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과 가짜뉴스 효과

가짜뉴스(fake news)와 정치사회정보의 매개효과

2003년 4월4일의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MBC를 필두로 국내 언론사들의 속보로 나가자 당시 주식시장이 출렁거렸다. 첫 보도를 한 MBC는 “CNN은 빌게이츠 회장이 한 행사장에 참석했다가 총 2발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의사에 의해 숨진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MBC가 인용한 기사는 CNN이 아니라 이를 모방한 사이트에서 만우절에 장난삼아 가짜뉴스였다.

당일 오전 9시 37분에 속보가 나간 이후, 20여분도 채 지속되지 못한 가짜뉴스였지만 영향력은 대단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사망설로 주식은 8.54포인트 떨어진 536.70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했으며,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주가에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뛰었다. 짧은 시간동안 개미 투자자들의 엄청난 투자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매개된 가짜뉴스가 얼마나 영향력이 큰 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최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가짜뉴스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화제 거리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만우절 해프닝과 같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가짜뉴스의 양산, 가짜뉴스의 상업화, 가짜뉴스가 가져오는 정치사회적 매개효과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갖는다.

가짜뉴스의 상업화, 사회적 정보의 혼선 초래

최근 들어 나타난 가짜뉴스는 그 자체가 상업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리버티 라이터스의 경우, 가짜뉴스로 최대 월 4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가디언이 보도한 바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짜뉴스에 대한 특집기사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돈벌이가 되고 있고, 정치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양산함에도 크라이슬러나 보스와 같은 기업들이 가짜뉴스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실정을 보도했다.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는 실질적인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융단폭격에 가까운 비판적 보도를 했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극단주의 전략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 가짜뉴스가 다수 양산되어 주류언론의 비판 보도를 흐리게 만들었다.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와 같이 근거 없는 소문이 뉴스화되어 보도된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은 ‘피자게이트(pizzagate)’, 즉,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피자가게로 위장한 장소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는 음모론은 그 내용이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었다. 정치적 집단극화 상황에서 가짜뉴스는 파괴력을 보였다.

특히, 가짜뉴스의 유통은 소셜미디어와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11월 8일까지 가짜뉴스 공유가 870만 건에 달했다고 분석했으며, 이는 같은 시점의 진짜 뉴스 공유량인 736만 건보다 많은 것이었다.

우리는 왜 가짜뉴스에 주목하나

이처럼 가짜뉴스가 주목받고 공유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짜뉴스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사회적 지지행동 또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뉴스를 소비하는 것은 ‘주목(attention)’행위로, 높은 인지적인 관여가 필요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주목의 양은 한정적이며, 이는 이용가능한 시간과 관심에 의해 제한된다. 인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물리적 시간을 반복하며, 특정 시점마다 주어진 시간 내에서 특정 행동을 선택해야한다. 뉴스와 같은 콘텐츠의 소비는 결국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며, 이는 일정의 제로섬 과정과 비슷하다. 즉,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다른 것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선택에 미치는 여러 요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이슈의 현저성과 특이성 등이다. 두드러진 이슈가 특이한 속성을 가질 때 이용자들이 선택할 확률은 높아진다. 가짜뉴스는 사회적인 현안에 부합하면서, 특이성을 만족한다는 점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뉴스선택행위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론공간에서 자신의 의견위치를 확인하고 자기와 유사한 의견을 받아들여 심리적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태도강화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의 정치성향과 유사한 매체를 이용하는 것 역시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것보다, 동질적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지부조화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정보를 얻는데 있어서도 지각편향이 작용하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해석하는데도 편향적 결과를 낳는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자신과 유사한 가치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속성이 있다. 이런 자아 중심적 네트워크에서 개인은 네트워크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적인 집단정체성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이유로 사회정보가 유유상종하는 동류집단 내에서 집단 입장을 재강화하는 소재로 반복적으로 재활용되는 경향이 커진다. 정보를 공유함에 있어 특정 뉴스가 가짜라고 하더라도 정보의 사실성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의 입장에 부합하고 심리적 지지를 강화하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가짜뉴스나 루머의 범람에는 주류정보원의 신뢰 저하가 큰 원인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들이 정치적으로 분극화되어 있고, 사실성에 대한 상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준거가 될 만한 신뢰 있는 정보원이 부족할 때 뉴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설정한 집단정체성에 기반해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이 같이 복합적인 현상이 결합되면서, 가짜뉴스는 네트워크 공간에서 집단극화와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실이 아닌 허위정보는 정치나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를 만들어내고 음모론과 같이 신뢰를 떨어뜨리는 비정상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시킨다.

가짜뉴스, 검열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검열되어야 하는가? 원래 뉴스는 “새로운 무엇”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무엇’의 사실성과는 무관한 용어이다. 뉴스에서 사실성 여부가 중요하게 된 것은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상업저널리즘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검증된 정보를 상품으로 팔게 된 상업적 저널리즘에서 ‘사실성’은 상품 가치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언론이 근대 대의제민주주의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치매개자 집단이자 제도로 자리 잡으면서, ‘사실성’은 언론보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자 준칙이 되었다.

그렇기에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다양한 사회적 사실을 검증하고 선별하는 게이트키핑 과정에 있다. 뉴스 생산자에게 요구되는 사실상의 검증이 제3자 저작물을 유통하는 디지털정보매개자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 대해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자체 검열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유통의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구글도 최근 들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고 한다. 구글은 광고 프로그램에서도 가짜뉴스 사이트를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페이스북은 중국 진출 여부를 놓고 중국의 검열 시스템을 일정부분 받아들이는 기술적 조치를 강구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3자 게시물을 다루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가 정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적 검열로 비판 받을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사안이다. 기술적 조치나 사전 신고를 통해 확인 가능한 명백한 불법이 아니라면, 디지털정보매개자가 사회정보를 필터링 하는 것은 표현적 매체인 인터넷공간의 기본 정식을 위협하는 것과 같다.

한국은 인터넷공간에서의 명예훼손 등 사적 권리침해에 대한 즉각적인 피해구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가짜뉴스와 같은 사회적 유해 뉴스는 즉시적인 차단조치는 없으나 그 피해 규모와 권리침해 특성에 따라 사후규제를 통해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하다.

가짜뉴스 논쟁은 한국사회에서 온라인 루머나 유언비어 논쟁과 맞닿아 있다. 그 때마다 인터넷에 대한 내용규제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언제나 해답은 다른 곳에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지만,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중심적인 정보원인 언론의 신뢰성 회복, 다양하고 상이한 이견이 교차하는 교차담론 사회의 구현, 편식하지 않는 이용자의 정보습관 등이 그것이다.

저자 :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KISO 정책위원 / (전)언론중재위원