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가 너무해” : 업체 리뷰와 임시조치
“포털게시글 ‘임시차단’에 소비자만 ‘봉’?”(머니투데이 2009.11.16)
“무심코 올린 맛집 평가도 죄가 된다?”(전자신문 2010. 6. 6)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디카나 핸드폰 카메라로 상품을 찍거나 서비스에 대해서 의견을 쓰고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상 중 하나이다. 나부터도 기자들의 영화평보다는 네티즌들의 영화 별점에 더 관심이 가고, 광고보다는 인터넷 상품평을, 가게 홈페이지보다는 업체 평가를 먼저 들여다보곤 한다.
이런 일상적인 평가들 중에는 악의적인 리뷰도 있고 허위사실에 기반을 둔 경쟁업체 간의 비방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인터넷 게시글 하나로 자영업자들이 영업에 타격을 입거나 기업이 오랜 시간 관리해 온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존재하기도 한다. 한 중소 만두업체 사장의 자살로 이어진 2004년 만두파동을 기억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며 식품회사는 큰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가 급속하게 전파되어 사실인 것처럼 여겨질 때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만두파동의 교훈이었다.
인터넷의 경우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업체에 대해 표현할 수 있고 파급력이 타 매체보다 강하다 보니 업체에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업체 입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에 대한 비방글, 비방목적의 단정적인 표현, 소문 등 사실 확인이 어려운 비방 또는 비방글, 개인적인 클레임 등이다.
“그 병원 의료사고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가 있더라.”
“김OO(010-XXXX-XXXX), 이 사람 사기꾼이니 조심하세요.”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에 달린 리뷰글 하나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사실과 다른 비방 때문에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업체나 기업 등은 평판 관리를 위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글을 검색하여 포털 사이트 등에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임시조치를 요청하곤 한다. 네이버는 이러한 임시조치를 게시중단 서비스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으며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 업체나 기업은 주로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를 이유로 그런 조치를 요구하고, 구체적으로는 정보오류, 정보 유출, 허위사실 유포, 타 경쟁사 광고 사유를 근거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피해확산을 막기위한 이러한 임시조치가 이제는 오남용 되어 오히려 건전한 비판과 정보공유 목적의 객관적 리뷰까지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있다.
“사장님보다 오히려 아르바이트생들이 참 친절히 잘해주더군요. OO를 빌리고 탈 때까지 기분 좋았는데 반납 후의 태도에 기분이 조금 별로였습니다.”
“파스타는 무난하게 먹을 만하구요… 스테이크는 가격 대비 실망스러웠습니다.”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싸요. 서비스를 개선했으면 좋겠네요.”
위와 같은 게시글에 대해 임시조치가 요청되는 경우도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듣기 싫은 평가일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평가를 올린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임시조치를 당한 게시자들은 이런 글까지 지워지면 결국 인터넷에는 업체 광고나 다름없는 칭찬만 판치게 되는 것 아니냐며 항의를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작성했는데 일방적으로 게시물을 차단하고 명예훼손/영업방해죄를 거론하는 해결 방식이 안타깝다”며 고객센터에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밝히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무조건 기업이나 업체 편만 드는 것이 아니냐는 이용자 불만도 나온다.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운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항에 따르면 포털사업자들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고 해당 게시글의 권리 침해 여부가 불분명 할 때는 일정 기간 동안 임시조치를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임시’조치의 해소 방식이다. 게시자의 재게시 요청이 있더라도 양쪽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게시물의 불법성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해서 심의를 받는 것도 녹록치 않다. 게다가 2009년경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게시자의 요청만으로는 심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임시조치를 요청한 기업은 스스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반면, 한 게시자가 한 기업으로부터 임시조치를 당한 경우, 그 소비자이자 게시자인 그 개인이 기업으로 부터 심의진행에 동의한다는 서면동의를 받아와야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게시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혹은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침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의견 개진 중에 있다.
이러한 현행 임시조치 제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지난 9월에는 시민단체에 의해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헌법 소원까지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 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방안,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서 중재하는 방안, 정보 게재자의 이의신청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법안이 언제쯤에나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임시조치는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만, 문제가 될 것을 알지 못하고 게시한 개인 이용자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 소송을 당하는 등 분쟁에 휘말리기 전 단계에서 알림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임시조치 시 이용자에게 발송되는 메일에 ‘이 조치가 게시자의 게시물이 불법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재게시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동시에 안내한다. 앞서 언급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나 개인정보 노출 등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차원의 글이라면 게시자가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책이필요한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일단 부당한 임시조치라고 여겨질 때 재게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게시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