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전부개정안의 함의와 전망

 

1. 들어가며

현행 「방송법」은 2000년 1월 12일에 기존「방송법」,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및 「한국방송공사법」 등을 폐지하고 제정한 일명 「통합방송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후 「방송법」은 총 57번의 부분개정이 이루어졌지만 2000년 「통합방송법」이 담고 있는 방송제도의 기본구조, 규제 이념과 체계 등은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방송 현실이 급변하면서 법적 규범과 현실 간에 괴리가 커지자 「방송법」 개정 또는 제정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특히 방송 통신 융합의 급속한 진전에 맞춰 다양한 신규 미디어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하려는 여러 법안이 2015년 이후부터 본격 발의되었다.1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최근 「방송법 전부개정안」(김성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1707)이 발의되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OTT서비스를 방송법 규제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어 OTT서비스 규제에 대한 찬반론을 야기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에서 OTT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OTT서비스의 규율 사항이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00년 「통합방송법」에 근간을 두고 있는 현행 「방송법」을 약 20년 만에 전면 개정하는 것으로 방송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규율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개정안 의결 시 보다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위해 개정안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과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방송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함의

「방송법 전부개정안」의 가장 핵심적 내용은 전송수단에 따라 방송사업 및 방송사업자를 규율하는 기존 수직적 규제체계를 역무(서비스) 중심의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사업을 ‘지상파방송사업,’ ‘유료방송사업,’ ‘방송콘텐츠제공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존의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사업,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IPTV사업)을 유료방송사업으로 일원화하여 규정함으로써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견지한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에 IPTV사업을 포괄하여 규정하는 만큼 기존의「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을 통합하여 인허가, 소유, 행위 규제를 일치성과 형평성을 갖도록 정비했다.

한편,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을 신설하여 OTT서비스를 방송사업이 아닌 제3의 플랫폼 계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OTT서비스의 유형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만큼 유료방송사업으로 분류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법적 근거를 두어 유료방송서비스와 직접 경쟁하며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OTT사업자의 경우 ‘신고’하도록 하여 최소한의 규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에 대한 별도의 심의체계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내용과 광고의 명확한 분리, 자료 제출과 금지행위 규율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공영방송사’의 지위를 새로 도입하고 KBS, EBS, MBC를 공영방송사로 규정한 후 방송 일반보다 더 강한 공적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사가 공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공적가치 이행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이행 실적을 매년 공표하도록 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사의 공적 책무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이행 절차를 정해야 하며, 3년마다 공영방송사의 공적가치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정부는 공영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대신 공영방송사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특히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한국방송공사법」을 별도로 제정함으로써 지배 구조의 개선과 재정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와 같은 방송구조와 방송 규제체계의 개편에 따라 ‘시청자 권익 증진,’ ‘유료방송의 다양성 제고,’ ‘공정경쟁 촉진,’ ‘금지행위 보완,’ ‘지역방송 발전과 규제 보완’ 등을 개정하거나 새로 신설했다. 먼저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에 갖는 의무를 소극적 관점의 ‘권익 보호’에서 소극적 관점의 ‘권익 증진’으로 확장시켰다. 구체적으로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 의무 대상 사업자를 유료방송사업자까지 확대하고, 그 권한에 ‘시청자 불만 처리 및 방송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와 시정요구’를 추가했다.

둘째, 유료방송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유료방송 이용약관을 ‘승인’에서 ‘신고’로 변경했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상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다만 시장 지배적 유료방송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억지하기 위해 방송사업의 규모와 시장점유율 등이 정한 기준을 넘는 사업자의 경우 이용약관을 ‘인가’받도록 규정해 놓았다.

셋째, 수평적 규제체계 하에서 방송사업자간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경쟁 촉진’에 관한 장을 새로 신설하고 있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공정경쟁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지행위의 유형을 확장시켰다. 특히 금지행위 확인을 위한 조사 절차,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마련했다. 또한 사업분류가 지연되거나 허가 등의 대상 여부가 불명확하여 신규 서비스의 진입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서비스 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즉,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에 허가 등을 받지 않은 개인 또는 법인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허가등의 대상 여부를 요청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여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넷째, 기존의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폐지하고 「방송법」에 지역방송발전 지원에 관한 장을 신설했다. 공동체 라디오방송을 지역방송의 범위에 포함시켜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되도록 하고,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여 구체적인 지원을 실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3. 향후 과제와 전망

이번「방송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20년간 유지되었던 전송수단별 수직적 규제체계를 방송통신융합이란 현실에 맞춰 동일(역무)서비스에 따라 동일규제하는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수평적 규제체계의 전환을 통해 신규 서비스의 시장 진입과 공정경쟁을 촉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방송 일반의 공적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서비스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규제 수준에 차이가 없었던 문제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방송 일반보다 더 강한 공적 책임을 갖는 공영방송사를 명시함으로써 전체 방송의 공익성과 건전성을 향상시키려 한 것이다.

