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임태훈 저, 「검색되지 않을 자유」

검색되지 않을 자유

 

스마트폰 이후 삶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도 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인터넷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은 기기를 소형화하고 휴대성을 높인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인류는 일찍이 유사한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생존환경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서식환경의 모습과 특성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종과 개체의 삶은 달라진다. 하지만 이 기기가 내뿜는 매혹과 광휘는 너무 눈이 부셔 형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스마트폰 이후 우리는 늘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거리도 사라지고, 한번 생성된 데이터는 훼손되지 않은 채 영구히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무한한 호기심에 이끌려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또 관심사를 분석해 만들어진 방대한 정보에 노출된다. 한때 검색은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고 사냥하기 위한 창과 같은 도구였으나, 이제는 나를 향해 뻗쳐오는 무수한 촉수들을 막아내야 하는 방패가 필요함을 알려주는 개념이기도 하다.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모든 것이 데이터로 제공되고 검색되는 환경에서, 책 제목처럼 ‘검색되지 않을 자유’는 새로운 권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권리는 스스로 검색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자각하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다.

저자는 디지털화로 인해 사회 구성원마저 데이터로 바뀌고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디지털 세상의 구조적 그늘을 조명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조야한 이데올로기의 맨얼굴을 들추어낸다. 이 책의 특징은 그동안 니컬러스 카, 지그문트 바우만, 더글러스 러시코프, 마크 바우어라인 등 정보화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문명비판과 인지과학적 관점으로 다뤄온 것을 반복하지 않고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디지털 문명이 신자유주의와 어떻게 결합하여, 일반 사용자들을 도구화하면서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가를 보여준다. 디지털 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천착하고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한국의 문화연구자로서의 새로운 영역에 해설과 비평의 시선을 보태고 있다.

창조경제에서 강조하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예측가능한 인간’을 요구하는 디지털 신자유주의 사회의 정치구호이다. 구성원들은 매시간 모든 행동을 디지털 데이터로 남기며 거대자본주의가 소망하는 이상적 소비자로서의 모습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소비자로서, 선택과 결정의 주체로서 디지털사회의 시민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선호하고 더 정교한 피드백을 위해 자발적으로 스스로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있다. 디지털세상에서 모든 것은 수량화할 수 있고 이는 예측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궁극의 목적은 그동안 집단으로건, 개인으로건 예측하기 어려웠던 인간이라는 행위주체의 행동을 예측가능한 차원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빅데이터 정보기술은 사용자들이 ‘호모 익스페트롤(Homo Expectrol)’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호모 익스페트롤’이란 예측(Expectation)과 통제(Control)를 결합한 단어로, 빅데이터 사회에서 예측가능하고 그래서 통제 가능한 인간형을 뜻한다.

저자가 그 개념의 예시를 위해 제시한 것은 양계장의 닭들이다. 청소를 위해 꽉 닫혀 있던 양계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신선한 공기와 햇빛이 쏟아지면서 마침내 갇혀 있던 닭들은 외부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한 마리도 밖으로 나가려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았다. 한 번도 양계장 바깥의 세상을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양계 시스템 속의 닭들에겐 축사의 문 밖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어쩌면 상상도 예측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의 세계였을 것이다. 저자는 그 너머의 세상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회와 정보자본주의를 양계장과 대비시킨다.

저자는 사람됨을 결정하는 것은 삶의 불투명성,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인데 이런 특성들은 수량화, 정보화될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음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오늘날 인터넷은 우리에게 준자연이 되어 그를 의존하지 않고 살거나 또는 낯설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자는 현재의 ‘클라이언트-서버’ 구조의 인터넷이 가두리 양식장과 같고 중앙집권화한 이 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지닌 소수의 정보기술기업이기 때문에, ‘사이버 망명’과 같은 그 구조 안에서의 시도가 허망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길은 낯섦을 넘어 과격하기까지 하다. 비판적 관점을 공유하는 집단들끼리 뜻을 모아, 현재의 인터넷 프로토콜을 거부하고 새로운 인터넷 통신 규약을 만들어 소규모의 독립된 연결망을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종의 인터넷’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된 문제의식은 정보화 시대에 절실한 과제다. 빅데이터 사회가 가져온 예측가능하고 그래서 통제가능해진 인간을 다시 예측불가능하고 불투명한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인간의 예측될 수 없는 특성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이 존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저자 : 구본권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