성격을 부여하고 일정한 권리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 의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보호, 온라인상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귀속이나 소유관계를 검토한 판례의 태도 및 현재의 법이론에 의하더라도, ‘디지털 정보’에 재산권적 성격을 부여하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그 이용자의 계정정보와 계정이용권과 같이 일신에 전속된 것이 아닌, 전자우편 정보, 게시물 정보 등의 ‘디지털 유품’은 상속의 대상이 되어 상속인에게 그 정보에 대한 권리가 이전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디지털 유품’을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복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지, 나아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상속인의 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의 문제는 ‘디지털 유품’의 상속성 평가와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 점에 혼동이 없어야한다.
서비스제공자는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의무 이상의 것을 그 상속인에게 부담할 수는 없고, 서비스제공자와 서비스이용자 사이의 권리의무 관계는 서비스약관에 의해 규율되므로, 상속인도 서비스제공자에 대해 서비스약관에 규정된 것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서비스약관에 이용자가 서비스제공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 그리고 ‘디지털 유품’의 처리에 관한 방법과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 이용자의 상속인이 서비스제공자에게 ‘디지털 유품’의 존재 여부 등에 관한 정보 제공, 피상속인의 계정에 대한 접근의 요구, ‘디지털 유품’의 복사 서비스 요청 등을 권리로서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디지털 유품’의 처리 문제는 다시 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약관에 관한 것으로 돌아간다. 서비스제공자들이 통일된 기준을 정하여 각자의 서비스약관에 이를 반영하거나, 서비스제공자의 연합체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이를 서비스제공자에게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긴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제공자가 일관된 기준을 정할 경우, 가장 먼저 그 이용자가 ‘디지털 유품’의 처리방법을 지정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해야 할 것이며(디지털 유품의 상속금지의 선택을 포함하여), 상속인들에 대한 관계에서 ‘디지털 유품’의 존재 여부에 관한 정보 제공 절차18), 상속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유품’의 범위, ‘디지털 유품’의 청구 요건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디지털 유품’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1) 머니투데이 “내가 죽으면 포털에 올린 글은 어떻게?” 제목의 2010. 7. 23.자 기사; 노컷뉴스 “사후의 미니홈피, 온라인을 떠도는 이유는?” 제목의 2010. 8. 13.자 기사 (2010. 8.과 9.경 인터넷 검색 및 출력) [본문으로]
2) 박대해 외 10인의 2010. 7. 21.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 8895) [본문으로]
3) 다음과 같은 논문이 그 시론적 시도이다. 배대헌, 거래대상으로서 디지털 정보와 ‘물건’개념 확대에 관한 검토, 상사판례연구, Vol.14, 2003, 한국상사판례학회 ; 최경진, 민법상 정보의 지위, 산업재산권 제15호, 2004, 산업재산권법학회 ; 양재모, 온라인아이템의 물건성과 법률관계, 법과정책연구 1권, 2001, 한국법정책학회. [본문으로]
4) 경우에 따라서 이용자는‘디지털 유품’이 상속되지 않도록 지정하거나 사망 이후 모든 자료의 폐기를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비스제공자가 위와 같은 지정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성할 경우, 서비스제공자는 그 지정에 따라 ‘디지털 유품’을 처리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다. [본문으로]
5)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 소관 법률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를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또는 서비스제공자로 통칭한다. [본문으로]
6)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배대헌 교수는 이 판결을 “현행법이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배대헌, 위 논문(각주3), 304쪽) [본문으로]
7)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상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으로 표현된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있어서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 (제2조 제1호) [본문으로]
8) 전자지도를 검색할 수 있는 타인의 웹사이트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프레이밍방식으로 연결해서 자신의 웹사이트 이용자들이 그 전자지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자지도 개발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한 서울지방법원 2001.12. 7. 선고 2000가합54067 판결 사례, 이베이 등 경매사이트의 제품정보를 로봇을 통해 자동수집한 사례에서 피고의 무단침입(trespass)을 인정하여 피고의 행위에 대한 금지명령을 내린 미국의 eBay, Inc., v. Bidder’ s Edge, Inc 사례 [본문으로]
9)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도63 판결. [본문으로]
10) 배대헌 교수는 정보 자체를 물건의 개념에 포섭할 수는 없지만 ‘관리가능 여부’라는 기준으로 ‘디지털 정보’를 물건의 정의에 포함시키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민법 규정의 개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배대헌, 위 논문, 346-347쪽), 최경진 교수는 민법상 물건의 요건을 일반요건과 특별요건으로 구분하고, ‘정보’도 물건의 일반요건인 비인격성, 경제적가치성, 관리가능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민법상 물건으로 인정할 수 있으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특별요건인 배타적 지배가능성, 독립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최경진, 위 논문, 17-19쪽). [본문으로]
11) 정부가 2008. 11. 28. 국회에 제안한 정보통신망법 개정법률안(의안번호 2396)은 제101조에서 ‘저장정보의 보호’라는 제목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하여 저장, 관리하는 글, 그림, 동영상 등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여야 하며, 저장정보보관서비스를 중단 또는 종료하려는 때에는 일정 기간 동안 이용자에게 저장정보를 이용,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무부과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규정의 제안이 가능한 이유도 ‘저장정보’를 일정한 권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본문으로]
12) 주석 민법(제3판), 총칙(2) 편, 한국행정학회, 220쪽. [본문으로]
13) 주석 민법, 상속(1) 편, 한국사법행정학회, 240쪽. [본문으로]
14)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 [본문으로]
15) ‘네이버’ 이용약관은 제3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실명, 주민등록번호, 아이디의 변경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음’ 이용약관은 아이디의 부정이용과 양도를 금지하고 있고, ‘네이트’ 이용약관도 실명에 의한 아이디 등록의무, 서비스이용권의 양도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16)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본문으로]
17)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7309 판결 [본문으로]
18) 금융감독원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각 금융협회의 협조를 받아 ‘상속인 금융거래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www.fcsc.kr), 이 서비스는 상속인인 상속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등 일정한 증명서류를 갖추어 조회서비스를 신청하면, 거의 모든 긍융기관에서 피상속인의 금융재산과 채무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서비스제공자들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속인이 무척 편리할 듯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