EU를 중심으로 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방송통신융합에 대응하여 수평적 규제체계를 방송통신 관련 법체계에 반영했다. 전송서비스 계층은 규제를 완화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콘텐츠 계층의 경우 사회문화적 규제를 유지하면서 ‘공공서비스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의 범위와 역할을 별도로 규정해 놓아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비록 늦었지만 현행 「방송법」이 방송 현실을 규율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첫째, 이미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의 개념을 유지한 체 방송 분야에 한정하여 법체계 개편을 제시한 것이다. 비록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의 개념을 신설하여 규율하고 있지만, 방송 위주의 수평적 규제체계만으론 기존 통신 서비스와 OTT 서비스처럼 중간 영역에 있는 융합서비스 간의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Netflex), 웨이브(Wave)처럼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과 배포의 통제권을 갖는 형태뿐만 아니라 유튜브(Yutube), 아프리카TV 등처럼 이용자가 콘텐츠 제작과 배포를 결정하는 동영상공유플랫폼의 형태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방송의 범위 또는 유료방송과 유사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별도로 획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EU는 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하면서 ‘방송’이라는 개념 대신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Audiovisual Media Service)’라는 개념을 이미 사용했다. 더 이상 전통적 방송 개념으로 포괄하기 어렵지만 방송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콘텐츠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을 고려하여 아예 새로운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특히 2018년 11월에 개정된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 Directive)」은 ‘전통적인 텔레비전(Traditional TV broadcasters),’ ‘주문형비디오(Video on Demand providers),’ ‘동영상공유플랫폼(Video-sharing platforms)’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하고 있다.2

그리하여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시청각미디어서비스의 규제수준에 차이를 두면서 OTT서비스에 대한 사회문화적 규제의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EU 사례처럼 현행의「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등의 방송통신 관련법을 일원화하고 방송통신의 수평적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장기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방송법 전부개정안」이 기존의 유선종합방송사업, 위성방송사업,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을 유료방송사업으로 통합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책을 소관하는 정책추진체계를 일원화하지 않는 점도 한계라 할 수 있다. 현재 방송 관련 정책의 소관 부처는 방송 매체 또는 분야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방송 관련 정책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3

따라서 방송과 OTT 서비스에 대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현재 분산된 방송 관련 소관부처를 일원화하는 형태로 정책 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정경쟁을 촉진하려면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고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어야 한다. 전기통신설비의 동등 제공, 콘텐츠 동등 접근,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 지배력 전이, 방송사업자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 등을 사후에 제대로 규제하려면 시장지배적사업자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방송시장의 경쟁상황을 평가하여 시장지배적사업자를 판단․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방송시장에서 어떠한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갖는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적어도 이를 판단․지정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절차를 법률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영방송사를 규정함에 있어서 수신료를 운영되는 KBS와 기타 재원으로 운영되는 EBS, MBC 간에 법적 위상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것도 한계이다.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사는 ‘특수임무,’ ‘재정특권’ 그리고 ‘민주적 사회통제원리’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4

그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영방송사라도 KBS는 EBS 또는 MBC과 위상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방송법 전부개정안」은 세 공영방송사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물론 KBS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는 「한국방송공사법안」을 따로 발의해 놓았지만, KBS가 공영방송사로서 어떠한 공적 책임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여 수신료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에는 공영방송사간의 법적 위상을 차별화하여 정립하고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경우, 전체 방송시장에서 ‘질적 정향(quality setting)’을 이끌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신료의 산정 등과 같은 구조적 보장을 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방송제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시장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 때문에 방송구조 및 방송 규제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항상 쉽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방송 현실이 변화했음에도 기존 방송 규제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방송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새로운 방송 현실에 부합하는 방송구조 및 방송 규제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정부나 국회뿐만 아니라 방송사업의 여러 주체들과 학계 및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최종 의결이란 성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대타협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앞에서 지적한 한계를 보완하는 적절한 수정이 병행되기를 기대한다.

 

 

 

 

 

  1. 예를 들어, 정부가 2015년 11월 16일에 국회에 제출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917906)과 2016년 6월 17일 국회에 제출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000332)」 등 [본문으로]

  2. European Commission (2018.11.9.), Revision of the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AVMSD). Available: <https://ec.europa.eu/digital-single-market/en/revision-audiovisual–media–services-directive -avmsd>. [본문으로]

  3. 김수원․김성철 (2017), 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 정부 조직 개편 방안, 「방송통신연구」, 통권 99호, 9~36. [본문으로]

  4. 최세경 (2015), 국내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 재정건전성과 시청자 복지를 중심으로. 「방송문화연구」, 27권 2호, 159~193. [본문으로]

저자 :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